조선 초기 도성 내 배수로 원형 그대로 전시

최근 금속활자가 출토된 서울 인사동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유적 전시관이 들어선다. <사진=서울시>

최근 훈민정음 창제 당시 동국정운식 표기가 반영된 금속활자가 출토된 서울 인사동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유적 전시관이 들어선다.

서울특별시는 7월 21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하고, 공평동에 국내 최대 유적 전시관을 조성하는 정비계획을 결정했다.

유적 전시관의 위치는 종로구 인사동 87번지 일대로 공평동 제15‧16지구 도시 정비형 재개발구역이다. 총면적 4,745㎡로, 이는 도심 내 공평 유적 전시관의 1.25배에 달하는 규모다.

공평동 제15‧16지구 도시 정비형 재개발구역은 2019년도에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 시범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문화재 조사를 시작해 사업 시행 중 배수로와 옛길, 주거지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매장문화재를 발굴했다. 또한 최근에는 금속활자와 천문시계, 물시계 등 조선의 과학적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금속 유물을 출토했다.

16세기 매장문화재 이전 작업 중에 발견된 1,600여 점의 금속활자는 조선 전기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인 동국정운식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갑인자’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로 추정된다. 발굴한 금속활자는 제작된 시기와 사용한 시기로 보았을 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명하여 사용한 금속활자이다.

이 밖에도 그간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세종 때 제작된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 세종부터 중종 때까지 사용했던 물시계의 부품인 주전(籌箭) 등 실체가 최초 발굴됐다. 승자총통과 동종도 나와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길이 100m에 달하는 배수로는 조선 초기에 만들어 1900년대까지 이용한 배수로로 도성 내 배수 체계가 거의 훼손 없이 보전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발굴 유적에 대한 전면 보존이 필요하다는 문화재청의 판단에 따라 서울시는 애초에 결정된 정비계획을 변경하고자 ‘공평 룰’에 부합하는 정비계획을 수립해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했다.

전시관은 유구(遺構)가 발굴된 처음 위치인 신축건물 지하 1층 전체에 조성한다. 또한 보행 통로를 통한 동선 확보와 전시 공간으로의 접근성, 시각적 개방감을 극대화해 지상 근린생활시설과 분리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연계되도록 했다.

배수로는 남측 벽과 북측 벽의 설치 높이를 달리해 15세기 토층부터 원형 그대로 전시한다. 인터렉티브 기법과 증강현실을 활용해 현장감을 극대화할 계획으로, 세부 전시 계획은 문화재청 협의 및 전문가 검토를 거쳐 구체화할 예정이다.

서성만 균형발전본부장은 “이번 공평동 15‧16지구의 정비계획 결정을 통해 낙후된 도심의 활성화 뿐 아니라 발굴된 역사유적과 유물들이 도심 상업 가로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역사 문화 도심에 걸맞은 도시 공간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15세기 제작으로 추정되는 1,600여 점의 금속활자가 출토됐다. <사진=문화재청>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동종. <사진=문화재청>
유적 전시관이 들어설 곳은 종로구 인사동 87번지 일대로 공평동 제15‧16지구 도시 정비형 재개발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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