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철학 관점서 본 붓다 가르침
홍창성/운주사/12,000원

연기(緣起)·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는 불교의 핵심 교리다. 이 네 가지 교리는 불교 탄생 이후 수많은 수행자와 논사, 그리고 학자들의 수행적·학문적 탐구 대상이었다. 이들은 각자 이해하고 터득한 이치를 세상에 드러내 불자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오롯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최근 홍창성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 철학과 교수도 현대철학의 관점과 방법론으로 연기·공·무상·무아를 해석하고 논증한 책을 펴냈다.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는 홍 교수가 2018년 가을부터 2019년 겨울까지 월간 〈불교문화〉에 연재한 15편의 에세이를 다듬어 출간한 불교철학서다.

저자는 “불교는 가르침 하나하나의 이치를 따져가며 받아들이고 수행해야 깨달음에 이르는 종교다. 그래서 불교철학은 불교를 더욱 불교답게 한다. 참선수행과 대중교화 및 자비행도 불법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하고 “수록된 글들은 나름 작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한국 불교 철학계에 (연구 방법론에 있어)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의도로 썼다.”고 밝혔다.

저자는 ‘연기’를 ‘모든 사물이 조건에 의해 생성·지속·소멸한다는 붓다의 통찰’로 봤다. 또 물질계와 의식계에 있는 모든 것은 조건에 의해 생멸하며, 만물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연기의 그물 밖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공’에 대해선 “그 어떤 것도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성을 가질 수 없고, 만물은 자성(自性)을 결여하여 공하다. 만물은 연기하고, 연기하는 것은 공하다. 연기가 공이다.”라고 주장한다.

‘무상’에 대해선 ‘모든 사물은 쉼 없이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조건에 의해 생멸하다보니 아무것도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없어 끊임없이 변할 수 밖에 없다. 만물은 연기하고, 연기하는 것은 모두 무상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무아’에 대해선 ‘모든 존재는 오온(五蘊)을 조건으로 잠시 모여 이루어진 묶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재하는 실체가 될 수 없고, 변함없는 자성을 가질 수도 없어 공하다. 자성을 가진 실체로서의 나〔아뜨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인 무아가 진리다.’라고 봤다. 특히 저자는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의 진리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 네 가지 불교의 핵심 교리를 아무리 쉽게 풀어냈다고 해도, 신행 위주의 재가불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각 주제를 잘게 쪼개어 하나하나 따져나가는 방식의 방법론으로 연구했기에, 현대적 관점에서 불교 핵심 교리를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