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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 불보살2_애플리케이션 ‘코끼리’불교 색채 살짝 숨긴 손 안의 ‘명상안내자’
다니엘 튜더와 혜민 스님이 함께 만든 명상어플 코끼리는 2019년 12월, 구글플레이에서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어플’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은 내면의 고립감으로 대중 속에서 홀로 번민하는 사람을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라 불렀다. ‘고독한 군중’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겉으로는 밝고 긍정적인 행동을 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불안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명상’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어플) ‘코끼리’를 소개한다.

다니엘 튜더의 안내에 따라 어플 ‘코끼리’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니 보라색과 파란색 배경에 흰 코끼리 아이콘이 생겼다. 어플을 실행하자 하늘색 고깔을 쓴 요정이 씨앗을 들고 코끼리 앞에 섰다. 하단에는 명상·수면·심리·음악 등 메뉴 선택버튼이 나온다.

상단의 재생버튼을 누르자 잔잔한 음악과 함께 혜민 스님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귓가에 울린다. 10여 분 간 눈을 감고 스님의 지도에 따라 명상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따라하는 명상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금세 마음이 평온해졌다. ‘코끼리’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때와 장소의 구분없이 명상하고, 심리 수업·힐링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서울에 위치한 ㈜마음수업 사무실에서 다니엘 튜더와 직원들이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니엘 튜더와 혜민 스님의 인연

어플 ‘코끼리’를 출시한 스타트업 기업은 ㈜마음수업이다. 다니엘 튜더(39)가 대표를, 혜민 스님이 헤드 티쳐(Head Teacher)를 맡고 있다. 다니엘 튜더는 2002년 월드컵을 보러 한국에 왔다가 그 매력에 빠져버린 영국인이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는 졸업 후 무작정 한국에 와서 영어강사로도 일했다. 다시 영국에 돌아가 이코노믹스신문 기자로 활동하다가 2010년 한국특파원을 지원했다.

다니엘 튜더는 2013년 2월부터 ‘중앙일보’에 칼럼을 게재하면서 혜민 스님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필진으로 활동하면서, 한 달에 한두 번 함께 점심을 먹게 됐다. 당시 다니엘 튜더는 갑자기 찾아온 불면증에 시달렸고, 고민하는 그에게 혜민 스님은 명상을 권유했다. 다니엘 튜더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명상을 했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일주일에 두세 차례 명상을 하게 됐고, 불면증도 점차 나아졌다. 그는 좀 더 집중된 명상법을 고민하다가 유럽과 미국에서 캄(Calm)·헤드스페이스(Headspace) 등 ‘명상어플’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니엘 튜더는 고작 5분짜리 명상으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어플을 실행해 명상지도자의 목소리를 따라 해보니 혼자 할 때보다 집중이 잘됐고,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손쉽게 명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니엘 튜더는 ‘많은 사람이 어플로 명상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매일같이 업무에 시달리다가 퇴근 후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한국 친구들이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길 바랐다. 하지만 앞서 한국에서 출시됐던 명상어플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플을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하고, 전문성을 가진 어플 제작을 하고자 혜민 스님에게 헤드 티쳐를 맡아 달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창립된 회사가 바로 ㈜마음수업이다.

다니엘 튜더는 자신이 경험한 명상의 효과를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플 ‘코끼리’를 한국을 넘어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마음수업과 어플 ‘코끼리’의 탄생

다니엘 튜더는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명상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는 불교색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어플 이름은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불교적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는 단어를 찾고자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마음수업’이다. 그런데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던 디자이너가 만들어온 ‘코끼리 캐릭터’를 보고 결심이 바뀌었다.

그는 코끼리 캐릭터를 보자마자 “이거다!”하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코끼리는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인데, 다른 종교인이 보기에도 거부감이 없으리라 판단했다. 다니엘 튜더는 기업 이름으로 ‘마음수업’을, 어플 이름으로 ‘코끼리’를 최종 선택했다.

다니엘 튜더는 어플 ‘코끼리’에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상징성을 부여했다. 고깔을 쓴 요정은 명상을 하는 ‘이용자(우리)’를 의미하고, 씨앗은 우리가 명상을 할수록 무럭무럭 자라서 나무가 된다. 큰 나무는 ‘명상이 습관화된 사람’을 의미한다. 코끼리는 나무가 잘 성장하도록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슬기로운 친구’의 역할이다.

다니엘 튜더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회사의 ‘수익구조’다. 안정적인 콘텐츠 제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전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돈을 주고 어플을 구입한다는 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완전 무료로 배포하고 이후에 살길을 도모해보자.’, ‘무료로 배포하되, 명상 전에 광고를 듣게 하자.’, ‘코인 패키지와 정기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논의 끝에 정기결제 시스템(월 4,900원·연 29,000원)을 선택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명상 어플에 광고가 등장하는 건 모순이었고, 다른 방식은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유료 어플을 제공하고, 수익으로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자고 마음먹었다. 그 대신 7일의 체험기간을 거쳐 이용자가 유료콘텐츠 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니엘 튜더는 콘텐츠 제공방식 등 세부 구성도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주제의 콘텐츠를 제작했고, 심리·수면·음악콘텐츠도 만들었다. 이런 고민과 노력 끝에 2019년 8월 25일, 어플 ‘코끼리’를 정식 출시했다.

어플 코끼리 화면. 왼쪽부터 메인화면, 명상수업, 수면콘텐츠, 심리콘텐츠 순이다.

출시 6개월 만에 20만 명 돌파

어플 ‘코끼리’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출시 후 6개월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했고, 한 조사기관이 선정한 ‘건강 및 피트니스’ 분야 인기 어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12월에는 ‘구글플레이 2019 올해를 빛낸 인기 어플 - 숨은 보석 어플’ 부문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다니엘 튜더는 ‘코끼리’가 출시되고 단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진지한 욕심을 다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어플 출시 후부터 버그(Bug)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버그는 프로그램에 결함이 생겨 나타나는 현상으로 화면 끊김·결재 오류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2019년 11월에는 ‘디도스(DDoS) 공격’도 받았다. 디도스 공격은 수백만 대의 컴퓨터를 원격조종해서 특정 서버에 동시 접속하는 방법으로, 서버를 마비시켜 일반 사용자의 접근을 차단하게 하는 해킹이다. 처음 디도스 공격을 받았을 때는 등이 다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려야 했지만, 다행히 금세 서버를 복구해 프로그램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다니엘 튜더는 당시를 회상하며 “디도스 공격은 ‘코끼리’가 많은 사랑을 받은 걸 확인시켜주는 훈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어플 ‘코끼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수면명상’이다. 다니엘 튜더는 현대인이 각종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겪으며 질 좋은 수면에 대한 욕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20~30대 사이에서는 3분 정도 짧은 시간동안 하는 ‘집중명상’이, 40대부터는 명상을 습관화하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매일명상’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음수업은 여러 기관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LG디스플레이 등을 비롯해 부산소방본부·법무부 등 공공기관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논의 중에 있다.

다니엘 튜더는 어플 이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습관과 의지라고 당부했다. 그는 “잠들기 전이나 기상 직후, 중요한 회의나 미팅 전 몇 분,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습관처럼 명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변화된 자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한국어로만 서비스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의 언어로도 어플을 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마음수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시기를 국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노력해 이번 위기를 이겨내자는 취지로 지난 3월 ‘SOS 긴급 힐링 명상’ 콘텐츠를 서비스한데 이어 한 달간 어플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배포하기도 했다. 우리가 마음에 심은 씨앗이 지혜로운 ‘코끼리’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한다면 분명 세상은 보다 자비로워지고 평화로워지리라 확신한다. 

명상을 하고 있는 혜민 스님(좌)과 다니엘 튜더.

글 문지연 기자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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