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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中道의 이치와 정치
  • 윤원철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 승인 2020.07.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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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갈라놓는 흑백이분법
사회를 유치하게 퇴행시켜
양극 포괄하는 정치 펴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사안이 대두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두 쪽으로 쫙 갈라지곤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이미 두 쪽의 이념진영으로 단단하게 갈라져 있어서 무엇이든지 ‘진영 프레임’에 걸려버린다. 어떤 안건이든 전후사정은 물론이고 사실여부조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눈을 감고 귀를 막은채 각자의 견해만 목청껏 외친다.

하지만 세상 그 무슨 일도 양단(兩端)으로 딱 갈라지는 건 없다. 이거냐 저거냐 양단간에 결판을 내려는 사고방식을 흔히 흑백논리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검은색과 흰색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무수한 회색의 계조(階調)가 펼쳐진다. 그런 현실을 무시하고 흑이냐 백이냐만을 외치는 것은 유치한 의식수준이다.

‘유치’라는 말을 썼는데, 그러고 보니 실제로 세상사를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는 정신세계는 어린이들의 것이다. 어린이들은 선과 악이 깔끔하게 나누어지는 줄 안다.

만사가 보는 각도와 맥락에 따라 다르게 보이며, 선 속에 악이 스며있고 악이 선일 수도 있다는 현실을 어린이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그런 점을 곧이곧대로 적나라하게 어린이에게 펼쳐 보이고 그게 세상의 실상임을 직설적으로 가르친다면, 그 충격으로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 육신이 성장하는 한편으로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과 지혜를 학습하여 사회화되고 지성과 의식이 유치함을 벗어나 성숙해간다. 세상일들이 뭐든지 흑백·선악·피아 등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게 아니고 아주 복잡하고 복합적임을 납득하는 것이 그 성숙의 한 중요한 요건이다.

하나의 사회가 시대에 따라 성숙도에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갈수록 성숙해지기보다는 오히려 퇴행하는 장면이 자주 보여서 걱정이다. 양반과 상민, 노비를 가르던 옛 계급신분제도를 타파하고 시민사회로 발전했으며 출신지역·성별·심신의 장애·인종·종교 등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데 힘과 응원을 모아온 우리 사회인데, 근래에는 다시 또 정치적 이념을 명분으로 흑백이분법을 휘두르는 모습이 난무한다.

실제로는 명분도 아니고 그저 핑계일 뿐이며 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임을 이제는 속을 들쳐보지 않아도 다 안다. 너는 틀렸고 나만 옳다고 고집하는 편집증 수준의 행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니, 이념은 명분일 뿐이고 실제 동기는 당파와 자신의 이익에 있음을 보고는 비로소 다 납득할 수 있었다. 범부중생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이익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른바 좌와 우, 또는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이름 짓기’는 마치 흑백이분법처럼 세상일들의 실제 진상과는 동떨어진 기만적인 행태임을 정치인과 유권자가 깨우칠때 우리 사회는 성숙의 길로 방향을 틀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중도와 연기법은 훌륭한 지침이 된다. 좌와 우든 진보와 보수든 서로 의존하는 것이며, 바람직한 정치는 양극을 다 포함하는 한 차원 높은 중도의 지평에서 펼쳐야 함을 곱씹게 해주는 가르침이다.

윤원철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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