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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수처작주, 삶의 지혜
  • 김재권 능인불교대학원대 교수
  • 승인 2021.01.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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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상황 속
자신의 본질 통찰하며
상생의 길 되새겨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민생경제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코로나블루’, 즉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업무과중이나 과로로 인한 택배기사들의 비일비재한 죽음도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엄동설한에 난방도 되지 않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우리사회의 자화상과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회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훈훈한 소식도 간간히 들려와 잠시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제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어려운 시국과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각자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각오를 다질 때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학계에서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되었다. 이는 진영논리에 젖어있는 무책임한 정치권을 겨냥한 말이지만 단순히 정치권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아시타비’는 “내가 하면 옳고 상대가 하면 틀렸다.”는 자가당착에 빠진 개인이나 집단적 이기주의의 잘못된 풍조를 경책한다.

중국 당나라시대의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법어를 널리 설파했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지금 서 있는 그곳이 진리의 자리라는 말이다. 삶의 외적 환경이나 사회·경제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으로 살라는 불가(佛家)의 말은 자칫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다시금 재검점할 필요가 있다.

임제 선사는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참다운 삶이나 깨달음의 길을 자기 자신의 참다운 본성, 즉 불성을 자각하는 데서 찾고자 한 것이다. 옛 선사들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일체의 종교적인 도그마나 그 권위를 넘어서 생명의 본질이나 살아 숨 쉬는 자기 자신을 철저히 자각하라는 의미이다.

불가에서 지혜로운 이는 마음 밖에서 따로 도를 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임제선의 가풍을 전하는 마조 선사는 ‘평상심이 바로 도’라고 강조했다. 이때 불가에서 말하는 평상심은 삼독심이나 업식에 물든 사유나 분별을 떠난 순수한 마음을 말한다. 즉 일체의 인위적인 조작을 거치지 않은 마음이 평상심이다. 이러한 평상심을 회복하고 자각하는 일이 바로 참된 수행이요, 도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의 조건으로 경제적 부를 추구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물질·경제적 풍요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시대에 직면한 위기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근본이나 자기 자신의 본질을 통찰하라는 옛 선사들의 가르침과 공동체적 상생의 정신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김재권 능인불교대학원대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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