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단상

어린 아이들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엄마!”를 외친다. 무서울 때도, 넘어졌을 때도 엄마를 찾는다. 엄마가 곁에 없어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청년기의 남녀들도 힘들 때면 곧잘 “엄마”를 내뱉는다. 어쩌면 ‘엄마’란 단어에는 어떤 주술적 힘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몇 달 전 유명 배우가 방송에 출연해 공황장애를 겪다가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연을 털어놨다. 불자였던 그는 어느 날 숙소에서 호흡곤란을 겪게 됐다. 처음에는 “괜찮아, 괜찮아.”라며 스스로 다독였는데, 증세가 심해지자 자신도 모르는 새 “하나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내뱉었다고 한다. 그는 이 사건 후 개종했다.

종교학적으로 보면 하나님보다는 부처님이 인간과 더욱 가깝고 친근하다. 절대자인 하나님과 인간은 수직적 위치인 반면, 부처님과 불성을 지닌 중생은 수평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하나님’을 더 자주, 쉽게 부른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무의식적으로 어떤 단어가 튀어나오려면 평소 그만큼 자주 듣고 말해야 한다.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며 우는 건, 태어난 후 자신을 돌봐준 사람이 엄마였고, 처음 배운 단어가 엄마였기 때문이다. 기어 다니고, 말을 배울 때 돌봐준 사람이 할머니나 아빠였다면 “할머니”, “아빠”를 부르며 울지 않았을까 싶다.

사찰이나 교회에 가는 빈도와 무관하게 평소 생활에서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을 자주 외는 불자가 돼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아이구,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불자가 얼마나 될까? 천태종과 같이 ‘관세음보살’ 염불수행을 하는 종단에 소속돼 있지 않더라도 불자라면 마땅히 불보살님의 명호를 자주 외야 한다. 불보살님의 명호가 얼마나 자연스레 입 밖으로 나오는지는 신심의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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