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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코로나19와 붓다의 빛
  •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교수
  • 승인 2020.03.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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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여래의 지혜와
자타불이 정신으로 
시대 선도해 나가자

흔히 ‘인생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새해가 밝아올 때, 그해에 자신이 죽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 

2020년 들어 지구촌에 빠르게 퍼져가고 있는 전염병 ‘코로나19’만 보아도 그렇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이미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역병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도 강타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사망률은 높아질 터이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한창이지만 어렵사리 만들어지더라도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이 지속되는 한, 또 다른 바이러스들이 곰비임비 출현하리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무릇 변화에 올바르게 대처하려면 먼저 변화의 성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 인식에 불교는 서양의 어떤 종교나 사상보다 빛을 준다.

먼저 ‘자타불이’의 지혜다. 나와 너, 나와 세상이 별개가 아님을, 세상의 모든 존재는 홀로 있는 실체가 아니라 촘촘히 이어져 있음을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모두 체감하고 있다. 이윤을 가장 우선시하며 개발만 좇는 문명엔 미래가 없다. 코로나19가 퍼진 뒤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동아시아 대기가 청정해진 까닭을 짚어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대륙 전체로 퍼져나가자 우한을 봉쇄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발전소와 산업시설,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 따위가 줄어든 결과다.

둘째 ‘약사여래의 지혜’다.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가 약사여래, 대의왕불이다. 불교가 담고 있는 깊은 지혜는 약사여래가 ‘약왕’이라는 보살로 수행하며 중생의 아픔과 슬픔을 없애려고 12가지 원을 세웠다는 설명에서 더 빛난다. 이를테면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 무상보리를 증득하게 하려는 원’이나 ‘일체중생의 기갈을 면하게 하고 배부르게 하려는 원’이 그렇다. ‘가난하여 의복이 없는 이에게 훌륭한 옷을 갖게 하려는 원’에선 섬세함마저 느껴진다. 약왕은 단순히 병고를 구제하는 원에 그치지 않았다. 중생의 의식주에 결핍이 없게 하려는 적극적 원을 세우고 비로소 약사여래가 되었다.

코로나19로 대구·경북에선 병원에 입원도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이 적잖았다. 요양원 시설의 영세성도 드러났다. 이참에 공공의료 기관을 대폭 확장하고 의료 혜택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에서 최고로 꼽는 ‘5대 병원’에 국공립병원이 없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다. 국공립의료원과 공공 요양원을 대폭 확장해 질 좋은 의료·돌봄 서비스로 좋은 일자리를 늘려가야 옳다.

붓다의 빛은 지혜에 머물지 않는다. 자비가 따라야 한다. 불교에서 지혜의 실천이 곧 자비이고 자비가 곧 지혜의 실천이다. 종교는 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어질 바이러스의 예기치 못한 창궐을 지혜롭게 이겨가려면, 불교가 약사여래와 자타불이의 지혜를 바탕으로 공공 병원과 요양원의 대폭 확장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여론화해나가는 한편, 새로운 문명 담론을 적극 전개해나가길 제안한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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