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금강 특집
불교 배우는 ‘퇴튜던트’_정토불교대학 전혜수 씨“퇴근 후 불교 배우며 인생의 항로 찾아요!”
  • 글 · 사진 정현선 기자
  • 승인 2020.03.12 15:22
  • 댓글 0

“퇴근 후 2시간이면
일주일이 가벼워져요”

전혜수(29) 씨는 SK C&C에 다니는 5년차 IT프로그래머다. 글 쓰는 것이 좋아 서강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기 전, 4학년 겨울방학에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 보고 싶어 인턴쉽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이 취업으로 이어졌다.

전혜수(오른쪽) 씨가 수강생들과 둘러앉아 ‘마음나누기’를 하고 있다. 법문을 들은 소감과 지난 한주를 돌아보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마음나누기는 또 하나의 힐링 법문이다.

쉽지 않은 직장생활

대기업에 취직을 했지만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업무에 종사하다보니 회사생활이 쉬울 리 없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직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발표를 하려는데,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려 나왔다.

브리핑을 마친 후 선배 사원은 회의실에 따로 불러내더니 그녀의 발표 장면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들려줬다.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자극을 받으라는 의도였겠지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와 부정확한 발음은 그녀가 듣기에도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입사 후 1년 동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저의 한계를 절감하고 좌절했던 시간이었어요. 한 번 두려움이 생기고 나니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스스로가 어찌나 무능하고 밉던지 속상한 마음에 한참 울기도 했어요.”

어느 날, 첫 직장생활에 힘들어하는 동생을 곁에서 지켜보던 친언니가 정토회(지도법사 법륜 스님) 수행 프로그램인 ‘깨달음의 장’(일명 ‘깨장’)을 소개해 주었다. 언니는 이미 그 수행 프로그램을 경험한 바 있는데, 그녀가 보기에도 ‘깨장’을 다녀온 후로 언니의 표정이 무척 밝아지고 웃음이 많아진 것 같았다. 자신감 회복이 절실했지만, 당장 4박 5일의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퇴근 후 일주일에 한 번만 출석하면 되는 정토불교대학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언니 권유로 불교대학 입학

정토불교대학의 교육과정은 1년 차 불교대학, 2년 차 경전반, 3년 차 수행법회로 나누어지는데, 1년 과정을 제대로 마쳐야 다음 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 전혜수 씨는 2017년 봄 불교대학 청년반에 입학했다. 종교가 없는 그녀는 입학 초기 ‘불교대학’이란 명칭이 낯설고 부담됐다. 하지만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사례를 빗대어 부처님 교리를 설명해주는 수업 형태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흥미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을 듣다보면 최근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상황이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또한 함께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과 둘러앉아 각자의 소감과 일상에 대해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마음나누기’는 그녀에게 또 다른 힐링 법문이 되었다. 수업이 즐겁고 유익하다보니 하루도 빠지고 싶지 않았다.

“올해 수행법회 청년반이 개설돼 있는 정토회 서대문 법당은 홍제역에 위치해 있어요. 수업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해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데,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넘어요. 일주일에 한 번이긴 해도 퇴근 후에 수업을 빠지지 않고 듣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도 갈 수 있었던 건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진 법우들 덕분이에요. 야근을 하는 날에는 법우들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늦게라도 참석했어요. 입학 첫해인 2017년에는 하루도 안 빠져서 졸업할 때 개근상을 받을 수 있었어요.”

1년 차를 마친 후, 선배들은 ‘불교대학 담당자’를 해보라고 권했다. 1년 간 불교대학 수업준비를 돕고, 진행을 맡는 역할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을 따로 내서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일이 달갑지 않았지만, 봉사를 통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생겼다. 2019년에는 경전반을 이수했고, 4년 차가 되는 올해는 서대문정토회 청년담당을 맡으며, 즉문즉설을 듣는 수행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4년 째 날마다 108배 수행

전혜수 씨는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정토불교대학 체험 프로그램으로 한 달 간 아침기도를 하는 ‘수행맛보기’가 진행되는데, 그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고요한 아침에 일어나 절을 하다보면 전날 회사에서 경험한 불쾌했던 행동과 말도 ‘달리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네.’하면서 이해가 됐다. 아침에 108배를 하고, SNS를 통해 ‘마음나누기’를 하면서 출근을 하면 직장생활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직장생활 5년 차인 회사원 전혜수 씨는 퇴근 후 법문을 듣고 법우를 만날 수 있는 요즘이 행복하다.

그녀는 요즘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심한 평발인 그녀는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마음까지 불편해지곤 했다. 간혹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그 원인을 불편한 신체에 두고 자신의 몸을 원망하기도 했다. 쉽게 화내고 짜증내던 마음도 108배를 시작하고 나선 사라졌다.

4년 째 108배를 하면서 자신에 대한 미움대신 지금 그대로의 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하루하루 변하는 삶과 비례해 자존감도 많이 회복됐다. 예전에는 직장 상사에게 밉보이기 싫어서 화가 나도 괜찮은 척 감정을 숨기곤 했다. 과도하게 많은 일을 맡길 때도 속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색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하던 업무를 먼저 끝내고 차근차근 해보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잘 하려고, 잘 보이려고 애쓰고 긴장하지 않게 된 후 ‘말을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사라졌다.

“회사에서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날, 떨리고 부정확한 목소리로 발표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 제 목소리는 꽤 들을 만 해진 것 같아요. 정토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담당자를 맡아 마이크를 잡고 수업을 진행해 본 것도 도움이 컸고, JTS 빈곤퇴치 캠페인에 참여해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홍보를 하기도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조금 실수해도 괜찮은데 틀릴까봐 긴장해서 떨었던 것 같아요.”

전혜수(왼쪽) 씨가 2019년 어린이날 서울 강남역 인근 광장에서 열린 JTS(Join Together Society) 빈곤퇴치 캠페인에 참석해 거리모금을 하고 있다. 〈사진=정토회〉

여전히 퇴근 후 법문을 듣고 법우를 만나는 지금의 일상이 행복하다는 전혜수 씨. 그녀는 수행법회 과정을 마쳐도 정토회에서 맺은 인연과 소임의 끈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자라다보니 저절로 그늘을 드리우게 된 나무처럼, 좋은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다보면 결국 남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여도 지루하지 않고, 매일 매 순간이 새롭다는 전혜수 씨. 그녀는 말한다.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글 · 사진 정현선 기자  ggbn@ggbn.co.kr

행복을 일구는 도량, 격월간 금강(金剛)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 · 사진 정현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