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 조선 1890년경, 면, 180x263cm, 1981년 윌리엄 랠스턴(William Ralston) 기증, 등록문화재 제382호.<사진=국립중앙박물관>

8월 14~23일, 상설전시실 1층 대한제국실서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가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8월 14~23일 10일 동안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대한제국실에서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를 특별 공개한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高宗, 재위 1863~1907)이 자신의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데니(Owen N. Denny, 德尼, 1838~1900)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하사한 태극기다. 데니는 1886년 청나라 리훙장(李鴻章, 1823~1901)의 추천으로 고종의 외교 고문이 됐지만, 자주외교를 원하는 고종의 뜻에 따라 청나라의 부당한 간섭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조선이 주권독립국임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과 협조할 것을 권고하고 러시아와 육로통상장정(陸路通商章程)을 체결시키는 등 청나라를 견제하는 외교 활동으로 청나라의 미움을 받아 1890년 외교 고문직에서 파면당했다. 이때 고종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데니에게 내린 선물이 이 태극기다.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3cm, 세로 180cm인 대형 태극기로, 바탕은 흰색 광목 두 폭을 이어 만들었다. 태극은 붉은색과 푸른색 천을 오려서 바느질했다. 4괘의 형태와 배치는 지금의 태극기와 같지만 색은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다. 데니의 가족이 보관하다가, 1981년 후손 윌리엄 랠스턴(William Ralston)이 대한민국 정부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 공개에서는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와 함께 우리나라 자주독립의 상징이자 대한인의 자긍심인 태극기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준비했다. 또 상설전시실 역사의 길 중앙에 데니 태극기를 확대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해 광복절에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 태극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대한제국실에서는 태극기의 초기 형태를 잘 보여주는 미국인 목사 노블(William Arthur Noble, 1866~1945)이 소장했던 태극기,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대한제국 전시관 모습을 소개한 프랑스 일간지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등 다양한 전시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특별 공개하는 데니 태극기와의 만남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02-2077-9457)

노블 태극기, 1890년 이후, 명주, 18.7x23.9cm, 2010년 엘런 매캐스클(Ellen McKaskle) 기증.<사진=국립중앙박물관>
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의 대한제국관,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 프랑스, 1900. 12. 16.<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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