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실수에 대한 가혹한 징계”
10일, 성평등불교연대도 성명서 발표

전국비구니회와 성평등불교연대가 조계종 제219회 정기중앙종회에 제출된 정운 스님에 대한 징계동의안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 이하 비구니회)는 11월 9일 ‘비구니중앙종회의원 정운 스님의 징계동의안에 대한 전국비구니회의 입장문’을 통해 “전국비구니회는 참담한 심정으로 우려를 담아 이번 (정운 스님)징계동의안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비구니회는 “정운 스님이 불교신문 칼럼을 통해 우리 종단에 대해 ‘임의단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이 표현이 문제가 되자 정운 스님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고, 종단 및 종회의원 스님들께 개별적으로 참회의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에는 아무리 큰 잘못을 범했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참회하면 자비 문중으로서 이참의 논리와 사참의 방법으로 용서하는 전통이 있다.”며 “정운 스님에 대한 징계가 실행된다면 지나치게 처벌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며, 한 사람의 실수에 대한 가혹한 징계가 자칫 성차별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평등불교연대(이하 성불연대) 또한 11월 10일 ‘중앙종회는 비구니 정운스님의 징계안을 당장 폐기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운 스님의 징계안을 당장 폐기하고, 성평등한 종단 문화 구축을 위해 혁신안을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불연대는 “공동체 안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상호 토론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게 당연한 절차”라며 “정운 스님의 글은 주장의 정당성이나 근거에 대한 논의도 없이 해종 행위로 낙인 찍혔고,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소통이나 화합도 아니며,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흐름에도 위배되며 인간존중의 시대정신도 역행한다.”면서 “누가 어떤 이유로 이처럼 부끄러운 징계안을 제안한 것인지, 왜 이토록 무모한 대응을 하는지 의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운 스님은 7월 개회한 제218회 임시중앙종회에서 ‘비구니 명사 추천 권한을 전국비구니회에 부여하는 안’을 제출했으나 종회는 비구니회가 ‘임의단체’라는 이유로 부결됐다. 이에 정운 스님은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전국비구니회를 보는 비구 스님들의 인식’ 제하의 칼럼에서 조계종에 대해 ‘임의단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정운 스님은 참회의 뜻을 밝혔고, 불교신문 칼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한편 정운 스님에 대한 징계동의안은 11월 12일 속회(續會)하는 제 219회 중앙종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하 비구니회 입장 전문>

비구니중앙종회의원 정운스님의 징계동의안에 대한
전국비구니회의 입장문

대한불교조계종 제219회 정기중앙종회 개원을 앞두고 비구니중앙종회의원인 정운스님에 대한 징계동의안이 제출된 것에 대해 전국비구니회는 참담한 심정으로 우려를 담아 이번 징계동의안이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제12대 전국비구니회는 출범 초기부터 명사 추대에 관한 사항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명사는 비구니들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수행과 지도력의 상징인 만큼 비구니들의 존경과 공의에 의해 모셔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만약 전국비구니회에 명사추천 권한이 인정되어 명확한 규정과 여법한 절차에 의해 명사가 모셔진다면 점차 무너져가는 비구니계의 위계질서를 바로 세우는데도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비구니 원로 25명은 명사법계의 지원요건과 절차가 반드시 종법에 명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구니종회의원 정운스님이 종회에 ‘비구니 명사 추천 권한을 전국비구니회에 부여하는 안’을 제출했다가 ‘전국비구니회가 임의단체’라는 이유로 좌절되자 불교신문의 칼럼을 통해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글에서 우리 종단에 대해 ‘임의단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 표현이 문제가 되자 정운스님은 공개적으로 ‘사과의 말씀’이라는 참회의 글을 올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앞으로는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종단 및 종회의원 스님들께 개별적으로 참회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종회에 징계동의안이 발의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정운스님은 그동안 척박한 지역사회에서 청소년포교에 헌신해왔고, 그 공로가 인정되어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등 누구보다 청소년 포교를 위해 남다른 열정을 쏟으며 종단을 빛낸 비구니였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실언으로 ‘종단폄훼자’라는 오명을 쓰고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전국비구니회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주시하면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불교에는 아무리 큰 잘못을 범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진심으로 참회하면 자비 문중으로서 이참의 논리와 사참의 방법으로 용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정운스님의 표현이 분명 지나치고 잘못된 면이 있지만, 본인이 진심으로 참회하였고, 이는 종단과 비구니계의 발전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운스님에 대한 징계가 실행된다면 비구니에 대해 지나치게 처벌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평등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단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뜻을 모으고 부처님 사상에 입각해 그 근거를 제시하는 등 사회의 변화를 리드해가는 진보적인 종단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 사람의 실수에 대한 가혹한 징계가 자칫 성차별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평생을 올곧게 출가자의 길을 걸어 온 수행자가 한 번의 실수로 평생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 징계동의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모든 종도들이 서로 화합하는 제도와 구조 속에서 종단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향해 비구, 비구니가 수행과 포교에 매진하는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각인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전국의 비구니스님들에게 바랍니다.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종단과 불교의 앞날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더욱 청정하게 수행 정진합시다. 한국불교의 한 획을 긋는 비구니의 위상을 일구어 나가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아 주시길 바랍니다.

불기2564(2020)년 11월 9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이하 성불연대 성명서 전문>

중앙종회는 비구니 정운스님의 징계안을 당장 폐기하라!

지난 8월 15일 <불교신문>에 논설위원인 정운스님의 ‘전국비구니회를 보는 비구스님들의 인식’이라는 칼럼이 게재되었다. ‘전국비구니회에 명사 추천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 법안을 상정하였지만 종회의원들은 ‘전국비구니회’가 종법기구가 아니라며 이의제기를 해서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전국비구니회가 임의단체라서 법안을 낼 자격조차 없다는 비구스님들의 주장에 대해, 정운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도 국가법상 ‘임의단체’라는 비유를 들었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임의단체’인 것은 사실인데, 이를 들어 총무원은 정운스님이 <승려법>과 <종무원법>을 위반했다며 징계 동의안을 제출했다. “누구보다 종헌종법을 준수하고 종단과 사부대중의 법익을 증진하도록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종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현직 중앙종회의원 신분임에도 본인의 의정활동과 관련한 내용을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칼럼을 통해 마치 사실인양 공표했다.”는 것이 징계 이유다. 암울한 종단의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소위 칼럼이란 주로 시사, 사회, 풍속 따위에 관한 짧은 평으로, 정운스님은 비구니 중앙종회의원이자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서 고정 칼럼에 비구니 명사법계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이런 칼럼이 “종도들과 국민들을 현혹케 하고 이로 인해 종단과 승가의 위의가 훼손되는” 일인가? 공동체 안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상호 토론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이다. 하지만 정운 스님의 글은 그 주장의 정당성이나 근거에 대한 논의도 없이 해종 행위로 낙인 찍혔고, 결국 공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칼럼은 삭제되었고, 스님은 호법부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았고, 그것도 모자라 중앙종회에 징계안이 올라간 것이다.

이는 소통이나 화합도 아니며,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흐름에도 위배되며, 인간존중의 시대정신도 역행한다. 그러므로 징계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가, 어떤 이유로 이처럼 부끄러운 징계안을 제안한 것인지, 왜 이토록 총무원이 무모한 대응을 하는지 그 의도를 조사해야 한다. 또한 불교신문에 해당 칼럼을 내리게 하는 등 언론을 검열하고, 언론 자유에 대한 재갈 물리기를 한 행태에 대해서도 종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비구니들의 무한 희생과 봉사를 요구하면서도 권리 요구는 묵살하고, 목소리를 내는 비구니에게는 해종 행위라며 처벌하고 낙인찍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이부승가의 한 축이라고 치켜세울 때는 언제이고, 비구니를 위협하고 억압하는 이 부끄러운 행태를 언제까지 보아야 하는가? 교단의 비민주적 운영은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병폐이며, 정치권력과 유착하여 종단운영이 더욱 왜곡될 수 있다. 전국비구니회는 차제에 이러한 부당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승가 운영의 민주성을 회복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19와 사회적 고통에 직면한 대중들을 위로해야 할 종단이 한 비구니를 처벌하려는 것은 붓다를 욕보이고, 불자들을 창피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이제는 전국비구니회를 종법으로 인정하고 비구니 참종권을 확대하면서, 비구니승가와 권한과 책임을 동일하게 나눠야 한다. 정운스님의 징계안을 당장 폐기하고, 성평등한 종단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혁신안을 제안해주길 바란다.

불기 2554(2020)년 11월 10일
성평등불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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