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우울 치료 위한 불교심리학 강의
김정호 외 2명 공저/불광출판사/14,800원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세 가지 감정은 분노와 우울 그리고 (상처 입은)자존감이다. 이 감정들은 마음병이 생기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코로나블루(우울), 코로나레드(분노), 코로나블랙(좌절)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로 현대인들의 마음 상태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마음병을 얻은 이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종교인, 심리학자와 의사들은 불교에 바탕은 둔 교리나 명상·수행법을 접목해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불교의 팔정도(八正道)다. 팔정도는 중생들이 삶의 괴로움을 여의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여덟 가지 가르침이다. 그 중 첫 번째는 ‘정견(正見)’으로, 불교심리학에서 심리치료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덕목이다. 정견은 ‘있는 그대로 똑바로 봄’을 말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보아야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감정수업〉은 불교심리학의 측면에서 ‘분노’(김정호·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자존감’(서광 스님·한국명상심리상담원장), ‘우울’(전현수·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등 세 가지 감정의 작동 원리와 다루는 법을 제시한 강연 모음집이다.

책은 △제1강 분노는 나의 스승이다(MPPT로 분노 다스리기) △제2강 당신의 자존감은 안녕한가요(상처 입은 자존감을 위한 불교심리학) △제3강 마음을 알면 우울이 보인다(초기불교로 마음 분석하기) 등으로 구성됐다.

김정호 교수는 ‘분노는 나의 스승이다’에서 마음의 특성을 배우고 다루는 방법을 익혀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공부 프로그램인 ‘마음챙김 긍정심리 훈련’(Mindfulness & Positive Psychology Training, MPPT)의 관점에서 분노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하는지, 각자의 마음기술을 적용해 분노를 관리하는 방법 등을 살폈다.

김 교수는 바르게 화를 다루는 방법으로 ‘자신의 화가 정당한 것인지 곰곰이 살펴보는 것’, ‘분노를 적절히 표한 것’ 등 두 가지 태도를 제안한다. 이는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화를 낼 만큼 중요한 욕구인지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후회를 하지 않고, 마땅한 분노라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두 가지 태도를 몸에 익히기 위해선 명상이나 마음챙김, 긍정심리 행동 등으로 꾸준히 마음 훈련을 해볼 것을 권한다.

김정호 교수는 “분노의 감정을 잘 알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분노는 죽음까지 몰고 갈 수 있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를 입힌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화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자존감은 안녕한가요’에서는 불교심리학에서 바라 본 자존감의 진짜 정체와 상처 입은 자존감(自尊感, 자아존중감의 줄임말)을 회복하는 법을 알려준다. 서광 스님은 먼저 자존감과 자존심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존감은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생각으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고, 자존심(우월감, 열등감)은 ‘상대적인 우위, 외부의 평가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 열린다. 스스로를 사랑하려면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불교적으로는 자기 안에 불성(佛性)이 내재돼 있음을 믿어야 한다는 말이다.

스님은 “진정한 자존감은 비교나 경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시하고 봉사하는 삶을 통해서 얻어진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을 갖게 된다. 한 마디로 진정한 자존감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음이 알면 우울이 보인다’에서는 초기불교와 불교정신치료의 관점에서 ‘우울’을 분석했다. 전현수 원장은 붓다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비담마(Abhidhamma)에 근거해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살폈다. 이를 통해 우울을 비롯한 감정의 실체와 부정적인 감정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설명한다.

전 원장은 “우울한 이유는 우리 마음이 우울한 대상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현재로 돌아오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면 지혜와 마음의 힘이 생겨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울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가족이나 친구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전 원장은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시각이 아니라 가능하면 본인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세 명의 불교심리상담 전문가들의 강의 내용에는 일시적인 위로와 힐링, 치유가 아닌 마음의 고통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이 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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