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의 국보 제180호 세한도(조선 1844년, 그림: 23.9x70.4cm, 글씨: 23.9x37.8cm, 2020년 손창근 기증).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내년 1월 31일까지
세한도 등 15점과 미디어아트 5건 등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평안’ 특별전 포스터.

조선시대 ‘세한’과 ‘평안’을 대표하는 19세기 두 그림,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필자 미상의 ‘평안감사향연도’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11월 24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세한도’를 비롯해 손창근(孫昌根, 1929) 선생이 2018년 기증한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와 ‘김정희 초상화’ 등 15점, ‘세한도’의 제작 배경과 전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상 5건을 상영한다.

1부 ‘세한-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에서는 국보 제180호 ‘세한도’를 선보인다. 청나라 문인 16인과 한국인 4인의 감상 글로 이루어진 세한도 두루마리(33.5×1,469.5cm) 전모가 공개되는 건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추사 서거 150주년 특별전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전시 방식은 두루마리 앞쪽의 바깥 비단 장식 부분에 있는 청나라 문인 장목(張穆, 1805~1849)이 쓴 ‘완당세한도(阮堂歲寒圖)’ 제목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초고화질 디지털 스캐너로 스캔해 그림 세부를 자세히 보여주는 영상에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김정희의 치밀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세한도를 해석한 다양한 영상도 상영된다. 김정희가 겪은 세한의 경험과 감정을 영화 제작자 겸 미디어 아트 작가 프랑스인 장 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가 독특한 시선으로 해석한 7분 가량의 영상 ‘세한의 시간’이 공개된다.

또 8년 4개월의 제주 유배 기간 동안 편지와 물품을 주고받으며 김정희에게 빛이 되어준 동갑내기 친구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와 역관이자 제자였던 이상적(李尙迪, 1804~1865), 애제자 허련(許鍊, 1808~1893)과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김정희 연구자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鄰, 1879~1948)가 1940년 일본으로 가져간 ‘세한도’를 1944년 손재형이 폭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무사히 되찾아온 일화는 영상으로 제공된다.

김정희(1786~1856)가 초의선사에게 쓴 편지(조선, 33.3x46.4cm),

2부 ‘평안-어느 봄날의 기억’에서는 평안감사가 부임해 부벽루(浮碧樓), 연광정(練光亭), 대동강에서 열린 세 번의 잔치를 그린 ‘평안감사향연도’를 선보인다. ‘평안감사향연도’는 평안감사가 주인공인 지방 연회의 기록화이자 조선 후기 평양 사람들의 일상과 풍류를 담아낸 풍속화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으로 전하지만 작품의 낙관과 서명 방식이 달라 필자가 불명확하다.

2부에서는 평양에 도착한 감사를 축하하는 잔치의 여정을 길ㆍ환영ㆍ잔치ㆍ야경으로 나누어 미디어아트로 구현했다. ‘그날의 기록’에서는 원작인 ‘평안감사향연도’ 세 점을 직접 감상하는 공간이다. 또한 평양 대표 명소 세 곳을 노래한 다양한 시구들을 뽑아 감상의 여운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림의 뒤편’은 ‘평안감사향연도’에 대한 다양한 학술 정보와 과학적 분석 과정을 최초로 소개하는 공간이다. 영상과 작품 설명만으로는 알기 힘든 내용을 정리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회는 조선의 관리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과 가장 영예로운 순간을 상반되게 보여주는 ‘세한도’와 ‘평안감사향연도’ 두 작품에서 착안해 기획했다.”며 “전시 관람으로 힘든 코로나19 시기를 함께 극복하면 소중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곧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원 김홍도 그림으로 전하는 연광정연회도(練光亭宴會圖, 1745-1806 이후, 조선 19세기, 71.2x196.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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