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의 사찰 순례기

구자권/연중/18,000원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받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전국의 명찰 50곳을 탐방한 후 순례기를 책으로 펴냈다.

정년퇴직 후 아내와 함께 16개월에 걸쳐 111곳의 천주교 순교성지를 답사해오던 저자는 경기도 광주의 한 성지에서 그곳이 원래 사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스님들이 어떻게 천주교 순교자를 위해 사찰 터를 내주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긴 여정의 사찰순례를 시작했다.

고향인 강화도로 낙향해 있던 저자는 전등사와 보문사를 시작으로 제주 관음사까지 전국의 명찰 50곳을 탐방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불교에 문외한이었지만 사찰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면서 불교에 마음을 열었고, 부처님 공간이 간직한 따뜻함과 넓은 아량에 자신이 그동안 이웃종교에 무관심했음을 반성하기도 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긴 여정을 마친 후 얻은 깨달음 한 가지가 있다면 자비와 평등과 평화를 실천하는 종교는 모두 하나라는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생명체를 긍휼히 여기는 측은지심이 자비 혹은 사랑이라는 종교 정신을 싹틔웠고, 그것을 열심히 실천하는 종교인은 모두 하나라”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성동 고려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어떻게 불교에 대해 이렇게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토록 폭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면서 “저자는 천성적으로 심사숙고 하는 타입이어서 자비·사랑·평화라는 말들이 각 종교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이러한 사상이 각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고민해 왔고, 결국 종교는 하나라고 귀결 짓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했다.

구자권(73)은 귀농수필가다. 현재 강화도에서 작은 농토를 일구고 있으며, 수필집 〈풀잎처럼 사랑처럼〉을 펴냈다. 계간 ‘문학과 의식’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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