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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배우는 ‘퇴튜던트’_전주 전북불교대학 고유정 씨“퇴근 후 불교 배우며 인생의 항로 찾아요!”
  • 글·사진 이강식 기자
  • 승인 2020.03.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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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튜던트’는 ‘퇴근’과 ‘Student(학생)’의 합성어로, ‘퇴근 후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다. 낮에는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생업에 종사하고, 저녁에는 불교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는 퇴튜던트 네 명을 만났다. 고유정 한복 디자이너(전주 전북불교대학), 강은수 과외교사(서울 금강불교대학), 전혜수 회사원(정토불교대학), 강보미 회사원(분당 대광사 명상상담대학)이다. 그들의 삶과 불교, 공부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

“불교공부는
‘참나’ 찾아가는 순례”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불교대학에서 불교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고유정(48) 씨. 그녀는 대학에서 한국전통복식을 전공한 25년 경력의 한복 디자이너다. 그녀의 창작 공간을 겸한 한복가게는 전주 중앙동에 소재한 일명 ‘웨딩거리’에 있다. 그곳에서 매일 한복을 연구하고 틈나는 대로 불교 공부도 한다.

한복가게에서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는 고유정 씨.

불자 교유 계기로 불교대학 입학

한때 교회에 다니기도 했던 그녀가 불교를 접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한복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고유정 씨는 2014년 초 원광대에서 석사과정(한국복식 전공)을 마친 후 잠시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친분이 있던 불교 신자들과 교유(交遊)가 잦다 보니 자연스레 불교에 관한 얘기를 자주 듣게 되었고, 불교에 대한 호감도 높아졌다.

지인의 소개로 전주 완산구 소재 전북불교대학을 알게 된 고유정 씨는 2014년 3월 전북불교대학 불교학과 27기로 입학해 불교공부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녀는 당시 지인들에게 말로만 듣던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어떤 철학인지 무척 궁금했다. 불교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다소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개강 후 한 달이 지날 무렵, 불교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하고 어려웠다.

“첫 수업을 듣고, 두 번째 수업을 들어도 ‘공(空)’이니, ‘연기(緣起)’니, ‘사성제’니 하는 불교용어들은 너무 생소했고, 그에 대한 설명도 정말 어려웠어요. 그렇게 한 달 가량 수업을 들었는데 전혀 나아지질 않았어요. 불교를 배우려고 입학을 했는데,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어렵기만 하니 계속 다녀야하나, 그만둬야하나 고민하게 되더군요.”

그녀는 학업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교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교리는 어려웠지만 ‘근본불교’ 수업과 ‘〈반야심경〉’ 수업에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유정 씨는 ‘근본불교’ 강의를 들으며 ‘세상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그 인연의 고리를 통해 결국 자신과 연결돼 있다.’는 연기의 법칙을 배우면서 큰 환희심을 느꼈다. 세 딸에게 밥상을 차려주며 “이 밥상에 오른 쌀 한 톨이 햇볕·비 등 자연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건 줄 알고 있니?”라고 물을 정도로 연기법에 대한 감동은 컸다.

또 한 번은 학장이었던 한 스님이 〈반야심경〉 수업 때 사용한 ‘알아차림’이라는 단어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녀는 알아차림을 ‘현실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라.’는 말로 이해했다. 한동안 SNS 상태메시지에 ‘알아차림’이라고 써놓고 있을 정도로 그 표현이 좋았다.

고유정 씨가 자신의 한복가게에 전시된 한복을 매만지고 있다.

불교공부로 마음에 여유 찾아

고유정 씨의 한복작업실에서 전북불교대학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그녀는 불교대학에서 △부처님의 생애 △불교문화 △근본불교 △대승불교 △경전의 이해 등 불교기초교리와 〈천수경〉·〈금강경〉·〈법화경〉을 비롯한 다양한 불교경전을 배우고 익혔다. 2년 간 불교공부에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건 본업 다음 우선순위를 불교대학에 두었기에 가능했다.

불교학과 1년과 법사과 1년까지 2년 과정을 수료한 후 그녀는 이후 2년간 본업에 매진했다. 그렇다고 불교공부와 담을 쌓은 건 아니었다. 일요일마다 전북불교대학 법당에서 열리는 법회에 나가 도반들과 인연을 이어갔고, 매월 한 차례 진행되는 사찰답사모임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으며, 동기들과의 친목모임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시 불교공부에 갈증을 느끼게 됐다. 결국 2018년부터 매년 1년 과정의 불교학과에 재등록해 수업을 들으며, 자신을 갈고 닦고 있다. 재등록생의 경우에는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수강을 할 수 있고, 학점이수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자신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불교대학을 다닐 수 있다.

“사실 처음 2년간 불교학과와 법사과를 수료했지만 열심히 다니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어려웠던 데다가 출석을 못하게 될 경우에는 짜증이 생기기도 했어요. 2년쯤 지난 어느 날 일요법회에 참석해 법문을 듣는데 ‘내가 (불교대학을 다닐 때 갖고 있던) 이런 느낌을 잊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같은 공간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얘기를 듣는 것만으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등록하게 되었죠.”

고유정 씨는 연초 ‘열심히 다니지 않을 거면 등록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네 번째 불교학과 재입학을 망설였지만, 함께 배우는 도반들이 좋고 불교공부가 좋아 또다시 신청을 했다. 그녀가 이런 결정을 한 결정적 이유는 불교공부를 통해 삶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평생을 함께할 도반들을 만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불교공부는 그녀의 삶에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직업상 고객과 약속한 시간 내에 한복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겼다. 늘 마음이 조급하고 초조했다. 그런 그녀에게 불교공부는 ‘조급증’을 치유하는 큰 힘이 됐다. 도반들과 소통하고, 불교공부를 하면서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떤 상황이든 조급하게 쫓아가지 않고, 마음이 정돈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

패션 관련단체 사무국장을 맡아 일을 할 때는 사람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 100일 기도로 이런 고민을 극복하기도 했다. “손님만 상대하다가 조직에 들어가서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힘든 점이 참 많았다.”는 그녀는 “불교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100일 기도였다. 기도할 때 도반들이 해 주던 격려의 말이 큰 위안이 됐다.”고 털어놨다. 기도를 시작한 날부터 100일을 채우기까지 5개월가량 걸렸지만 뿌듯했다는 그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힘든 일들도 툭툭 털어낼 수 있었다.

지난 2월 12일 전북불교대학 강의실에서 진행된 인문학 특강을 듣고 있는 고유정 씨와 학생들.

“불교 통해 배운 삶의 지혜 소중해요.”

그녀는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다. 딸 셋을 둔 엄마이기에 집안일도 녹록치 않다. 지금은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챙겨 먹을 정도로 성장해서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낮에는 고객을 응대하고, 한복 원단을 점검해서 부족분을 주문한다. 수업이 있는 수·목요일 저녁에는 불교공부를 한 뒤 다시 작업실로 와서 새벽까지 한복디자인을 하는 등 창작작업에 몰두한다. 다행히도 살림집이 작업실 2층이어서 일하고 싶을 땐 언제든 내려와서 일을 할 수 있다고.

건강을 위해 오전엔 운동에 시간을 투자한다. 지난해 3월까지는 매일아침 108배를 했지만 일이 바빠 8개월 간 운동을 쉬었더니 몸에 무리가 왔다. 한복을 제작하는 일은 작업대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고 해야 하기 때문에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그래서 올 2월부터 요가학원에 등록해 다니고 있다. 운동은 한복 디자이너로, 불교학도로 더 열정인 삶을 살고자 하는 그녀의 방편이다.

그간 불교대학에 다니며 느낀 소감을 전하는 그녀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잔잔히 흘렀다. 수 년 간 불교대학에 다닌 덕분인지 그녀에게 불교공부는 이제 일상이 됐다. 어렵기만 했던 불교 용어도 익숙해졌고, 공부를 지속하면서 과거엔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도반들과 함께 하며 배우고 익히는 불교, 그리고 삶의 지혜는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중함 그 자체다.

그녀는 불교 공부를 ‘참나’를 찾아가는 긴 순례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그 길을 걸으며 불교적 삶을 사는 게 궁극적 목표다. 그것이 그녀가 끊임없이 불교 공부에 매진하는 이유다. 그녀는 지인들에게 “불교대학에 같이 다니자.”며 적극 권유한다. 행복한 삶의 길, 부처의 길은 모두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인다역을 맡아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고유정 씨는 불교를 만나 배운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살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녀가 피울 맑은 연꽃의 향기가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글·사진 이강식 기자  ggbn@ggbn.co.kr

행복을 일구는 도량, 격월간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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