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은 별개’라는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을 주장했지만,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후 서구 세계는 과학의 발달과 함께 ‘마음은 뇌에서 생성된다.’는 ‘신경세포학적 유물론’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현대의학에서는 인간을 분자 → 세포 → 조직 → 장기 등으로 구성된 육체적 존재로 봅니다. 그러나 양자의학에서는 인간이 3중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3중 구조’는 먼저 현대의학의 관점과 같은 ‘육체’이고, 두 번째는 육체에 중첩되어 있으나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파동구조(지난 호 참조)’이며, 세 번째 역시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 등을 말합니다.

서양과학 “마음은 뇌에서 생성된다”

인간의 3중 구조에서 ‘마음’은 육체와 독립된 실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체로서 독립된 마음이기 때문에 사후(死後)에도 영속하게 됩니다. 따라서 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마음은 뇌에서 생성된다.’는 신경세포학적 유물론과 양자의학에서 말하는 ‘마음’은 다릅니다. 그래서 양자의학에서의 ‘마음’은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다소 부연설명이 필요합니다.

잠시 서구의 역사에서 몸과 마음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는 몸과 마음은 별개의 실체라는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물질적인 몸과 비물질적인 마음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그의 이론은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데카르트 이후 서구에서는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뇌과학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마음은 뇌에서 생성된다.’는 신경세포학적 유물론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고, 이후 마음이 독립적 존재라는 개념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1928년 양자물리학이 정립되면서 물질의 파동장(波動場)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뇌에도 고유의 파동장이 존재한다는 개념이 생기면서 신경외과 의사 칼 프리브람(Karl H. Pribram)은 “마음은 뇌의 파동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영국의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와 미국의 마취과 의사 스튜어트 하머로프(Stuart R. Hameroff)는 “마음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뇌의 파동장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뇌세포의 미세한 구조물인 미세소관(Microtubule)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물리학자인 콘스탄틴 코로토코프(Konstantin Korotkov)는 인체의 파동장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여 영혼이라 생각할 수 있는 영상을 촬영한 후 “죽음의 종류(자연사, 교통사고 사망 및 자살 등)에 따라서 사망 직후 영혼의 파동이 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마음은 몸과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구에서 몸과 마음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마음은 뇌에서 생성된다는 신경세포학적 유물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물론이 대세인 현재의 상황에서 ‘독립된 실체로서의 마음’을 주장하는 양자의학의 이론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 설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마음은 살아있는 동안 육체와 별개라는 점, 둘째 죽음 후에도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남았다가 다시 재생(윤회)한다는 점, 셋째 마음의 실체는 양자파동이라는 점입니다.

양자의학 “마음은 독립된 실체”

먼저 우리가 살아 있을 때 마음의 실체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은 홀로그램의 원리를 이해하면 인간의 인식 주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의 홀로그램 제작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술자는 홀로그램을 찍을 때 레이저광선을 기준파와 물질파로 분광(分光)시킨 다음, 기준파와 물질파를 다시 합쳐서 사진용 필름에 감광시킵니다. 이 홀로그램에는 사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사과에 관한 파동의 간섭무늬만 나타날 뿐입니다. 이 사과의 홀로그램(간섭무늬)에 또 다른 레이저를 쏘아야 비로소 사과를 볼 수 있습니다. 봄(Bohm)은 인간의 인식과정도 사과 홀로그램과 동일한 원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봄(Bohm)은 “우리가 사과를 보는 과정을 자세히 분석하면, 사과를 보는 순간 사과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의 망막에 전달되는데, 이때 사과로부터 전달되는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사과의 파동이 빛의 파동에 의해 변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사과의 파동이란 ‘물질의 입자/파동 이중성 원리’에 의하여 ‘사과는 고유의 파동을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변조란 ‘빛의 파동에 사과의 파동이 실린다.’는 뜻입니다. 마치 방송국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고주파에 실어서 방송으로 송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사과에 관한 파동정보는 망막에 전달됩니다. 이 순간 사과의 파동은 아날로그 형태입니다. 사과의 아날로그 정보는 망막에서 디지털 정보로 바뀌게 됩니다. 이제 사과의 디지털 정보는 시신경(視神經)을 따라서 뇌의 시각중추로 이동한 뒤 뇌의 파동구조에 전달됩니다. 여기서 뇌의 파동구조란 ‘물질의 입자/파동 이중성 원리’에 의하여 뇌가 가지는 고유의 파동구조를 말합니다. 이렇게 하여서 사물체였던 사과에 관한 정보가 뇌의 파동구조로 전송되었습니다.

뇌의 파동구조에 입력된 사과에 대한 정보(디지털 정보)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주체’가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사과의 홀로그램 촬영과정에서도 설명했듯이 사과를 찍은 홀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다시 레이저를 쏘아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뇌의 파동구조에 입력된 사과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기 위해서 봄(Bohm)은 독립된 존재로서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눈이 눈을 볼 수 없고, 뇌가 뇌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합하면, 봄(Bohm)이 주장한 인식과정은 사과 → 망막 → 시신경 → 시각중추 → 뇌의 파동구조 → 마음 순으로 전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봄(Bohm)의 인식이론을 인용하여 양자의학에서는 마음을 육체와 독립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와 마찬가지로 양자의학은 ‘마음은 육체와 독립된 실체’이고, 인간은 3중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접근할 경우, 현대의학은 여러 가지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쥐 실험과 마음의 재생(윤회)

두 번째는 사후(死後) 마음의 존재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Emory University)의 신경생물학자 케리 레슬러(Kerry Ressler) 교수는 쥐에게 가벼운 전기충격과 동시에 아몬드 향을 맡게 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쥐는 전기충격으로 몸을 떨었습니다. 나중에는 아몬드 향만 맡아도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몸을 떨었습니다. 즉, 조건반사가 형성된 것입니다.

나중에 이 쥐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 새끼에게 아몬드 향을 맡게 했더니 역시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몸을 떨었습니다. 그 다음 세대에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3대까지 전달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공포에 대한 기억’이 3대 후손에게까지 전달된다는 걸 실험적으로 밝힌 사례입니다. 유전자에는 ‘기억전달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공포의 기억’이 후손에게 유전된다는 것은 마음의 재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마음의 정체가 ‘양자파동(Quantum Wave)’이라는 점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공과대 교수인 로버트 쟌(Robert G. Jahn)과 심리학과 교수인 브랜다 듄(Brenda Dunne)은 전자난수(電子亂數) 발생기(RNG)를 사용해 사람의 마음이 전자(電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습니다. 이들은 “마음의 의지대로 전자의 ‘0’이 튀어 나오거나 혹은 전자의 ‘1’이 튀어 나오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가설을 세우고 1970대부터 1996년까지 1,262건에 달하는 방대한 실험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들은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의 마음은 ‘양자파동’으로써 전자(電子, 물질)에 작용한다는 게 명확한 사실”이라는 걸 입증하였습니다.

이제 양자의학에서 주장하는 마음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다소 해소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양자의학에서 주장하는 인간의 3중 구조 중 마음의 정체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인간이 3중 구조임을 설명하였지만, 실은 과거 동양문화에서는 인간이 3중 구조라는 사실이 보편적인 지식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교의 ‘삼신론(三身論)’입니다.

삼신론에서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은 양자의학의 3중 구조론인 마음, 파동구조 및 육체에 그대로 대비시킬 수 있습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도가의 ‘형기신(形氣神)’, 단학계의 ‘영혼백(靈魂魄)’ 그리고 한의학의 ‘정기신(精氣神)’ 등도 삼신설이었습니다.

필자는 다수의 의료인이 인간의 3중 구조 및 삼신설에 동의해준다면, 현대의학이 당면해 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길전
충남대의대 명예교수. 1943년생,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과정을 수료했다. 한양대의대 조교수를 거쳐 충남대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정년퇴직했다. 이후 몇몇 대체의학대학원에서 ‘양자의학’에 관해 강의를 했으며, 지금은 불교의 마음에 관한 공부를 독학하면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서로 〈여성 생식의학〉·〈양자의학〉·〈대체의학 이론과 실제〉·〈자연치유력을 키워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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