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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진정한 보살의 길
  • 김재권 능인불교대학원대 교수
  • 승인 2020.04.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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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운명공동체’란
연기법 가르침으로
상생의 가치 되새겨야

신종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됐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 정부가 투명하고 선도적인 방역시스템을 조속히 가동했다는 점이다. 또 대다수 종교계를 비롯한 전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해 집단감염이나 확진자, 사망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처방식은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전세계적인 부러움과 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이탈리아를 비롯한 미국이나 일본 등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하여 자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거나 전세계인들의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찍이 알베르트 까뮈는 〈페스트〉라는 명저에서 페스트라는 전염병의 공포에 직면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묘사하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인식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연대하는 공동체 정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전염병 등의 위기상황에 놓이게 되면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개인이나 집단이기주의가 생겨나기 십상이다. 한때 우리 사회도 마스크 부족으로 사재기나 재외동포의 격리수용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처럼 어려운 사회적인 현실이나 총체적인 난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깊이 자각하는 일이다. 이러한 통찰은 불교의 연기법에서 확인된다. 연기법은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되는데, 그 가운데 기본적인 의미는 상호 의존의 법칙이라는 말이다. 즉 모든 존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기적인 이치, 즉 상호 관계의 법칙은 신종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이나 전쟁 등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그 의미가 더욱 다가오기 마련이다. 요컨대 불교의 연기법은 나 하나 잘하고 내 몸만 잘 챙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모두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절실히 가지는 각성과 지혜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대승경전 가운데 〈유마경〉은 재가보살인 유마거사를 통해 중생에 대한 보살의 마음자세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유마거사는 부처님의 뜻에 따라 문병을 와 병환을 살피는 문수보살의 말에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냐?’는 문수보살의 질문에 ‘모든 중생이 병이 들어 나도 병이 들었으니, 만일 모든 중생이 병이 나으면 내 병도 나을 것이다’라고 답한다. 이러한 유마거사의 마음자세나 태도는 대승불교의 보살이 가지는 모든 중생을 향한 대자비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승불교의 보살은 이 세계의 모든 존재가 가지는 아픔이나 병을 그대로 자신의 아픔과 동일하게 받아들여 감응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지난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되돌아보고, 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제대로 쓸 때가 온 듯하다. 지난 잔인한 사월! 어려운 상황에서도 총선을 무사히 치르며 국민이 보여준 시민정신과 그 저력이 과연 어떻게 상생의 공동체 정신으로 승화될 수 있을지가 시대적인 화두로 대두된다. 21세기 초 전세계적으로 창궐한 신종코로나19 전염병의 여파로 초래된 인류의 위기 속에서 유마거사와 같은 보살정신이나 상생의 가치를 역설하는 연기적 이치를 새삼 깊이 되새겨볼 일이다.

김재권 능인불교대학원대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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