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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설법> 사리불 존자의 현명한 모욕 대처법
  • 천태종 운덕 대종사
  • 승인 2020.01.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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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일출 장소를 중심으로 새해 소원을 빌며 별미도 즐기는 여행지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곳곳의 풍경도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해 최악의 산불로 고통 받았던 호주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에 백만명 이상이 몰렸다는 소식입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펼쳐진 불꽃놀이를 감상하기 위해서인데 모든 사람들이 그간의 아픈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일이 그렇듯 새해 벽두 희망의 문을 활짝 여는 움직임도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편한 일도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강사가 특정직업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수학시험 성적을 놓고 7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향해 “호주에 가 용접이나 배워라.”고 발언해 공분을 샀습니다.

특정직업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비춰진 이같은 발언은 비단 이번만이 아닙니다. 과거 한 국회의원은 대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들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려면 간과 쓸개 다 빼줘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해 검찰에 기소됐고 재판까지 받았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모욕 사건 등 지금도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 사회는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모욕에 연루된 인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자신의 발언을 옹호하면서 사과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아론 라자르는 “모욕감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과”라고 강조합니다. 모욕감으로 받은 상처와 피해를 치유하거나 줄이는 데 있어서 사과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과는 피해를 입은 사람과 가해자 간의 화해와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협상의 첫걸음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사과 없는 화해와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제자 사리불 존자도 모함과 모욕으로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80세 때 기원정사에서 여름 안거를 마치고 만행을 떠났습니다. 당시 안거를 마치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탁발도 하고 전법을 하는 것이 일종의 규칙이었습니다.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께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운수행각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한 비구가 부처님을 찾아와 사리불이 자신을 모욕한 다음 길을 떠났다고 고했습니다. 부처님은 사리불의 뒤를 쫓아 불러오도록 비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난다로 하여금 정사 안의 대중을 모두 모이게 하였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영문을 모른 채 돌아오자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사리불이여, 그대가 떠나자 한 비구가 찾아왔다. 그 비구는 그대가 자기를 모욕하고 길을 떠났다고 하는데 그것은 참말인가?”

이에 사리불이 대답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금년으로 80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생한 기억도 없고 거짓말을 한 적도 없습니다. 또한 남과 다툰 일도 없습니다. 만일 제가 그런 일을 하였다면 저의 마음이 교란되어 있을 때일 것이나 저의 마음은 항상 맑은 호수와 같이 개어 있습니다. 이러한 데 제가 남을 가벼이 희롱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대지는 모든 것을 능히 참고 어떠한 부정도 받아들입니다. 온갖 불결한 것들을 받아들이는데 대지는 결코 거역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제 마음은 이 대지와 같아 능히 인욕하며 거역할 뜻은 추호도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물은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깨끗하게 씻어주며, 거기에는 애증이 없습니다. 오늘의 제 마음은 마치 이 물과 같습니다.”

80세의 사리불 존자가 비유를 들어 담담히 이렇듯 말을 이어나가자 참석한 대중들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사리불 존자를 비방한 비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모욕을 당하지 않았구나. 너의 잘못을 참회하여야 할 것이다.”

비구는 사리불 존자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를 받아줄 것을 간곡히 청하였습니다. 사리불 존자는 비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비구여, 참회는 불법 가운데 그 공덕이 가장 넓은 것이다. 잘못을 뉘우치는 것은 가장 큰 선덕이다. 나는 그대의 참회를 기쁘게 받아들이나니 다시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

대중들은 이 아름다운 광경에 다시 감동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리불 존자는 남을 공격하는 똑같은 방법으로 모욕에 대처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수행과 마음상태가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함으로써 결백을 증명했습니다.

세상엔 쉽사리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럴수록 불자들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점검하고 남들의 잘못을 너그러이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리불 존자의 지혜로운 처신을 배워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천태종 운덕 대종사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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