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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대석10_정광진 (사)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장불교 연극·뮤지컬 제작 30년
“불교예술문화 발전하려면
불자 예술문화인 결집해야”
정광진 J&C코리아뮤지컬 컴퍼니 대표. <사진=정현선 기자>

불교예술 분야는 타종교에 비해 지원이나 상업적인 부분이 뒤처져 먹고 살기 힘든 분야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척박한 불교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연극과 뮤지컬을 제작해온 이가 있다. 최근 설립된 (사)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의 회장에 선출된 정광진(68·법명 法性) J&C코리아뮤지컬컴퍼니 대표다. 

지난 2020년 3월 15일, 정광진 회장이 연출한 연극 ‘이뭣꼬!’의 전국 순회공연을 준비하던 소수의 불자 연극인들이 한국불교연극연합회 창립에 뜻을 모았다. 이에 정 회장을 비롯한 원로 배우들은 일 년에 걸쳐 전국 사찰을 돌며 지역 불자 연극인을 만나 연합회 창립에 관한 필요성과 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 조계종 총무원·국회 정각회 등을 방문해 협조를 구했다. 이에 조계종은 “예술계 전체로 확대해 예술문화 전 장르를 수용하자.”고 제안했고, 그 결과 전국의 불자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가 창립됐다.

누나 49재 계기로 불교 공부 심취

정광진 회장은 1953년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절에 가곤 했다. 그 인연인지 중학교는 대구에 위치한 불교종립학교인 능인중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연극배우의 꿈을 키워 온 정 회장은 연극배우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1968년 서울로 상경, 신상옥(1926~2006) 감독이 1967년 설립한 ‘신필름영화예술학교(現 안양영화예술고등학교)’ 2기로 입학해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훗날 연극 ‘이뭣꼬!’에서 무명 스님 역을 맡은 배우 故 강태기(1950~2013) 씨와 친분을 쌓은 것도 이때부터다. 어머니는 도시에서 유학 중인 아들에게 “집 근처에 절이 있으면 자주 가서 기도드려라.”고 당부했지만 열여섯 어린 나이였던 정 회장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배우 생활과 사업을 하던 중 그의 나이 30대 초반 무렵 바로 위 누나가 세상을 떠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도 사별했다. 정 회장은 누나의 49재를 지내기 위해 절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절실하게 알고 싶어졌다. 또 거듭된 사업 실패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사업도 실패해 방황하면서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대구 동화사 비로암 한주 범룡 스님과 인연을 맺게 돼 많은 질문을 했고,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았죠. 상처와 슬픔을 극복하는데 불교가 큰 힘이 됐죠. 이를 계기로 불교 공부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정광진 회장과 남원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 정 회장은 도법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처님의 일대기에 관한 공연을 기획하고자 마음먹었다.

정광진 회장은 2000년대 초 남원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대구 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 창원 진불선원 주지 무아 스님 등 많은 스님과 교류를 하면서 불교에 심취하게 됐다. 특히 도법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처님의 일대기에 관한 공연을 기획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첫 작품이 창작 불교뮤지컬 ‘오 부처님!’이다.

사비를 털어 제작한 ‘오 부처님!’은 부처님의 탄생·출가·고행·오도의 과정을 담은, 부처님이 등장하는 국내 첫 창작 뮤지컬이었다. 정 회장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네 번 이상 불교계의 감수를 받아가며 대본을 완성했고, 6곡의 합창곡과 6곡의 독창곡 등 총 20곡의 불교음악을 새롭게 썼다.

야심차게 준비한 ‘오 부처님!’은 주변의 좋은 반응에도 불교 뮤지컬이란 한계로 금전적인 이익은 전혀 보지 못하고 되레 손해만 입었다. 낙심한 정 회장은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절망적일 때 불교를 만나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왔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줘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다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년 부처님오신날만 되면 이상하게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회장은 ‘오 부처님!’에서 주인공인 싯다르타 역을 맡으면서 불교를 주제로 한 연극과 뮤지컬 작품을 꾸준히 구상했다. 이후 배우보다 제작의 재미에 빠진 정 회장은 배우 활동을 접고 ‘바람아! 구름아!’, ‘연극 갓바위’, ‘가야의 혼 우륵’, ‘산따라 물따라’, ‘뮤지컬 갓바위’, ‘월광태자’, ‘무애가’, ‘일연선사’, ‘천년혼’ 등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20개가 넘는 불교 관련 작품을 만들었다. 또 불교문화예술신문 사장과 불교문화예술원 이사를 역임했으며, 이 같은 활동 공로로 2003년 한중일 예술상 연출상 대상, 2005년 불교를 빛낸 인물 수상, 2017년 제39회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 등을 수상했다.

수많은 작품 중 정 회장의 대표작이라면 당연 ‘이뭣꼬!’를 빼놓을 수 없다. ‘이뭣꼬!’는 2008년 연극 ‘한바탕 꿈인 것을’을 다시 각색해 2011년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이 작품은 불교의 화두를 주제로 삶의 진정한 가치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이뭣꼬!’는 불교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알게 됐다고 생각했을 때 큰 뜻을 품고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쓰게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뭣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세상을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가 출가를 결심하고,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가는 구도의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특히 주인공인 무명 스님 역은 故 강태기 씨가 맡았으며, 그의 마지막 불교 작품이기도 하다. ‘이뭣꼬!’는 2011년 시작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일본 스님과 불자교민들을 대상으로 교토·오사카·나라·고베 등 일본 현지에서도 공연했다. 지난해 11월 25일 대전 공연을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멈춘 상태지만, 빠른 시일 안에 다시 공연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정광진 회장은 평소 배우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배우 최종원(오른쪽)·강인덕 씨와 함께한 정 회장.

불교 연극·뮤지컬로 포교하고파

정광진 회장은 현재 충북 괴산에 ‘연운재’라는 거처를 마련해 신라 고승 원효 스님과 관련된 ‘사복 설화(蛇腹 說話)’를 주제로 뮤지컬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 총연합회 창립 논의 차 창원 성주사에 방문했는데 주지 법안 스님이 아이디어를 줬다. ‘사복 설화’는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三國遺史)〉에 짧게 나오는 이야기로 원효 스님의 전생 이야기다. 또 경남 고성지역 출신인 기생 ‘월이(月伊)’에 관한 작품도 준비 중이다. 월이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 첩자의 지도를 변조해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 대첩을 승리로 이끌게 하는 데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평소에도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또 스님들께 여쭤보기도 하죠. 연극 ‘갓바위’도 갓바위의 유래도 모른 채 그곳에서 소원을 빌기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만들었어요. 사실 기록상 갓바위 유래에 관한 내용은 무척 짧은데 그 내용을 가지고 1시간 45분짜리 연극을 만들었죠. 작은 소재라도 흥미롭다면 연극이나 뮤지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그만큼 불교에는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불교 관련 연극과 뮤지컬로 불교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 불교를 알리고, 그들을 불자로 만들고 싶습니다.”

정 회장은 집필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평소 참선 수행을 자주 한다. 참선 수행은 도법 스님의 조언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곧잘 한단다. 참선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잡생각이 들지 않아 대본 집필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바른 자세가 유지되기 때문에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정광진 회장의 대표작 ‘이뭣꼬!’에는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출연진들과 ‘이뭣꼬!’ 포스터.

“불자 예술인, 희망·용기 가지길”

정광진 회장은 불교 예술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종교계의 지원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불자 예술문화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종교 연예인들은 자신의 종교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데, 불자 연예인들은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종종 부처님의 가르침과 스님들의 모습은 예능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정 회장은 “불자 예술문화인들이 당당하게 불자임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시간을 내 불법(佛法)을 배우고, 체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안 된다면 책을 통해서 부처님과 큰 스님들의 법문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불자 예술문화인들 스스로가 참된 불자임을 준비하고, 자각해야만 불교 예술문화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회장은 또 ‘불자 인프라’를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연출가와 배우뿐 아니라 음악·무대·소품·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자는 드물다고 한다. 스님 역을 할 배우 오디션을 보는데, 불자는 한 명도 없어서 별수 없이 타종교를 믿는 배우에게 맡겼지만, 연기에 진정성이 우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 회장은 “마음속으로 하나님을 찾는데, 겉으로는 가사 장삼을 입고, 목탁을 치니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지방에서 공연을 하려고 공연장을 대관하려는데 담당자가 타종교인이라 거절 당한 사례도 수없이 많다고 했다.

“감히 말하건대 불법보다 좋은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불교 공부가 어렵다면 불교 소설을 읽어도 됩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불교에 대한 철학과 부처님 사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금 불교 예술문화인들은 ‘이 분야는 시간이 흘러도 더 풍족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줄 테니,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현재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30여 년간 20개가 넘는 불교 관련 작품을 만든 정 회장은 2017년 제39회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받았다. 〈사진=조계종 홍보국〉

불자 예술인 목소리 내기 위해 발족

정 회장은 앞으로 불자 예술문화인들의 결집과 불자 인프라 구축에 총연합회가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회장을 맡은 총연합회는 연극·영화·연예·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불자 예술문화인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홍포하고, 현대 사회에 부합하는 불교 예술문화 창달을 도모하기 위해 창립한 단체다. 지난 6월 7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이원욱 국회 정각회장, 불자 예술문화인 등이 참석해 총연합회 창립을 축하했고,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했다.

총연합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회와 △연극 △영화 △연예 △미술 △건축 △무용 △국악 △문학 △사진 △음악 △다도·원예·사찰음식 △전통복식·패션 등 12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현재 1,3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인 도법 스님과 탤런트 전무송 씨가 명예회장을 맡았고, 이대로·최종원·강부자·선우용녀·전원주 등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불자 배우와 정·재계 인물이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광진 회장은 4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며 불교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며,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불교 예술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총연합회 창립은 불교 예술문화 홍포와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불자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함입니다. 그동안 비슷한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경우가 많았지만, 총연합회는 조계종 총무원과 국회 정각회에서도 필요성을 느껴 창립하게 된 만큼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앞으로 불자 예술인들이 종교적인 문제로 차별과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가 나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만들 것은 만들고, 비판할 것은 비판할 생각입니다.”

정 회장은 총연합회 발전을 위해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 제주도 오드리인호텔에서 임원진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임원진 워크숍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명예회장 도법 스님과 가톨릭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마르텔리노 신부 등 전문가를 초청해 발표회도 열었다. 정 회장은 향후 총연합회를 통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불자 문화예술인들의 보호와 지원, 육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부처님이 죽림촌(竹林村)에 안거할 때 병에 걸려 심한 고통을 겪었다. 아난 존자는 마지막 설법을 청했고, 부처님께서는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설하셨다. 정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부처님 가르침이다.

그는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나는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진리에 맡기고, 너 자신에게 맡겨라.’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참으로 겸손하기만 합니다. 이 가르침을 통해 부처님의 겸손함에 반했습니다.”라며 “앞으로도 제 작품을 보는 많은 사람이 불법과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작품을 통해 불자님들의 신심이 더욱 돈독해졌으면 하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은 곳에서 부처님을 만나 불교 예술문화를 꽃피우는 데 역할을 단단히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척박한 불교 예술문화 분야에서 자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고 꾸준히 활동해 온 정광진 회장. 그가 바란 대로 새롭게 탄생한 (사)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가 꾸준히 발전해 불교 예술문화를 홍포하고, 발전시키길 기대해 본다. 

지난 6월 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개최한 (사)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 창립총회 후 기념촬영.

조용주 기자  smcomnet@naver.com

행복을 일구는 도량, 격월간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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