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동생 죽인 업보
수천 년 지옥고 치르고
正覺 후에도 과보 받아

부처님 발을 다치다

데바닷타(Devadatta)는 부처님을 대신해 제자들을 거느리고 싶은 탐욕으로 가득 차 부처님께 이렇게 요구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나이가 많으셔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니 마땅히 고요한 곳에 계시면서 편안히 스스로를 지키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에게 대중을 맡기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가 잘 거느리고 보호하겠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이런 요청을 거부하자 데바닷타는 원한을 품고 부처님을 살해하기 위해 고민했다. “나는 지금 사문 고타마(Gotama)를 죽이고자 하니, 그 방책을 세우도록 하자. 나는 지금 어떤 것으로 그를 공격해야 할지, 또 어디를 먼저 공격해야 그의 목숨을 쉽게 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데바닷타는 아자타삿투 왕자의 도움을 받아 살해계획을 실행하고자 했다. 데바닷타는 먼저 두 사람에게 부처님을 죽이도록 명령했다.

“너희들은 부처님을 죽인 뒤에 돌아올 때에는 서로 다른 길로 돌아와라.”

두 사람을 보낸 후에 다시 네 사람을 보내 이렇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저 두 사람을 죽이고, 돌아올 때에는 서로 다른 길로 와라.”

그 후에는 다시 여덟 사람을 보내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저 네 사람을 죽이고, 다시 다른 길로 돌아와라.”

이와 같이 차츰차츰 두 배로 사람을 보내 예순네 명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 두 명의 살인청부업자를 없애 누가 부처님을 죽였는지 모르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굴에서 나와 바위 밑을 거닐면서 생각했다.

“내가 옛날에 지은 업의 기한이 오늘에 다했구나. 전생에 쌓은 나의 숙업(宿業)이 성숙해 그 업보가 밀려오고 있다. 물이 급하게 흐르니 도저히 멈추게 하여 되돌릴 수 없다. 스스로 지어 스스로 받는 것이니, 다른 사람이 대신 과보를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데바닷타의 살인 청탁을 받은 두 사람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부처님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멀리서 부처님의 자애로운 모습을 본 후 기쁜 마음이 생겨 곧 칼과 몽둥이를 버려두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예배하고 앉았다. 부처님은 미묘한 법문으로 두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셨다. 두 사람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두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돌아가려 하면 다른 길로 갈지언정, 온 길로는 되돌아가지 마라.”

두 사람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서 데바닷타에게 돌아가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큰 신통과 공덕과 위력이 있으시고 제자들까지도 신통력이 있거늘, 우리들이 어찌 부처님을 해칠 수 있겠습니까?”

데바닷타가 말했다.

“너희 놈들은 나가 죽어라. 너희 놈들을 무엇에 쓰겠느냐? 어찌 두 놈이 한 사람을 죽이지 못하느냐?”

데바닷타는 이와 같이 격분하고 고함을 질렀다. 데바닷타는 분노심이 치솟아 기사굴산 정상에 올라가 큰 돌을 들었다. 그리고 산 아래에 있는 부처님을 향해 그 돌을 던졌다. 그때 집금강신(執金剛神)이 금강저(金剛杵)로 허공에서 돌을 쳐 깨부수니, 그 가운데 돌 한 조각이 부처님의 몸을 향했다. 그때 금비라(金毗羅) 야차가 돌을 막아 부처님의 몸에 닿지 못하게 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몸에 맞았다. 야차가 맞은 돌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부처님의 발을 다치게 해 발에서 피가 났다. 부처님께서 굴속으로 다시 들어가 손수 가사를 네 겹으로 개시고 오른쪽으로 누우셨다. 부처님께서는 다리를 서로 포개시고 입정(入定)을 한 상태로 격심한 고통을 참으셨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데바닷타가 부처님을 다치게 했다는 말을 듣고 제각기 몽둥이와 돌을 들고 굴을 둘러싸고 높은 소리로 외쳤다. 부처님께서 굴에서 나오셔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몽둥이와 돌을 가지고 굴을 둘러서서 고기잡이꾼이 고기를 잡는 것같이 크게 소란스러운가?”

비구들이 대답했다.

“데바닷타가 와서 부처님을 해치려 한다기에 저희들이 몽둥이와 돌을 들고 굴에 왔습니다. 원수가 와서 부처님을 해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각자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서 일심으로 수행하라. 전륜성왕은 밖의 원수에게 피해를 받는 일이 없다. 여래도 이와 같아 외부의 어떤 원수가 오더라도 살해당하는 일은 없다.”

발을 다치게 된 전생 업

한 비구가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무슨 악업을 지으셨기에 정각(正覺)을 이루신 뒤에도 데바닷타가 던진 돌에 발가락을 다치셨습니까?”하고 질문하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스스로 그러한 업을 지었으니, 반드시 스스로 받는 것이다. 인연이 증장되어 무르익어지면 그 과보가 현전(現前, 눈앞)되는 것이다. 마치 그림자가 사물의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그 과보에 감응하게 되어 다른 사람이 대신 받을 수 없다. 가령 백 겁을 지낸다고 하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연(因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를 스스로 받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주 먼 과거 생의 일이다. 어느 마을에 한 장자가 아내를 얻었다. 장자는 아내와 함께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오래되지 않아 그 아내는 아기를 임신해 달이 차자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 아이가 점차 자라났는데 생모가 갑자기 죽게 되었다.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다시 아내를 얻어 함께 여생을 즐겨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아내를 새로 얻었는데, 오래지 않아 또 아들 하나를 낳고 숨을 거두었다.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다시 아내를 얻으면 오래지 않아 또 죽을 터이니, 나는 큰아들을 위해 한 여인을 데려와 혼인을 시켜야겠다.’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큰 아들로 하여금 즉시 여인을 맞아들이도록 하였다. 큰아들은 여인과 함께 결혼하여 많은 자녀를 두었다.

장자가 죽자 두 번째 부인의 아들은 첫 번째 부인의 아들에게 의탁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의 아이입니까?’

‘저 아이는 계모의 아들로 나의 동생이오.’

‘아우와 함께 재산을 나누어야 합니까?’

‘마땅히 똑같이 나누어야 하오.’

‘당신은 지금 자녀들이 많으니 많은 재물이 필요한데, 그 재물을 동생과 나눠야 합니까? 아우는 혼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여럿인데 어찌하여 똑같이 나누는 것입니까?’

‘세상의 법이 그와 같은 것이오.’

‘죽여 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산 때문에 동생을 죽이는 것이 어찌 용납되겠소?’

아내가 거듭해서 유혹하니 욕심이 생긴 남편은 살생의 악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남편은 조용히 생각했다.

‘만약 마을에서 동생을 죽이면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숲속으로 데리고 가 없애는 것이 좋겠다.’

형은 곧 아우에게 명했다.

‘너는 그릇을 가지고 나와 함께 숲으로 가서 꽃을 따자.’

아우가 말했다.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형제는 함께 산모퉁이에 도착했다. 그때 형은 아우를 구덩이에 밀어 떨어뜨리고 돌로 때려서 죽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에 장자의 맏아들로서 아우를 죽인 자가 지금의 나이다. 옛날에 재물의 이익 때문에 계모의 아들인 아우를 죽인 일로 말미암아 그 업보 때문에 여러 해 동안, 여러 백 년 동안, 여러 천 년 동안, 여러 백천 세(歲)동안 지옥에 떨어져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남은 업력 때문에 정각(正覺)을 이룬 뒤에도 산에 있는 돌이 무너져 내려 나의 발가락을 다치게 한 것이다. 만약 흑업(黑業)을 지으면 흑과(黑果)를 받고, 순수한 백업(白業)을 지으면 순수한 백과(白果)를 받으며, 만약 잡업(雜業)을 지으면 틀림없이 잡과(雜果)를 받게 된다. 너희들은 마땅히 흑업·잡업은 버리고 오직 백업만을 지어야만 한다.”

부처님께서 전생에 유산 때문에 의붓동생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사실이라고 믿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 문헌에는 부처님께서 데바닷타의 살해 시도로 고통을 받은 것은 당신이 과거에 지은 악업에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처님조차도 자신이 지은 죄업에 대한 과보를 피하지 못하고 받아야 했던 것이다. 업보의 법칙은 부처님을 포함해 세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만큼 우리는 항상 선업을 지으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안양규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불교문화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