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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본 〈첨품묘법연화경〉 판각한 안준영 각수“천 년 법화꽃으로 핀 法寶, 모든 중생 희망의 등불 되길”
〈첨품묘법연화경〉 권자본을 들어보이는 안준영 각수.

천태종이 고려의 호국불교 정신을 이어 2016년 시작한 고려대장경 초조본 〈첨품묘법연화경〉 각성불사를 회향했다. 판각을 맡은 이는 안준영 각수(함양 대장경문화학교 교장)다. 8월 28일 경판 전시를 위해 단양 구인사 불교천태중앙박물관에 온 그를 만났다.

고려인들이 판각한 고려대장경판을 천 년 만에 제 손으로 판각하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천태종 스님들과 불자님들의 원력 덕분에 무사히 판각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판각을 했던 보조각수 4명에게도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전하는 그의 말에 그간의 고단함과 시원섭섭한 마음이 묻어났다. 작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적·육체적 피로는 쌓이기 마련이다. 판각작업은 눈과 어깨의 피로가 특히 심해 1년에 새길 수 있는 경판은 70~80여 장 정도다. 그는 2016년 6월부터 〈첨품묘법연화경〉 전본(全本) 233장, 발문과 봉행위원·시주자·각수 명단 등을 담은 외장본(外藏本) 13장 등 총 246장을 보조각수 4명과 함께 완성했다. 당초 계획은 3년이었지만, 사전 준비 기간을 포함해 약 5년 만에 판각을 마쳤다.

그는 “한 글자를 얻기란(새기기란) 쉽지 않고, 완전한 경판 한 장을 완성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대장경 판각은 반복작업이기에 신심 없이는 해내지 못할 대작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말처럼 판각은 힘든 작업이다. 한지를 이어 붙일 때 쓰는 풀도 직접 만들고, 인경에 필요한 한지와 먹[墨]도 직접 골랐다. 인경에 필요한 한지를 고르는 일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인경에 필요한 한지는 신현세 의령한지장이 만든 것을, 숯먹(송연먹)은 유병조 경북 무형문화재 제35호 경주먹장의 것을 구입해 사용했다. 특히 한지의 성질이 중성이라 먹 또한 멸균증류수를 사용해 중성으로 맞추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이같은 노력 끝에 고려대장경 초조본 〈첨품묘법연화경〉이 21세기 〈첨품묘법연화경〉으로 재탄생했다.

판각에는 엄청난 양의 나무와 한지, 먹, 황동이 사용됐다. 경판은 전부 산벚나무로 제작했는데, 일반적으로 나무는 완성된 경판의 10배 가량 소요된다. 나무를 켰을 때 흠결이 있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판 하나의 무게는 3.5kg로, 약 8톤 이상의 나무가 사용됐다. 한지는 수급이 원활치 않아 경판 3장을 한지 한 장으로 찍어내는 등 아껴 5,000여 장을 사용했다. 경판의 마구리는 황동과 황동못으로 마무리 하는데, 한 장당 황동 8개, 황동못 32~33개가 사용됐다. 인경해 책으로 엮은 권자본 보관함은 오동나무로 제작했다. 이 함에는 〈첨품묘법연화경〉 7권과 외장 1권 등 8권이 담겼다.

천태종의 〈첨품묘법연화경〉이 천 년의 법화꽃으로 피어났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의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천태종이 앞으로도 시대에 맞는 대장경을 조성해 영원불멸한 정신문화 유산을 남겨 주길 기대합니다.

선조들이 불심과 정성으로 고려대장경을 새겼듯, 안준영 각수도 그에 못지않은 신심과 원력으로 〈첨품묘법연화경〉을 완성했다. 그의 바람처럼 ‘천 년의 법화꽃’으로 피어난 〈첨품묘법연화경〉이 혼돈의 시대를 정화하는, 세상 사람들의 고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희망의 등불이 되길 기원한다. 

글 이강식 기자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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