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과 견성성불로 해석되는 
장욱진 예술관과 선적 미학’ 살펴

서규리/우리출판사/18,000원

 

장욱진(1917~1990)은 독특한 화풍의 세계를 만들어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새로운 미술사조가 범람하는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진한 한국적 정서를 구현했는데, 그 저변에는 불교의 선(禪)의 향취가 깊게 배어 있다. 〈장욱진, 그림으로 보는 선의 미학〉은 장 화백의 ‘예술관과 선적 미학’을 주제로 그의 작품 속에 스며있는 선사상을 깊이 고찰한 책이다.

책은 다섯 마당으로 나눠져 있다. 첫째마당 ‘장욱진과 불교의 만남’에서는 불교적 가풍과 만공·경봉 스님과의 인연, 장 화백과 아내의 삶 속에 드리웠던 불교에 대해 서술했다. 둘째마당 ‘근대적 화풍의 형성기’에서는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며 서구 모더니즘의 근대적 자아를 확립하려 노력한 1950년대 장욱진을, 셋째마당 ‘근대적 자아의 모색기’에서는 추상표현주의와 결별한 후 근대적 자아관과 동양적 자아관 사이에서 갈등하던 1960년대 장욱진을 살폈다. 넷째마당 ‘작품에 나타난 선적 특징’에서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를 십우도와 연결시켜 장 화백의 자아와 선적 자아에 대해, 다섯째마당 ‘목판화집에 나타난 선의 미학’에서는 목판화에 나타난 선적 표현과 핵심 기호에 대해 풀어냈다.

책은 장욱진 화백이 남긴 1,0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일부 특정 그림에 나타난 화풍과 선사상의 관계에 집중했다. 저자는 책 말미에 “그의 자연주의적이고 동양적인 작품세계는 토속적·향토적·무교적·한국적·동양적·도가적·불교적인 등의 온갖 수식어로 표현되곤 했다.”면서 “그러나 그가 특정한 심미적·종교적 견해를 일관되게 추구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자연주의적이고 동양적인 세계는 소위 통합주의라는 보편적 자연주의인지도 모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장 화백의 예술관과 선적 미학에 대해 “장욱진이 선천적으로 선적 근기를 타고난 작가였는지는 모르지만, 1950~60년대 작가적 자아를 찾기 위해 고뇌했던 그의 행적을 보면 마치 은산철벽을 마주한 선승의 수행을 보는 듯하다.”면서 “이러한 변화들은 마치 ‘십우도’에서 깨달음을 완성한 선수행자가 다시 입전수수(入廛垂手)하여 저잣거리로 나오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서규리는 덕성여대 미술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가정학 석사학위를, 동방문화대학원대에서 불교문예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우송헌 먹그림회 회원, 한국미협(문인화)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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