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확진환자와 가족분, 그리고 연일 확진환자 치료와 간호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의료진들, 코로나19 퇴치와 조기종식을 위해 애쓰시는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 여러분에게 위로와 감사,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최근 눈길을 끌고 있는 소식이 있어 코로나19 시국에서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요즘 마스크 구하기로 국민들의 고충이 크다고 합니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엔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 있고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일부 시민은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키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걱정스런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서울시가 보건용 마스크를 감염이 취약한 직업군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착한 마스크’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감염취약 직업군이란 의료기관 종사자, 어르신, 임산부 등 건강취약계층과 택배기사, 콜센터 등에 종사하는 다중고객응대 종사자들을 말합니다. 이들에게 우선 마스크가 돌아갈 수 있도록 구매기회를 양보하고 기부하자는 겁니다.

실제로 마스크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의료기관에서마저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욱이 일반인도 구입이 어려운 실정인데 경제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약자인 계층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기란 일반인보다 몇 배 더 어렵다고 합니다. 시민단체들이 ‘착한 마스크’ 캠페인에 적극 동참의사를 피력하면서 마스크 양보 및 지원사업에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민사회의 온정이 코로나19 퇴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작년에 전남대학교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이 신장병 수술로 어려움을 겪던 친구를 위해 십시일반 장학금을 양보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장학금 양보는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아름다운 양보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고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종신양로 불왕백보(終身讓路 不枉百步)’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평생 사는 동안 길을 양보하고 살아도 그 손해가 백보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양보를 하게 되면 인덕이 길러지고 명예가 높아집니다. 예로부터 양보는 지성 있는 사람의 인품으로 여겼습니다.

부처님이 왕자로 있던 카필라 왕국은 선대의 왕자들이 왕위를 양보하고 나와 건설한 신흥국가입니다.

오랜 옛날 인도에 감자왕이 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에겐 두 왕비가 있었는데 첫째 왕비에겐 장수(長壽)라는 왕자가, 둘째 왕비에겐 거면(炬面)·금색(金色)·상중(象衆)·별성(別成)의 네 왕자가 있었습니다. 태자인 장수는 매우 훌륭한 왕자였지만 둘째 왕비의 네 왕자들에게 백성들의 신망이 더 컸습니다. 첫째 왕비 선현은 왕이 승하했을 때 이복형제인 네 왕자들에 의해 장수는 죽거나 국외로 추방될 것을 염려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에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을 아뢰며 눈물로 호소하였습니다. 왕도 왕비의 말을 듣고 걱정이 되지 않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소?”

왕의 물음에 첫째 왕비가 말했습니다.

“두 가지 길밖에 없나이다. 하나는 저와 태자가 국외로 떠나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네 왕자가 이 나라를 떠나는 것이옵니다.”

왕은 이 두 가지 모두 안 될 일이라 여기면서도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보다 두려운 일들이 일어날 것임을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왕은 고심 끝에 네 왕자를 불러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왕은 자신이 근심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거면 왕자가 말했습니다.

“부왕마마의 말씀을 잘 알아들었습니다. 장수 형님이 마마를 이어 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희들은 기쁘게 조국을 떠나서 어딘가 아직 나라가 서지 않은 땅을 찾아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습니다.”

거면 왕자의 말에 다른 왕자들도 뜻을 함께 하겠다고 부왕에게 고했습니다. 그리곤 네 왕자는 곧 성을 나와 나라를 세울 땅을 찾았고 백절불굴의 노력 끝에 목적을 이루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부처님이 태어나신 카필라국입니다. 감자왕은 카필라국을 다녀온 신하로부터 네 왕자의 업적과 근황을 듣고 기뻐 외쳤습니다.

“오, 샤카!”

샤카[釋迦]란 ‘능(能)하다’, ‘훌륭하다’란 뜻입니다. 이로부터 네 왕자들이 세운 나라의 백성을 석가족이라 불렀습니다. 네 왕자는 차례로 왕위에 올랐고 막내 별성의 아들이 사자협왕이었으며 사자협의 아들이 부처님의 아버지 정반왕을 낳았습니다. 왕위를 양보한 대가로 얻은 카필라국에서 위대한 성인 부처님이 태어나신 것입니다. 양보의 미덕은 이처럼 찬란한 역사를 선물하게 되는가 봅니다. 코로나19 시국을 통해 양보를 생활화하는 삶을 살기를 발원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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