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봉 그리움으로 노래
공광규 / 천년의 시작 / 13,000원

우리 민족에게 금강산은 산 이상이다.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천하절경’은 많지만 금강산은 산 이상의 산이요, 절경 이상의 절경이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산이 아니라 마음에 자리한 산이라는 말이다. 무수한 시인 묵객이 찾아와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경배하고 찬탄한 금강산, 기암절벽의 기묘한 형세를 따라 숱한 전설이 깃들어 있고 물길과 바람길마다 고운 이야기가 감춰진 금강산을 공광규 시인이 서사시로 노래했다. 지금은 함부로 오갈 수 없는 산, 분단의 상징인 동시에 민족화해와 통일의 상징이 된 금강산을 시인의 감성과 염원을 통해 장쾌하고 유려한 시구절로 그려냈다.

시는 입체적인 구성 속에 시공을 넘나드는 금강산의 이야기들을 오늘의 멋과 아픔과 그리움으로 전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비무장지대 철책을 따라 맨발로 철원을 거쳐 금강산에 이른 시인이 북한의 안내원 여성을 만나 금강산을 함께 탐방한다. 이르는 곳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려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발굴해 내며, 지나간 시간을 소환하고 다가올 시간을 느끼게 하는 시적 구조가 장엄하다.

이 서사시를 읽고 나면 금강산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할 것이다. 독자들의 가슴에 새롭게 자리 잡을 금강산은 어떤 산일까? 철 따라 이름마저 바꿔 부르는 천하절경으로서의 금강산, 그리고 민족정신의 근원으로부터 솟아올라 일만이천의 법문을 들려주는 금강산일 것이다.

저자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문예창작학)를 받았다.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해 윤동주상 문학대상·신석정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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