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남송 때 승려, 천태종 정통성 밝히며 불교의식 정리
“무차평등대재 봉행은 중생에 妙法 베푸는 행위” 강조

천태종은 2020년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천태종무차평등대재(天台宗無遮平等大齋)를 봉행한다. 이 대재는 수륙영산대재와 생전예수재 그리고 삼회향놀이로 이어진다. 불교의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대재는 중국 천태종 승려인 지반대사(志磐大師)의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法界聖凡水陸勝會修齋儀軌)〉에 기반하고 있다.

지반대사는 중국 천태종의 승려다. 남송(南宋) 시대의 스님으로 생몰연대는 알 수 없다. 호를 대석(大石)이라고 했으며, 사명산(四明山)의 복천사(福泉寺)에 거주했다. 그는 천태종의 승려로서 천태교학(天台敎學)에 뛰어났다. 이러한 교학을 바탕으로 〈불조통기(佛祖統紀)〉 54권과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 6권 등의 저서를 남겼다. 그는 〈불조통기〉에서 천태종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있다. 또한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에서 대재를 봉행하는 것이 묘법(妙法)을 중생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하였다.

〈불조통기〉는 교주(敎主)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의 가르침이 인도에서 조사(祖師)들에 의해 계승되었으며 그것이 중국으로 전해져 천태대사(天台大師) 지의(智顗)에 의해 계승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석가모니불은 탄생(誕生), 출가(出家), 성도(成道), 전법(傳法) 등을 통해 불교를 세상에 알렸다. 이러한 법을 제1조 마하 가섭존자(摩訶迦葉尊者)가 이어받아 후대에 전했다. 이후 제13조 용수존자(龍樹尊者)는 인도에 불법을 크게 융성케 했다. 용수존자 이후 불법은 계속해서 인도와 중국에서 이어졌다.

지반대사의 〈불조통기〉 에 따르면, 중국의 북제(北齊) 혜문존자(慧文尊者)는 용수존자의 법을 계승했다. 혜문존자는 용수존자가 지은 〈중론(中論)〉의 삼제게(三諦偈)를 읽는 도중에 대오(大悟)했다. 용수존자의 삼제게는 다음과 같다. “여러 가지 인연(因緣)으로 생한 법을 // 나는 곧 이것이 무(無)라고 설하며 // 또한 이것을 가명(假名)이라고 하며 // 또한 이것을 중도(中道)의 뜻이라고 하네.”[衆因緣生法 我說卽是無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 이 게송에서 인연으로 생한 모든 것에 대해 그것이 곧 ‘무(無)’이고 ‘가명(假名)’이며 ‘중도(中道)’라고 했다. 이것은 각각 공제(空諦)와 가제(假諦) 그리고 중제(中諦)를 말한다. 공가중(空假中)의 삼제를 노래했으므로 ‘삼제게’라고 일컫는다. 혜문존자는 이러한 삼제게를 읽는 도중에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서 그는 일심삼관(一心三觀)의 원돈지관(圓頓止觀)을 깨우쳤고, 이것을 남악(南岳) 혜사존자(慧思尊者)에게 전했다. 혜사존자는 혜문존자로부터 일심삼관(一心三觀)의 원돈지관을 배워서 그것을 천태대사 지의(智顗)에게 전했다.

천태대사는 석가모니불께서 설하신 진리를 공가중(空假中)의 삼제로 말하고 있으며, 이러한 삼제를 기준으로 장교(藏敎)·통교(通敎)·별교(別敎)·원교(圓敎)의 4교(四敎)로 나누고 있다. 그는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에 대해 그 시기를 기준으로 화엄교(華嚴教)·삼장교(三藏教)·방등교(方等教)·반야교(般若教)·법화교(法華教)의 5시교(五時敎)로 구분하고, 모든 가르침을 이 5시교에 포함시키고 있다. 석가모니불께서 5시교를 설하실 때 장교·통교·별교·원교의 사교를 사용해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교화를 하신다. 천태대사는 석가모니불께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설하신 진리에 대해 공가중(空假中)의 삼제로 말하고 있으며, 이것은 인도 용수존자의 〈중론(中論)〉에 근거하고 있다. 그는 법화교를 중심으로 교관(敎觀)을 확립하고 중국 천태종을 실질적으로 개립했다. 지반대사는 이러한 천태의 불법이 인도 용수존자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결국 석가모니불의 불법이 용수존자에게 전해지고 이 법이 중국의 혜문존자와 혜사존자 그리고 천태대사로 이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천태의 불법이 정통성(正統性)을 지니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지반대사는 천태종의 정통성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식도 여법(如法)하게 정리했다.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에서 ‘법계성범수륙승회(法界聖凡水陸勝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법계(法界)’라고 말한 것은 진리가 하나이기 때문이며, 성인인 부처님과 범부인 중생의 진성(眞性)이 평등하기 때문이다.[何謂法界 理常一故 諸佛衆生 性平等故] 또한 ‘성범(聖凡)’이라고 말한 것은 10법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옥·축생·아귀·아수라·인간·천상·성문·연각·보살·불타의 10법계는 다르다. 성문과 연각 그리고 보살의 3승과 불타는 성인이고, 나머지 6도는 범부다. 이와 같이 10법계가 10개로서 다르지만 또한 진리는 항상 하나다.[何謂聖凡 十事異故 佛及三乘 是名爲聖 六道羣生 是名爲凡 事雖有十 理常是一]

또한 ‘수륙(水陸)’은 지옥·축생·아귀·아수라·인간·천상 등 6도 중생의 의보(依報)를 말한다. 6도 중생이 의지하는 곳은 물과 땅 그리고 허공이다. 모두 이곳에서 과보를 받는다. 물과 땅은 반드시 허공을 포함한다. 그리고 물과 땅에 사는 중생은 그 고통이 허공에 사는 중생보다 무겁다. 이와 같이 수륙은 고통을 받고 있는 6도 중생의 의보를 말한다.[何謂水陸 舉依報故 六凡所依 其處有三 謂水陸空 皆受報處 今言水陸 必攝於空 又此二處 其苦重故] ‘승회(勝會)’는 불법을 베푸는 성대한 모임을 말한다. 불법을 베풀어 고통 속에 있는 중생들을 밝은 길로 인도한다. 이로 인해 6도 중생이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何謂勝會 以法施故 六凡界中 蒙勝益故]

이와 같이 지반대사는 ‘법계성범수륙승회’에 대해 밝히고 있다. 그는 여법(如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여법하게 의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如法非法 兩者須知] △법사(法師)는 계율을 잘 지키고 수행이 깊어야 한다.[戒德高遠 觀道幽微 有一不如 不名法師] △시주자는 삼보를 믿고 6도 중생의 고통을 생각해서 발심을 해야 한다.[信三寶尊 念六道苦 如此發心 是名施主] △도량은 경계를 정하여 깨끗하게 보호하고 좋지 않은 것을 금지해야 한다.[結界護淨 禁止無良 有一不如 不名道場] 이러한 것들이 모두 여법해야 한다.

지반대사는 여법한 의식에 의해 법시(法施)가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처님의 묘법(妙法)을 법계의 중생들에게 알리는 의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묘법에 대해 공가중(空假中)의 삼제(三諦)로 말하고 있다.

“보시하는 자가 없다면 보시를 받는 자가 없으며 중간물도 없어서 모든 것이 필경에는 모두 공(空)하다. 보시하는 자와 보시를 받는 자 그리고 보시를 받는 물건이 완연히 있어서 곧 생각하기 어려운 가(假)이다.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며 유무가 아님도 아니어서 쌍으로 부정하고 쌍으로 비추어 절대의 중도(中道)가 된다. 이와 같이 법시를 한다. 미래가 다할 때까지 법계가 항상 원융하여 오로지 일제(一諦)가 삼제(三諦)다.”[無能施者 無受施人 無中間物 皆畢竟空 施者受者 及所施物 莫不宛然 即難思假 非有非無 非非有無 雙亡雙照 爲絕待中 如此法施 盡未來際 法界常融 唯一三諦]

지반대사는 보시하는 자와 보시를 받는 자 그리고 중간물이 모두 공(空)이고 가(假)이며 중도(中道)라고 했다. 공가중(空假中)의 삼제(三諦)로 법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리는 오로지 하나다. 그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불변한다. 미래가 다할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지반대사는 이러한 진리에 대해 삼제원융(三諦圓融)으로 말하고 있다. 그는 10법계가 모두 항상 원융하여 오로지 일제(一諦)가 삼제(三諦)라고 했다. 이것은 천태대사의 실상관인 삼제원융을 표현한 것이다.

천태대사는 〈법화현의(法華玄義)〉에서 공(空)·가(假)·중(中)의 삼제(三諦)가 서로 구족(具足)하여 하나가 셋이고 셋이 하나여서 삼제원융(三諦圓融)이라고 했다.[圓三諦者 非但中道 具足佛法 眞俗亦然 三諦圓融 一三三一] 공(空)이 가(假)와 중(中)을 포함하고, 가(假)가 공(空)과 중(中)을 포함하며, 중(中)이 공(空)과 가(假)를 포함하여, 공(空)이 공가중(空假中)이며, 가(假)가 공가중(空假中)이며, 중(中)이 공가중(空假中)이란 것이다.

천태대사는 또한 〈마하지관(摩訶止觀)〉에서 모든 것이 부사의(不思議)한 삼제(三諦)로서 삼제원융(三諦圓融)이 아닌 것이 없다고 했다.[一空一切空 無假中而不空 總空觀也 一假一切假無空中而不假 總假觀也 一中一切中 無空假而不中 總中觀也 即中論所說 不可思議一心三觀] 가(假)와 중(中)이 없으면 공(空)이 아니고, 공(空)과 중(中)이 없으면 가(假)가 아니고, 공(空)과 가(假)가 없으면 중(中)이 아니어서 삼제(三諦)가 원융(圓融)하다. 인연으로 생한 모든 것이 삼제원융하다. 이와 같이 천태대사는 모든 것을 삼제원융에 귀일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삼제원융의 진리는 용수존자의 〈중론(中論)〉에 근거하고 있다.

지반대사는 중국 천태종의 승려로서 석가모니불의 불법이 천태종에 의해 계승되고 있음을 밝히고자 했다. 그는 〈불조통기(佛祖統紀)〉 54권을 저술해 교주 석가모니불의 불법이 인도와 중국의 조사에 의해 계승되고 있음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특히 인도 제13조 용수존자가 설한 삼제의 진리가 중국 천태종의 조사들에 의해 계승되고 천태대사 지의에 의해 완성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지반대사는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 6권을 저술해 천태교학을 바탕으로 불교의식을 여법(如法)하게 정리했다. 그는 여법한 불교의식에 의해 법시(法施)가 이루어져야 하며, 삼제원융(三諦圓融)의 묘법(妙法)이 법계의 중생들에게 알려져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얻어야 함을 말했다.

광도 스님.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