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채식 일부 사찰 탁발
큰 행사 땐 ‘쌀국수’ 먹어

사찰음식은 사찰에 거주하는 대중이 주로 먹는 음식을 말합니다. 사중 스님들이 만들어 먹는 음식은 물론 불자들이 공양 올린 음식도 포함되지요. 그런데 나라마다 기후가 다르고, 환경에 차이가 있다 보니 사찰음식도 제각각입니다. 세계 각국의 사찰음식과 대강의 요리법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수행과 생활을 엿보고자 합니다.

천안에 위치한 베트남 사찰 원오사 총무 득휘 스님이 반쯩을 부처님 전에 올리고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인지 종교인구는 많지 않다. 8,500만의 인구 중 12%가 불교를, 7%가 가톨릭을 신앙한다. 이에 비해 불교가 기원 2~3세기경 전래돼 오랜 세월만큼 전국에 많은 사찰이 산재해 있다. 베트남 국내에는 1만 8,000여 개의 사찰이 있으며, 남방·북방불교를 합쳐 스님 수는 5만 5,000여 명에 이른다. 전체 사찰 중 북방불교 사찰은 70%, 남방불교 사찰은 30%를 차지한다. 북방불교권 사찰에서는 엄격하게 채식을 지키는 반면 남방불교권 사찰에서는 탁발을 하기 때문에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순번 정해 대중공양 준비

베트남 북방불교권 사찰은 중국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엄격한 채식도 그 영향인데, 우유는 섭취한다. 채식의 목적이 불살생이기 때문이다. 반면 남방불교권 사찰의 스님은 탁발을 하기 때문에 사찰음식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불자들이 시주하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원오사는 북방불교권에 속하는 베트남 사찰이다. 원오사 총무 득휘(Đức Huy) 스님(비구니)에 따르면 북방불교권 스님들은 아침·점심·저녁 세 끼 공양을 한다. 한 테이블에 네 명이 앉는데, 식탁에는 밥과 △국 △채소볶음 △조림(당근·무·두부·버섯 등) △튀김 또는 삶은 음식 등 네 가지 반찬이 오른다. 

반찬은 인원수에 맞게 놓여진다. 예를 들면 4명이 식사할 경우, 두부는 네 조각이 나온다. 음식의 종류는 다양한 편인데, 콩으로 만든 두부가 대표적이다. 오신채를 섭취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대파는 흰 부분까지 사용한다. 간혹 환자가 먹는 음식에는 오신채를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제철에 나오는 음식재료에 따라 음식종류가 다양하지만 베트남은 아열대(북부)·열대몬순(남부) 기후여서 계절별 음식은 차이가 없다. 다만 채소 종류가 많다보니 이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베트남 북방불교 사찰에서는 스님들이 직접 공양준비를 한다. 재가자가 공양간에서 음식을 해 주는 사찰도 일부 있지만, 전체 북방불교 사찰 중 1% 정도에 불과하다. 그 외에는 비구·비구니 스님의 구분, 법랍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사중의 스님들이 순번을 정해서 전체 대중의 공양물을 준비한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사찰처럼 소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다만 공양간 순서가 누구인지 순번을 정해주는 스님은 별도로 있는데, 대부분 법랍이 높거나 세납이 많은 스님이다.

중국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자급자족’하는 사찰도 일부 있다. 도심에 있는 사찰은 농산물을 키울 땅이 없어서 채소를 기르지 못하지만, 시골 지역의 사찰은 비교적 땅이 넓어 채소를 키우면서 자급자족 하기도 한다. 즉 채소류는 직접 재배하거나 부족할 때는 구매하기도 하고, 불자들이 공양을 올리기도 한다.

베트남의 한 사찰에서 대중 스님들이 공양에 앞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독특한 보시식 문화 이어져

베트남 사찰의 밥그릇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그릇의 2/3 정도만 밥을 담는다. 일반적으로 식사량이 많지 않은 편인데, 체구가 큰 스님은 밥을 두 그릇 먹을 수도 있다. 북방불교권 스님들은 오신채를 하지 않고, 육류와 생선은 먹지 않은 채 오로지 채식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자들도 공양물을 올릴 때 육류와 생선, 오신채는 제외한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하면 ‘쌀국수’다. 사찰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등 명절이나 축제 때 쌀국수를 먹는다.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는 불자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쌀국수와 같이 만들기 간편하고, 먹기도 쉬운 음식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 비빔밥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베트남 북방불교권에는 ‘보시식(布施食)’ 문화가 있다. 불자들이 소망하는 일이 있을 때 대중 스님들께 올리는 공양을 말한다. 공양을 올릴 수 있는 날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보시식을 올리길 원하는 불자는 먼저 부처님 앞에 나아가 “제가 보시식 올리기를 원합니다.”라고 고하면서 절을 한다. 

보시식 음식은 불자가 가져온 음식재료로 스님들이 사찰 공양간에서 만들기도 하고, 불자가 스님을 도와 직접 만들기도 한다. 보시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보시식을 받은 후에는 어른 스님은 불자에게 덕담을 해주거나 법문을 통해 가르침을 준다.

북방불교권 스님들은 안거 기간 중에 발우공양을 한다. 또 평소에는 일상용 승복을 입고 공양을 하지만, 안거 때는 의식용 승복을 입고 발우공양을 한다. 안거 기간 중의 공양을 일종의 의례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밥을 뜰 때는 평소와 달리 양에 상관없이 한 주걱만 뜰 수 있다. 본인의 생각보다 밥의 양이 적더라도 재차 뜰 수는 없다.

베트남 스님들은 평소 일상용 승복을 입고 상(床) 공양을 한다. 하지만 안거 때는 의식용 승복을 입고 발우공양을 한다.

음식은 ‘약’, 맛 평가는 하지 않아 

북방불교권 사찰에선 몸이 아픈 스님들을 위해 특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음식을 준비하는 건 아니고, 해당 스님만을 위한 음식 준비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스님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돌아와 어른스님과 주지 스님에게 자신의 병명을 알린다. 이를 듣고 주지 스님은 그날 음식을 담당한 스님에게 아픈 스님의 회복에 맞는 특식을 지시한다. 흰죽을 준비하거나, 채소와 밥만 주기도 한다. 튀김류는 식단에서 제외한다. 간혹 기력회복을 위해 베트남식 한약을 지어 주기도 한다. 

베트남 스님들은 공양을 할 때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음식을 섭취할 때 식탐(食貪)이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함인데, 마음속으로 ‘오관게(五觀揭)’를 외우면서 음식 섭취는 오로지 몸을 이롭게 하는 방편이라고 생각하면서 먹는다. 공양을 마친 후에도 ‘이것은 맛있다, 저것은 맛이 없다.’라는 등의 맛의 평가는 절대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사찰음식도 그렇듯, 베트남 사찰음식도 국민들이 즐겨먹는 음식 중에서 육류와 어류를 채소와 곡류로 바꾸어 수행식으로 발전시킨 경우가 많다. 이번에 소개한 베트남 사찰음식 중 ‘반쯩’이 떡 안에 소를 고기 대신 버섯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베트남 틱뜨엉탄(Thích Tường Thanh) 천안 원오사 주지 스님이 추천한 쏘이 걱·째쪼이늑·반쯩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사찰음식인 동시에 베트남 사람들이 설날(음력 1월 1일)과 대보름(음력 1월 15일)에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완성된 쏘이걱. 찹쌀에 과일과 코코넛밀크 등을 넣어 만든다.

○ 베트남식 찹쌀밥 - 쏘이걱

쏘이걱은 열대과일의 하나인 ‘걱’을 넣어 만든 찹쌀밥이다. ‘걱찹쌀밥’ 또는 ‘붉은 찹쌀밥’으로 불린다. ‘걱’은 박과 여주속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리코펜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열대과일이다. ‘쏘이’는 고기·생선·채소·과일·콩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지은 베트남식 찹쌀밥이다. 

베트남인들이 즐겨먹는 대중적인 음식이자, 불자들이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재가자들은 고기와 생선을 넣어 쏘이걱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찰에서는 주로 찹쌀을 넣어 만든다.

재료는 걱, 찹쌀, 코코넛밀크, 설탕, 소금 등이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6~8시간 물에 불린 찹쌀에 걱을 넣어 골고루 섞는다. 찜기에 면포를 깔고 걱과 섞은 찹쌀을 부어 밥주걱을 이용해 평평하게 한 뒤 20분가량 쪄낸다. 다 쪄지면 설탕을 넣은 코코넛밀크를 골고루 뿌리고 20분간 더 찌면 완성된다. 걱찹쌀밥이 완성되면 ‘복(福)’자 틀에 넣고 그 위에 삶은 녹두를 얹은 뒤 다시 걱찹쌀밥을 넣는다. ‘복’자 틀 뚜껑으로 눌러서 압축시킨다. 그릇 위에서 뒤집어서 빼내면 완성이다. 

모양은 우리나라의 볶음밥과 비슷한데, 맛은 달다. 코코넛밀크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음식재료로 코코넛밀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단맛이 나는 음식이 많다.

라영잎 4장으로 박스 모양을 만들고 찹쌀·삶은 녹두·표고버섯을 차례로 넣고, 대나무 껍질로 만든 끈으로 묶은 뒤 물에 담가 6~8시간 익히면 완성된다.

○ 시루떡 연상되는 반쯩

베트남 북부지역에서는 네모난 모양의 반쯩(Bánh chưng, 또는 바잉쯩)을, 남부에서는 원통 모양의 반뗏(Bánh tét, 또는 바잉뗏)을 먹는다. 둘다 찹쌀을 기본재료로, 버섯(재가자들은 고기를 넣는다)과 녹두로 소를 넣은 뒤 라영(Lá dong)잎 등으로 싸서 대나무 껍질로 만든 끈으로 묶어 약 6~8시간가량 익힌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떡과 유사하다. 식감은 떡과 진밥의 중간 정도로 떡에 비해서는 질다. 찹쌀과 표고버섯이 들어가 쫄깃한데, 비교적 단맛이 덜하다.

재료는 찹쌀·녹두·표고버섯·라영잎·소금·간장·대파 흰 부분 등이다. 먼저 찹쌀을 6~8시간 물에 불리고, 녹두는 삶는다. 표고버섯은 냄새를 빼기 위해 살짝 데친다. 절구에 데친 버섯을 넣고 몇 번 찧은 뒤 식용유에 살짝 튀긴다. 튀기면 풍미가 깊어진다. 튀긴 버섯에 간장·조미료·대파 흰 부분을 넣어 함께 볶는다. 라영잎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른다.

사각형 틀에 자른 라영잎 네 장을 겹겹이 쌓아 박스 형태로 만든다. 여기에 밥그릇 한 공기 분량의 찹쌀을 넣고 평평하게 다진 뒤 삶은 녹두 두 국자를 넣고 또다시 평평하게 만든다. 그 위에 표고버섯을 적당히 넣고 다시 찹쌀 한 공기를 넣은 후 라영잎으로 덮어서 틀에서 빼낸다. 마지막으로 끈(일반적으로는 대나무 껍질로 만든 끈)으로 묶는다.

스테인리스 통 바닥에 라영잎을 깔고 그 위에 반쯩을 넣은 후 반쯩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은은한 장작불로 6~8시간가량 익히면 완성된다. 

째쪼이늑은 후식의 하나로 우리의 새알심 또는 찹쌀떡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단맛이 강한 편이다.

○ 새알심 닮은 후식 째쪼이늑

째쪼이늑은 찹쌀·고구마·코코넛밀크 등을 넣어 만든 일종의 후식이다. 재료는 찹쌀가루·자색고구마·호박고구마·녹두·생강·설탕 등이다. 완성한 뒤에 붓는 소스 재료는 코코넛밀크·소금·타피오카가루 등이다. 

후식임에도 조리법은 조금 복잡하다. 먼저 삶은 녹두에 코코넛밀크를 넣어 반죽한 뒤 500원 짜리 동전 크기의 새알심을 만든다. 두 개의 그릇에 찹쌀가루를 담고 찐 자색·호박고구마(또는 밤)를 각각 넣어 물을 부어가며 반죽한다. 조금씩 떼어 만두피처럼 둥글게 만든 뒤 그 위에 만들어 놓은 새알심을 놓고 둥글게 감싼다. 남은 반죽으로는 작은 새알심을 만든다. 끓는 물에 새알심을 넣고 익힌다. 새알심은 하얀 색부터 먼저 익혀 건져낸 후 짙은 색깔을 넣어 익힌다.

소스는 비교적 간단하다. 코코넛밀크가 끓으면 소금을 한 티스푼 넣는다. 타피오카가루는 물에 개서 끓은 코코넛밀크에 넣는다. 완성된 째쪼이늑을 색깔별로 골고루 그릇에 담은 뒤 소스를 붓고, 땅콩을 뿌려 마무리한다. 

째쪼이늑은 후식답게 많이 달다. 코코넛밀크의 맛 때문에 많이 먹으면 김치가 생각날 수 있다. 새알심은 우리나라의 찹쌀떡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찰기는 찹쌀떡만 못하다. 대신 몇 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진다.

12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반쯩, 쏘이걱, 째쪼이늑, 라영잎으로 감싼 반쯩. 베트남인들이 설과 대보름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베트남 불자들이 명절에 스님들께 주로 공양 올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코코넛밀크는 코코넛 과육에서 뽑아낸 진액인데, 동남아 요리에서 우유 대신 사용하는 음식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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