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단상

나는 걱정이 참 많다. 하루의 대부분을 교통체증·인간관계·날씨 등 다양한 소재로 걱정한다. 좀 과한 날에는 꿈에서까지 걱정한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최악의 상황까지 걱정하고 나면, 그 뒤를 따라온 우울·짜증·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버린다.

고등학교 때, 나의 과한 걱정을 걱정해 준 친구가 “널 대신해 걱정을 해 줄거야.”라며 ‘걱정 인형’을 선물해줬다. 인형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려는데, 엉뚱하게도 ‘걱정 인형의 걱정은 누가 걱정해 주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는 나 자신을 위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학창시절 작성했던 오답노트를 떠올리게 됐다.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적은 후 왜 틀렸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정리했던 것처럼, 걱정도 적으면 쓸데없는 생각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발상에서 착안했다. 그때부터 걱정이 들 때마다 왜 걱정을 하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걱정 오답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오답노트를 적다 보니 내가 했던 걱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 걱정의 뒤를 연쇄적으로 따라왔던 불안·슬픔·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이 나의 생각보다 많이 과장됐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걱정에서 부정적 감정을 걷어내자 내가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나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후 나는 걱정이 생길 때마다 ‘오답노트에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로 인해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전에는 걱정에서 도망치거나 통제하려고 애를 썼다면,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부터는 ‘걱정’ 그 자체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걱정이라는 녀석이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나의 내면에서 자라 일상을 지배하지 않도록 애쓰는 중이다.

나는 여전히 오답노트에 많은 걱정을 적는다. 걱정거리가 매일매일 쏟아져 마음이 소란스러운 나에게 이 방법은 꽤나 괜찮은 처방이다. 요즘은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걱정과 우울이 우리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온다. 이럴 때 부정적인 감정과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오답노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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