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 위한 신경과학 연구서
크리스 나이바우어 저·김윤종 역 / 불광출판사 / 15,000원

불교와 도교 등 동양사상과 신경심리학(神經心理學. 뇌를 중심으로 하는 신경계와 언어·인지를 중심으로 하는 심리기능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학문)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뇌과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명상이나 마음챙김, 태극권 수련에 참여한 이들의 뇌는 일반 사람들보다 두꺼운 대뇌피질을 갖는다. 대뇌피질은 상위 수준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특화된 영역이다. 뇌에 변화를 일으켜 염증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동양 사상과 신경과학의 연결점을 찾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크리스 나이바우어 박사는 기존의 연구가 상당부분 서구적 관점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반면 동양의 각종 수행법에는 육체적 또는 정신적 유익함을 넘어서는 더욱 심오한 무엇이 있다고 판단했다. 저자는 ‘개개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자아]은 실재가 아니다.’고 보고 있다.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등장인물에 가깝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나’란 개념을 허상이라고 보고, 이를 불교의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 ‘무아(無我)’로 표현했다.

좌뇌는 주로 패턴의 인지, 언어, 분류 및 범주화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 기능들이 합쳐져 ‘자아’라는 느낌을 만들어내고, 이 느낌이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강하게 믿도록 이끈다. 저자에 따르면 ‘나’라는 느낌은 좌뇌가 창조했기 때문에 좌뇌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자아’의 실체를 밝힐 수는 없다. 아인슈타인이 “문제가 생긴 생각과 동일한 수준에서는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그래서 저자는 좌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뇌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살폈다. 아울러 사람들이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안내해 ‘내가 없으면 문제도 없다.’는 선불교의 경구처럼, 좌뇌의 한계를 뛰어넘어 정신적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