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보림사 보조선사영탑비(884년).<사진=국립광주박물관>

국립광주博, 특별전 ‘남도 불교 천년의 증언’
5월 11일~8월 9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서

남도 불교 금석문을 탁본으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은 5월 11일부터 8월 9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남도 불교 천년의 증언, 남도불교문화연구회 기증 탁본전’을 개최한다.

‘탁본’은 돌과 금속에 새겨진 금석문(金石文)을 먹을 이용해 종이에 찍어내는 방법으로 동아시아에서 널리 행해졌다. 탁본을 통해 비석이나 유물에 새겨진 글을 복사해 멀리 떨어진 곳이나 후대의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 금석문 연구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어 왔으며, 과거 문장과 글씨를 감상할 수 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천년 고찰의 기록 - 사적비’는 사찰의 역사와 중수 내용을 기록한 사적비를 살펴본다. 조선 후기 호남지역 사찰을 중심으로 유행한 사적비의 건립 양상을 살펴보고, 후대의 사적비 건립에 모범이 된 순천 송광사 사원사적비(1678년)를 비롯한 대표작을 소개한다.

2부 ‘고승들의 행적 - 고승비’는 덕이 높은 고승(高僧)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고승비를 소개한다. 호남지역 사찰에는 신라 하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친 고승비가 전해진다. 신라 하대부터 조선 태조대까지 왕의 승인을 얻어 건립했던 고승비를 조선 후기부터 각 사찰의 문도들이 직접 건립하기까지, 당시의 불교 제도 및 사상적 변화와 발맞추어 간 불교 내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3부 ‘깨달음의 모습 - 불상, 탑, 석등, 종’은 다양한 불교미술품에 새겨진 부조와 명문 기록을 소개한다. 불교미술품은 부처님께 바치기 위한 공양물의 일종으로 그 명문에는 이를 조성하면서 기원하는 내용을 주로 적었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작자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제작자ㆍ시주자ㆍ각종 소임을 맡은 사람들의 이름도 함께 새겨지게 됐다. 3부 전시품을 통해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불교미술품의 제작자를 살펴볼 수 있다.

4부 ‘민중의 염원 - 매향비’는 호남지역 해안가를 중심으로 분포한 매향비를 소개한다. 매향(埋香)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향을 묻어 두고 먼 미래에 미륵부처님이 오면 이를 공양하고자 하는 민간의 불교 의식으로,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짧은 기간 동안 해안가를 중심으로 성행했다. 이 매향의식의 내용과 참여한 사람을 기록한 매향비는 전국에 15여 기가 남아 있는데, 호남지역에 10여 기가 집중돼 있어 주목된다. 매향의식에는 참여한 스님과 높은 관리 뿐 아니라 일반 신도까지 폭넓게 참여하고 있어, 당시 민중 차원에서의 불교 신앙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다.

이번 특별전은 2018년 남도불교문화연구회로부터 기증받은 177건 210점의 탁본 가운데 남도의 불교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작 45건 91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남도불교문화연구회는 지난 30여 년 간 호남지역의 불교문화에 대한 조사ㆍ연구와 함께 탁본 작업을 지속했으며, 그 결과물을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립광주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호남지역에 널리 분포한 주요 불교 금석문의 탁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며 “탁본이 전해주는 호남지역의 오랜 불교 역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시와 연계한 학술대회도 개최된다. 6월 12일 오후 2시 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기증 단체인 남도불교문화연구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대회 ‘남도 불교 천년의 증언, 현장과 전망’에서는 호남지역의 금석문과 불교미술에 대한 학술 발표와 함께 ‘남도불교문화연구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종합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 및 학술대회는 모두 무료다.

문의.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실 김영희(062-570-7034)

해남 대둔사 사적비(1744년).<사진=국립광주박물관>
구례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기단 비천상(8~9세기).<사진=국립광주박물관>
광주 원효사 동종(1710년).<사진=국립광주박물관>
전시 전경.<사진=국립광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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