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혜능 법문 원음에 가깝게 교감(校勘)
조영미 외 4인 정본역주/운주사/17,000원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이 아님에도 ‘경(經)’이 붙은 불서(佛書)는 〈육조단경(六曹壇經)〉이 유일하다. 〈육조단경〉은 중국 선종의 육조 혜능(慧能, 638~713) 대사의 법문집으로, 제자들이 엮었다. 선종의 종지가 담겨 있는 위상이 높은 책으로, 선가(禪家)와 동아시아를 넘어 인류의 고전으로 읽힐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육조단경〉을 저본으로 삼은 수많은 종류의 책이 간행됐고, 지금도 그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편찬자가 문자를 가감하고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면서 〈육조단경〉의 원형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육조단경〉 판본 중 가장 오래된 ‘돈황본’(780년 경 서사)으로, 대영박물관 소장본·돈황시박물관 소장본·여순박물관 소장본·북경도서관 강자(岡字) 48호 두루마리본·북경도서관 단편 1장 등 5종이 남아 있다.

이 돈황본 판본들의 진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 연구를 선행한 뒤 교감(校勘)한 역주서가 나왔다. 조영미(성균관대 한문학과)·최연식(동국대 사학과)·김종욱(동국대 불교학과)·박인석(연세대 철학과)·김천학(동국대 HK) 교수 등 5명의 학자는 분량이 아주 적은 북경도서관 단편 1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4본을 대조·교감해 정본화(定本化)를 시도했다.

이들은 후대본에 근거해 고본을 고쳐 해석하는 방법은 지양하고, 철저히 돈황본 4종 내에서 교감해, 원저자가 작성한 원텍스트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재구성했다. 역주 작업은 △교감 및 초고 번역(조영미) △강독 시 내용 수정(최연식·박인석) △자료 탐색 및 타 번역과 비교 결과 제시(김천학) △질문 및 조언(김종욱) △강독 결과 녹음 및 녹취록 회람(전체) 등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감수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역주자들은 서문에서 “짧은 것 같은 〈육조단경〉이었지만, 정작 꼼꼼하게 토의하고 수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상당히 길었다.”며 “불조의 법음을 마음으로 이어 승화한 육조의 가르침이 우리들의 이 작은 성취로 동시대의 공부인들에게 제대로 전수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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