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혜성 스님의 10ㆍ27법난 40주년 시집
혜성 스님/동쪽나라/1만 원

10ㆍ27 법난은 1980년 10월 27일을 기해 전두환 장군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가 불법으로 불교인들을 연행해 고문ㆍ취조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89년 11월 강영훈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고, 2018년 4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불교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올해는 10ㆍ27 법난이 일어난 지 40년 되는 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한 국민 및 불제자들의 이해와 관심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나아가 이 사건의 40주년을 기해 불교를 더욱더 강건하게 세우는 작업, 또는 국가와 종교 간의 관계, 국가와 국민 간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하려는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비춰 볼 때 10ㆍ27 법난의 가장 피해 당사자인 혜성 스님의 시집 <군화에 짓밟힌 법당>이 출간된 것은 매우 큰 의의가 있다. 그 의의는 이 시집이 10ㆍ27 법난 당시 피해자에게 가해졌던 끔찍한 가혹 행위와 그를 감내하는 피해자의 생생한 육성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집에는 가해자를 이해하고 용서하고자 하는 불제자들을 눈물겹게 만드는 감동적인 시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또 혜성 스님의 일생을 정리한 글, 10ㆍ27 법난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글, 시집에 나타나 있는 스님의 육성을 문학적인 입장에서 분석한 글들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故 혜성 스님은 193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전공업고등학교, 실달승가학원을 거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세 되던 해에 청담 스님의 제자로 출가한 뒤 혜성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이후 한국불교 정화 불사에 헌신했으며, 1964년 도선사 주지가 돼 도선사를 성장시키는 한편, 조계종의 주요 직책을 맡아 한국불교 진흥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중앙승가대 학장으로서 부지 5만 평을 확보하고, 당해 대학을 4년제 대학 학력인정 학교로 인가받은 공적이 있다. 또 혜성 스님은 불교의 사회 기여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청담중ㆍ고등학교와 혜명복지원을 설립하고, 삼전종합사회복지관장ㆍ신당어린이집 원장을 맡는 등 많은 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1980년 신군부가 불교인들을 불법으로 연행해 픽박한 사건인 10ㆍ27 법난을 맞아 한 달 동안 고문ㆍ취조를 당했고, 강제로 도선사 주지직과 함께 승려 자격을 잃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승려 자격을 회복하긴 했으나 당시에 받은 고문 후유증과 정신적 충격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후 스님은 국가를 상대로 명예 회복과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는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스님은 2018년 7월 25일 도선사 염화실에서 세수 82세를 끝으로 입적했다.

한편 혜성스님기념사업회는 10월 15일 오전 11시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조계종 원로의원 원행 스님, 종회의원 도성 스님, 이근우 前 청담고등학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집 <군화에 짓밟힌 법당> 봉정식을 봉행했다.

10월 15일 오전 11시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조계종 종회의원 도성 스님이 시집 <군화에 짓밟힌 법당>을 부처님전에 봉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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