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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시락금강단상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다. 특히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확진자도 매일 수백 명씩 나오다보니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가 감염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식사로 ‘도시락’을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이럴 때는 나 혼자만이도 조심해서 타인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는 생각에 필자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쌀 자신이 없어 망설이다가 아내에게 부탁을 해서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며칠 도시락을 싸주던 아내가 “반찬거리가 마땅찮네.”라고 혼잣말하는 걸 듣고는 미안한 마음에 마트에서 밑반찬 두세 가지를 사왔다. 중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남편 도시락을 싼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도시락 생각을 하다 보니 한동안 잊고 있던 ‘엄마표 도시락’이 떠올랐다. 19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필자 세대는 대부분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고등학교 때는 저녁식사도 도시락이었다. 식욕이 왕성할 때라 도시락만으로는 허기진 배가 채워지지 않았지만, 나름 든든한 한 끼였다.

당시 맞벌이를 하셨던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셨다. 피곤한 몸을 10분이라도 더 누이고 싶었을 테지만, 새벽잠을 설치는 귀찮음을 마다않고 두 살 아래 여동생의 몫까지 서너 개의 도시락을 싸주셨다. 그 정성을 생각지 않고 며칠 도시락 반찬이 비슷할 때는 반찬투정을 부렸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엄마 마음에는 작은 생채기가 더덕더덕 생겨났을 것이다.

엄마는 싫은 소리는커녕 “미안타. 내일은 딴 거 해주께.”라는 말로 달래며 학교에 보내곤 했다. 30여 년 전에 있었던, 어렴풋이 남아 있는 기억이지만 지금도 그때 투정 때문에 아파했을 엄마를 생각하면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내가 싸 준 도시락에서 만난 중·고생 시절 엄마의 도시락.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부산으로 내려가지 못했는데, 전화도 잘 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 오늘은 전화를 드려 말씀드려야겠다. “엄마! 고마워요.” 

이강식 기자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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