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원인은 과다섭취
식욕 감각을 제어하라!

불교에서는 음식을 자연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로 여긴다. 2010년 천태종 서울 구강사에서 열린 발우공양 습의(習儀)모습.

‘먹방(먹는 방송)’시대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음식의 맛을 비교·연구하고, 식재료에 포함된 영양분을 분석하는 등 음식 관련 내용은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무엇을 먹으면 어떤 장기에 좋고 무엇을 먹으면 어떤 효능이 있는지  넘쳐나는 지식의 홍수 속에서 구분과 선택이 어려울 지경이다.그런데 그렇게 좋은 음식과 그렇게 좋은 해답을 제시했음에도 각종 성인병은 줄어들지 않는 건 왜일까?

붓다는 일찌감치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주된 원인을 음식에 대한 욕망 즉, 식탐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그 누구도 제시한 적이 없는, 사회적인 혹은 건강상의 놀라운 비전(秘傳)을 제시했다. 붓다가 제시한 음식과 관련한 문제의 해답은 오히려 ‘절제’라는 단순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키기 어렵지 않을 수도 있는 이 단순함을 인간의 게으름과 욕망이 방해하고 시야를 가릴 뿐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또다시 뻔히 알고 있는 해답을 찾아 무한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음식에 대한 욕망, 어떻게 절제하나?

불교에서 언급하고 있는 음식 관련 사회적 이슈와 건강 이슈의 근저에는 이렇게 인간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욕망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하는 고민이 문제의 핵심이다. 초기경전인 〈앙굿따라 니까야〉에 정형구처럼 나오는 문구를 살펴보자.

여기 덕을 갖춘 성스러운 제자는 감각의 문을 제어하고 먹는 것에 절제가 있으며 염처수행에 전념한다.
비구들은 계율을 견고하게 지키고 감각기관을 제어하며 먹는 데 있어서 적당함을 이해하며 염처수행을 닦는다.
먼저 그는 감각의 문을 살피며 먹는 데에 있어서 적당함을 알고 항상 사띠(Sati, 念)를 확립한다.

음식 섭취가 건강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는 대부분 우리가 음식의 적당한 섭취에 실패했을 때다. 즉 감각[식탐]의 제어에 실패한 게 원인이다. 소금과 설탕의 과다섭취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게 밝혀져 사회적 제어가 공론화되고 있지만,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절제해야 할 부분이다. 근본적으로 소금과 설탕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문제는 그 음식물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위 경전 내용에는 음식 문제에 우리의 욕망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우리의 욕망을 제어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 특정 음식이나 성분, 음식의 총량을 적절하게 섭취하려면 식욕과 관련한 감각을 제어해야 한다. 붓다는 식탐의 절제를 위해서는 ‘사띠(sati)의 확립’, 즉 염처(念處)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물을 살펴서 그 참모습을 깨닫는 수행이다.

불교는 음식 문제와 관련해 체계적인 실천체계를 갖추고 있다. 즉 계율이란 강제장치를 통해 음식의 ‘맛에 대한 탐욕’과 ‘양에 대한 탐욕’을 제어하고 있다. 또 실천체계로 음식과 관련한 ‘두타행(頭陀行, 식탐 절제)’을 가지고 있으며, 예비적인 음식수행법으로 음식에 대한 혐오감을 높이는 ‘염식상(厭食想)’과 근본적인 감각의 제어를 목적으로 하는 ‘염처수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행자에게 맞추어져 있는 이러한 실천체계들을 일반인에게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반인들에게는 보다 간단하고 쉬운 실천방법이 필요하다. 음식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는 불교적 방법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실천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틱낫한 스님과 하버드대학 공공보건대학원의 릴리안 정(Lilian Cheung)이 불교 염처수행의 방식에 근거해 공동으로 정립한 ‘먹는 마음챙김 명상(Eating Mindfulness Meditation)’이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서구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문제의 해결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자체로도 대중적이고 효과적인 음식명상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불교의 염처수행 방식에 근거해 만들어졌지만 종교색을 강조하거나 채식만을 고집하지 않는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음식 염처수행의 핵심은 틱낫한 스님과 릴리안 정이 공동집필한 단행본 〈마음챙김 식사, 마음챙김 생활(Mindful Eating, Mindful Life)〉의 부제인 ‘모든 순간과 모든 씹는 순간을 음미하라(Savour every moment and every bite)’는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구 속에는 ‘눈앞에 놓인 음식을 보는 순간’, ‘입 속에 넣는 순간’ 그리고 ‘음식물을 씹는 동작’, ‘그것에 대한 관찰의 과정’ 등 음식을 향유하는 방식들이 들어있다. 이 염처수행방식은 무엇보다도 재가자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그 방법도 무척 간단하고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불교의 일반적 염처수행 과정처럼 틱낫한 스님의 음식 염처수행도 간단한 호흡법으로 시작한다. 전문적인 호흡법이라기보다는 간단하게 ‘음식을 먹기 전 잠시의 멈춤’, ‘곧 먹게 될 음식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몇 번의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하는 과정’을 실시한다. 이 호흡과정이 끝난 후 일곱 가지 음식명상 내용으로 염처수행을 진행한다. 일곱 가지 음식 명상의 내용은 음식에 대한 감각적 제어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틱낫한 스님의 음식명상 일곱 가지

여기에는 ‘음식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존재로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불교의 자연관이 그대로 녹아있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위해(危害)는 그대로 인간에게 전이된다. 자연을 오염시키면 그 오염된 대지와 물은 음식을 통해 그대로 인간의 육체와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틱낫한 스님의 음식명상 일곱 가지이다.

1. 음식에 대한 존중

음식을 먹기 전에 다섯 가지 사항을 명상하고, 감사함을 가지고 음식을 먹는다.

첫째, 먹을 음식이 우주·대지·하늘·수많은 중생의 남을 위한 고된 노동의 선물임을 명상한다.

둘째, 음식을 먹는 매 순간 ‘알아차림’과 감사함을 가지고 음식을 먹는다.

셋째, 음식을 먹을 때 탐욕과 같은 선하지 못한 마음작용이 생겨나는 것을 인식하고 변화시켜 음식에 대해 소박한 마음을 갖는 법을 배운다.

넷째, 위에 언급한 명상의 방법으로 자비심을 일깨워 중생의 고통을 줄이고 지구를 보존하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이 음식을 먹음으로써 형제애를 키우고 지구공동체를 강화시키며 중생에 봉사하는 우리의 이상을 키워나간다.

음식을 먹을 때 조용한 침묵의 시간이 요구된다. 이는 먹는 행위 자체에 침잠하여 먹는 행위 자체를 향유하기 위함이다.

2. 먹을 때는 여섯 감각기관에 집중하라

음식을 먹을 때는 단지 맛뿐만 아니라 음식을 씹는 소리, 음식의 색깔, 음식의 향기, 음식의 식감 등에 주의를 기울인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은 후 씹기 전에 잠시 멈추어 맛을 음미한다. 반복적으로 모든 감관을 사용함으로써 이전에는 맛이 없다고 입에 대지 않았던 건강한 음식들에 대한 기호가 변화하고 그 맛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적당량의 음식을 담아라

적당량의 음식은 음식 염처수행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다. 적절한 양의 음식을 선택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은 과식과 체중증가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적당량의 음식은 과도한 가계지출을 줄이고 지구의 식량자원을 아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작은 식기를 사용하는 것도 적당량의 음식을 먹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 적은 양을 입에 넣고 음미하라. 그리고 충분히 씹어라

의식적으로 적은 양의 음식을 입에 넣고 그것을 충분히 씹으면 그 자체로 음식을 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먹는 음식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행위는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음식을 씹는 행위는 입속에서 효소와 섞이는 과정을 동반한다. 음식물은 입속에서 액체가 될 때까지 씹어야 한다. 음식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40번 정도 씹으면 음식물이 액화된다. 음식물을 충분히 씹으면 혀와 미뢰(味蕾, 맛을 느끼는 세포)에서 맛을 더 잘 향유할 수 있다.

5. 과식을 피하기 위해 천천히 먹어라

천천히 먹는 것은 과식을 피하고 즐겁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만들어 준다. 적절한 양을 먹었을 때와 먹을 수 있는 최대치를 먹었을 때의 느낌은 차이가 존재한다. 음식수행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식사를 한다. 또한 식량자원을 무가치하게 소비시키는 결과도 막을 수 있다. 중국 의학에서는 위장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80% 정도만 채우는 것을 권하는데 위가 가득 차면 소화력을 약화시키고 위와 장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6. 식사를 거르지 마라

식사를 거르는 행위는 음식을 올바르게 먹을 수 있는 방식과 태도에 방해가 된다. 배를 채우기 위해 자판기 음식, 패스트푸드, 허겁지겁 먹는 행위, 과도한 음식섭취 등 많은 부정적 행위를 동반시킨다. 올바른 음식 염처수행 방식의 식사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

7. 건강과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식물성 음식을 먹어라

음식명상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먹을 음식을 깊이 관찰하면서 음식이 담긴 그릇 너머의 것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음식명상자들은 적색육이나 가공육으로 인해 야기되는 대장암, 고기나 유제품의 포화지방이 야기하는 심장병에 대한 위험성 등 동물성 식품이 몸에 야기할 위험한 대가를 보게 된다. 또 고기 생산과 낙농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눈뜨게 된다.

틱낫한 스님의 이 음식 관련 명상법은 일반인도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간단명료함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적절한 섭취방식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음식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건강한 인식도 함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끝으로 한 가지 언급할 점은 현재 한국사찰의 음식명상 실천에 관한 부분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사찰음식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 수준과 음식문화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디어를 통해 중요한 음식선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왔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SNS를 통해 일반 음식뿐만 아니라 사찰음식에 관한 많은 정보들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찰음식문화 전파도 이제는 상당한 대중성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찰음식이 대중화되었지만 불교의 음식문제에 대한 대안 중 하나일 수 있는 음식명상의 실천과 관련해서는 눈에 띄는 활동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틱낫한 스님의 음식명상은 개인적인 의지로도 실천할 수 있는 정도의 간단하고 수월한 방식이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 맡기기보다는 템플스테이 등의 방식에 의해 조직되고 실행된다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덧붙여 앞서 예로 든 틱낫한 스님의 음식명상 방법뿐 아니라 한국불교에 더욱 적합한 음식명상의 방법들이 고안되고 실천되는데 있어서도 템플스테이를 통한 음식명상의 정착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공만식
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음식문화학 담당교수(대우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후 영국 런던대(Kings College, London)에서 ‘종교학과 음식학’으로 박사학위를, 이어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초기불교 & 초기인도불교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초빙연구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불교음식학-음식과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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