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집단 이기주의 시대
자살률 급증에 대책 시급
공동체 정신 자각·실천해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적지 않은 진통과 혼란을 겪고 있다. 한때 널리 K방역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에서 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확진자 수가 100명 이내로 유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8.15 광화문집회 이후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코로나시대에도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찾아왔다. 완연한 봄기운에 마스크를 쓴 채 꽃구경이나 봄철 나들이를 통해 잠시 코로나로 인한 피로감을 잊어보기도 한다. 이제 봄을 맞이하여 자연의 생동하는 기운을 느끼고 신선한 공기를 맘껏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평범한 일상이 바로 행복이요,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인간이란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다. 건강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듯이, 평범한 일상을 잃은 후에야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코로나시대가 우리사회에 던져준 화두는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가 나오는 것도 매우 안타깝지만, 우리사회의 일각에서 간혹 개인이나 가족이 집단자살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도 상당히 우려스럽다. 이러한 자살문제는 성장제일주의와 승자독식의 냉혹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마저 완전히 막혔을 때 야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문제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자살률이 급증하는 문제도 뭔가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할 일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인간이나 자연을 모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연기적인 존재로 본다. 이런 점에서 국가와 사회도 운명공동체임을 절실히 자각해야 한다.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문제는 나 혼자나 내 가족만이 개인위생이나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다 같이 함께 개인위생이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때 언젠가 코로나19도 종식될 수 있다. 요컨대 우리사회가 개인 이기주의나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상생과 공동체 정신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발휘할 때 코로나19를 비롯한 여타 망국의 병도 치유될 것이다.

〈유마경〉에서는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心淸淨 國土淸淨)’고 설한다. 이는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면 지혜롭게 되고, 절로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되어, 결국 공덕을 널리 회향하여 방편을 따라 중생들이 청정하므로 국토가 청정해진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불가에서 이 말은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더욱 중시하는 등 다양하게 해석된다. 하지만 그 본질적인 의미는 인간과 자연이 연기적인 존재임을 자각하여 상생의 차원에서 개인의 욕망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길이 바로 국토청정, 즉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길임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제 부처님 오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사바세계에 삼계의 고통을 편안케 하려고 오신 부처님의 이타적인 자비의 정신, 즉 부처님의 탄생게[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에 담긴 의의를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모쪼록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행사가 지쳐가는 국민들의 힐링을 위해 원만히 회향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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