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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업으로 인한 붓다의 수난4_말먹이 보리를 드신 이유비바섭 부처님께 올린
반두왕의 공양을 시기해
구업(口業)을 지은 과보

부처님, 말먹이용 보리를 드시다

부처님께서는 한때 나레루(Narelu)의 님바(Nimba) 나무 인근에 있는 베란자(Veranja) 마을에서 500명의 비구 제자와 함께 머물고 있었다. 베란자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한 브라만(婆羅門)이 부처님께서 자신의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부처님의 훌륭한 명성을 접한 브라만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부처님께서는 자상하게 대답해주었다. 브라만은 부처님 법문을 듣고 감복하여 부처님을 찬탄했다. 그 자리에서 브라만은 즉시 불법승 삼보에 귀의했다. 그리고 브라만은 부처님께 자신의 마을에서 우안거(雨安居) 3개월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부처님의 승낙을 받은 브라만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베란자 마을에는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할 음식이 부족했다. 기근이 발생해 음식을 배급하는 상황이었다. 대중의 공양을 도와줄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그때 웃타라파타카(Uttarapathaka) 출신의 말 장수가 500마리의 말을 이끌고 베란자 마을 근처에 도착했다. 말 장수는 비구들이 음식 공양으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임시로 만든 마구간에서 비구를 위해 말먹이용 보리를 쪄서 공양을 준비했다.

비구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발우와 가사를 챙겨서 베란자 마을에 들어가 걸식에 나섰지만 누구도 음식을 얻지 못했다. 그들은 할 수 없이 임시 마구간으로 가서 쪄놓은 말먹이용 보리를 얻어 자신들의 처소로 돌아가서 빻아 먹었다. 아난존자는 찐 보리를 돌에 빻아 부처님께 올렸고, 부처님께서는 빻은 말먹이용 보리를 드셨다.

부처님께서는 절구 소리를 들으시고 아난존자에게 물었다.

“이 절구 소리가 무슨 소리냐?”

아난존자는 비구들이 말먹이용 보리를 가져와 절구질하여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대답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훗날 비구들은 고기가 든 쌀밥과 죽을 경멸할 것이다.”

그때 목련존자가 부처님께 다가와 인사를 올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베란자 마을에는 음식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걸식을 하기가 힘듭니다. 마을 사람들이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음식 배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구 스스로 곡식 알갱이를 줍는 것도 힘들고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부탁하기도 힘듭니다. 세존이시여! 거대한 대지의 표면 밑에는 비옥한 흙이 있는데 맛있는 벌꿀집처럼 영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이 비옥한 땅을 뒤집으면 비구들이 영양이 가득한 음식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만약 땅을 뒤집으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은 어떻게 되겠느냐?”

목련존자가 대답했다.

“제가 한 손으로 넓게 펼쳐서 모든 생물들이 손위로 올라오게 해서 다치지 않게 보호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땅을 뒤집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목련존자여! 그렇게 땅을 뒤집으면 많은 생명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목련존자가 대답했다.

“그럼 세존이시여! 비구들이 걸식을 위해 우타라쿠루(Uttarakuru, 불교경전에 나오는 지명)로 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목련존자여! 그렇게 이동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구나.”

부처님께서 아난존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아난아! 여래의 전통에 의하면 다른 곳으로 걸식을 하러 떠나게 되면 이전에 초청한 사람에게 떠난다고 알려야 한다. 이곳에서 우안거를 보내도록 초청한 브라만에게 가서 알리고 떠나도록 하자구나.”

부처님은 아난존자를 데리고 브라만에게 가서 말했다.

“그대가 초청해 주어 여기서 우안거를 보내고 떠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 유행하고자 합니다.”

브라만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제가 초청하여 우안거를 여기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공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공양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재가의 생활이 분주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존경하는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과 제자들께서 저희 집에서 공양할 기회를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승낙하시고 브라만에게 법문을 해주셨다. 다음 날 브라만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올랐다. 부처님은 베란자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구 대중 500명과 함께 계셨다. 한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전생에 무슨 업을 지으셨기에 정각을 이루신 뒤에도 제자들과 함께 변방에서 말먹이용 보리를 드시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그 인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삽화=필몽>

질투에 눈 멀어 구업(口業) 지어

과거 아득하게 멀고 오랜 세상에 비바섭(毘婆葉) 부처님이 많은 제자와 함께 머물렀다. 그 당시 반두(槃頭)왕은 비바섭 여래와 대중에게 공양을 했는데, 모자람이 없게 했다. 그 나라에는 산왕(山王)이라고 불리는 한 브라만이 있어 500명의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며 극진히 존경받고 많은 공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공양이 집중되고 자신에게는 공양이 전혀 들어오지 않게 되자 질투심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느 날, 반두왕의 공양청을 받고 비바섭 부처님이 제자들과 함께 왕궁으로 가셨다. 비바섭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둘러싸여 왕궁에 나아가 자리에 앉으시니 왕은 음식을 손수 나르고 음료를 따르고 반찬을 올렸다. 그때 미륵(彌勒)이라는 한 비구가 병이 들어서 왕궁에 가지 못했는데, 일행은 공양을 받은 후 돌아갈 때 미륵 비구를 위해 음식을 싸가지고 왕궁을 떠났다. 처소로 돌아가는 중에 산왕(山王) 브라만이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고는 물었다.

“비구들이여! 어떤 음식을 얻었는가 보고 싶소?”

비구들은 곧 그에게 음식을 보여주었다. 브라만은 더욱 질투심이 나서 자신의 어린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까까머리 사문은 바로 말이 먹는 보리를 먹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맛있는 공양을 먹어서는 안 된다.”

어린 제자들은 스승의 말을 듣고 모두 제각기 말했다.

“진실로 스승님의 말씀과 같이 마땅히 보리를 먹게 해야 합니다.”

그는 어린 제자들에게 또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까까머리 사문들의 스승이 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느냐?”

어린 제자들은 말했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보았습니다. 이들의 스승 역시 말이 먹는 보리를 먹어야 합니다.”

<삽화=필몽>

말먹이 과보 불평 않고 받아들여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신 후 말씀하셨다

“그때의 산왕(山王) 브라만이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때 500명의 어린 동자들은 바로 지금의 500아라한이며, 그때의 병든 비구 미륵은 지금의 미륵보살이니라. 나는 과거에 질투를 일으켜 말하기를,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며, 바로 말이 먹는 보리나 먹어 마땅하리라.’했고, 너희들 역시 그렇게 말했기에 그 인연 때문에 나와 너희들은 지옥을 수천 년 동안 겪고 지내왔다. 이제 비록 부처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 때의 남은 인연으로 나와 너희들은 베란자 마을에서 말이 먹는 보리를 90일 동안이나 먹은 것이다.”

전생에 비바섭 부처님과 그 제자를 향해 ‘맛있는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되고, 말먹이용 보리를 먹어야 한다.’는 욕설을 했기 때문에 이번 생애에 석가모니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90일 동안 말이 먹는 보리를 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은 자신이 지은 업은 마땅히 스스로 받아야 한다면서 말먹이용 보리를 드신 것이다. 모든 악을 제거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신 부처님조차도 전생에 남은 악업의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러므로 우리 중생들은 업보의 법칙을 명심해 악업을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과보를 받아들이는 부처님의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3개월 동안 부처님은 거친 음식을 먹었지만 결코 음식에 대해 불평하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았다. 3개월 동안 부처님은 거친 음식을 조금도 꺼려하지 않고 받아 드셨다. 음식이 나쁘다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려고도 하지 않았고, 신통력으로 좋은 음식을 공양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다른 중생들을 괴롭혀가면서 자신의 입맛을 채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다른 중생들의 음식을 빼앗아 먹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부처님은 말 먹이용 보리를 불평하지 않고 수용하셨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역경을 당하셨을 때도 어떠한 거리낌조차 없이 인욕하며 수용하셨던 것이다.

안양규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불교문화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글 안양규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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