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불교 배우며 인생의 항로 찾아요!”

“입학 후 자신감 생기고
긍정적 마인드로 변화”

강은수(43) 씨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어과외를 하는 프리랜서다. 그녀는 직업상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은수 씨는 현재 천태종 관문사에서 운영하는 서울 금강불교대학 불교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어떤 인연으로 불교공부를 하게 됐을까?

강은수(왼쪽) 씨가 2월 16일 서울 관문사에서 진행된 ‘2019년도 서울 금강불교대학 수료식’에서 이상순(오른쪽) 씨의 졸업을 축하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법고시 접고 드라마작가로

강은수 씨는 모태 크리스천이다. 부모님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보니 그녀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교회에 다녔다. 유년기에는 부모님과 함께 교회에 다니는 게 마냥 좋았는데, 성장하면서 점차 ‘교회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생각은 ‘종교를 내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번졌고, 성인이 된 후에는 스스로 종교를 ‘무교’라고 말하게 됐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 진학한 강은수 씨는 법조인을 꿈꾸며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번번이 낙방했고, 시험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자 학원강사와 과외를 병행했다. 2011년 가까운 지인의 죽음까지 겪은 그녀는 정신적 한계에 내몰려 결국 사법고시 준비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2011년 가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보고 마음속에 어떤 울림을 느꼈다. ‘드라마 작가가 돼야겠다.’고 결심을 한 그녀는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드라마 ‘육남매’의 작가 최성실 씨의 수업을 들었다. 최 작가는 천태종 서울 관문사 신도였는데,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미래에 멋진 작가가 돼라.’며 그녀를 위해 등을 달아주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최성실 작가를 만난 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란 생각이 들어요. 교육원 졸업 후에 최 작가님과 연락이 끊겼다가, 2018년 겨울에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됐어요. 그 후 자주 왕래하다가 최 작가님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는데, 이 책이 절 불교신자로 이끌어줬어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서울 관문사가 개산 20주년을 맞아 신도들의 신행담을 엮은 책이다. 그녀는 기독교의 간증집(干證集)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밀려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관문사 신도들의 모습이 궁금해졌고,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알고 싶어졌다.

강은수 씨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를 읽고 감동을 받아 불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계기로 서울 금강불교대학에 입학해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2019년 1월 1일, 무작정 구인사를 찾아가 4박 5일 기도에 들어갔다. 낯선 사찰 생활에 우왕좌왕했지만 점차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편안해졌다. 그제야 열심히 정진하는 다른 신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 열정에 다시 한 번 감동했다. 그녀는 구인사 4박 5일 기도를 통해 ‘불자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뒤 관문사에 신도등록을 했다.

4박 5일 기도 후 서울 금불대 입학

“신도등록 후 처음 법회에 참석했을 때의 제 모습을 생각해보면 너무 어설퍼서 지금도 웃음이 나요. 법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주변 사람의 행동을 눈치껏 따라 하기 바빴어요. 법문 내용도 어려워서 조금 막막한 심정이었는데, 마침 금강불교대학에서 신입생을 모집한다더라고요. 순간 ‘이거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법회가 끝난 후 곧바로 입학원서를 제출하러 갔지만 뜻하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됐다. 불교학과 1학년 수업이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진행되는데, 그녀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게 부담됐지만, 바른 불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해 기초부터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녀는 입학 후 △부처님의 가르침(최봉수) △〈천수경〉(권기종) △불교학개론(권탄준) △대승불교개론(양승규) 등의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자신만만하게 입학원서를 냈을 때와 달리 어려운 용어와 체력적 한계로 힘이 부쳤다. 반면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에 매주 월요일 수업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간혹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학구열을 불태우기도 했다.

현재 그녀는 학생회 교화차장으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작년에는 생전 처음으로 서울 연등회에 참가해 제등행진을 하면서 종로대로를 걸어보기도 했다. 금강불교대학은 대부분 행사가 주말에 있는데, 과외수업으로 바쁘다 보니 참여하기 어려웠다. 제등행진도 학생들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참여가 어려웠지만, 동기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스케줄을 조정했다.

도반들과 종로 한복판을 걸었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는 그녀는 올해 제등행진이 신종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해 차질을 빚을까봐 걱정이다. 사실 그녀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자신이 ‘유령 불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기들이 잘 받아준 덕분에 지장회를 비롯한 다양한 신행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뮤지컬 싯다르타를 관람한 후 금불대 동기들과.

세상의 주인공이 되려는 발걸음

강은수 씨는 지인들을 만날 때면 ‘불교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간혹 “그러다 스님 된다고 하는 거 아니야?”하는 재치 있는 반응도 있다. 다만 독실한 크리스천인 부모님은 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상태다.

“부모님이 아시게 되면 그때 잘 설명하려고 해요. 종교는 각자의 선택이고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부모님의 믿음 속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듯이 저도 제가 선택한 믿음을 통해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했어요. 저는 불교공부를 하고 나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구요. 제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부모님도 절 이해해주시지 않을까요?”

불교공부를 시작한 뒤 그녀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그러다보니 삶에 여유가 생겼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큰 변화를 체감한다. 평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상대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해서도 존중을 하게 됐다. 무심코 타인에게 상처를 줬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진심으로 참회하게 됐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무사히 졸업하기’라고 대답했다. 머무는 자리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라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가르침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교대학 수업을 다녀온 후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웹 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가려 노력한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질 좋은 학습지도안을 만드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강은수 씨는 오늘도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 발자국씩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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