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경자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희망의 새해를 여는 힘은 어떻게 살아가야 되겠다는 계획과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마음으로 새해 첫 걸음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초심(初心)입니다.

초심은 나를 잡아주는 버팀목이자 강인하게 이끌어주는 채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유혹과 나태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일상적 삶 속에서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신약(信藥)인 것입니다. 초심은 그래서 엄격한 자기관리를 요구하는 지계(持戒)와도 같습니다. 다만 출가 수행자가 계를 범했을 경우 대중의 질책과 그에 따른 벌칙이 주어지는 것과는 달라서 언제든 좌절과 포기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히려 초심을 잃고 변절과 굴복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초심을 잃는다면 언제든 위기의 삶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심을 잃었다는 얘기는 바꿔 말하면 변칙과 타협을 용서했다는 말이 되고 이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망(信望)을 잃게 되는 상황을 부르게 됩니다.

초심은 또한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열정’과 통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하고 순진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의 법문을 ‘순일(純一)’한 것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부처님의 법문은 과장되거나 꾸미거나 수식되지 않는 것이어서 순일한 것입니다. 또 듣기 좋은 말로 치장하거나 위협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아 순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허공법계에 두루 하나 걸리거나 변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법문을 순일하다 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순일한 상태에서 ‘그 무엇’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므로 초심은 오래도록 지키고 유지해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불교에서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란 말이 있습니다. 신라의 의상대사가 〈화엄경〉의 뜻을 요약한 ‘법성게(法性偈)’란 글에 나오는 이 말은 처음 불도에 마음을 내디뎠을 때 그 마음이 바로 부처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처음 발심하는 마음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에게 초심은 중생들에게 놓인 생로병사의 문제를 푸는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자의 신분마저 포기하고 성을 뛰어넘어 출가의 대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이 초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왕자의 신분으로 ‘빛의 세계’에 사셨습니다. 매일같이 궁녀들의 가무가 펼쳐지는 환락의 빛 속에서 젊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사신 분이 출가를 단행하여 저 깊은 숲 속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처음 그 칠흑같은 어둠만이 짙게 깔려있는 숲 속에서 밤을 보낸다는 것은 웬만한 배짱과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온갖 독충과 뱀과 날짐승들이 있었을 그 곳에서 맨 몸으로 날을 지샌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무엇이 부처님을 그 어둠의 세계에 이르러 수행하게 했을까요? 바로 초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부처님으로 하여금 불퇴전의 용맹정진을 하게 만든 그것이 바로 초심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부처님의 초심을 배워야 합니다. 실제로 초심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의 인생은 값지게 빛이 납니다. 반대로 초심을 놓은 채 타협과 변절로 삶을 꾸리는 이들은 반드시 위기를 맞게 되고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겐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 대한 욕구가 강렬하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카필라 왕궁을 탈출해 어둠의 숲속으로 걸어들어 간 것은 구도의 호기심과 욕구가 만들어 낸 실례라 하겠습니다. 둘째는 겸손함입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순일함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든 겸손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쭐해 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늘 긍정적 사고를 보여줍니다. 긍정적 사고는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게 만드는 비책(秘策)이기도 합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한결 높여주는 힘도 긍정적 사고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주도면밀하다는 점입니다. 주도면밀함은 어떤 일에든 충동적으로 뛰어들거나 변덕스럽게 일을 대하지 않는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이들은 모든 일이 매번 처음인 것처럼 의욕적으로 주어진 과제를 처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에 동력이 생기고 추진력이 배가됩니다. 다시 말해 후퇴나 굴복하는 삶을 겪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지난 해 묵은 때를 털고 희망의 경자년을 보내고 싶다면 초심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새해 설계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이에 따른 지침을 마련할 때 초심이 다져질 수 있습니다. 그런 후 열정과 욕구, 겸손함, 긍정적 사고, 성찰과 반조를 통한 주도면밀한 추진력으로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 하나 성취해 나간다면 값진 경자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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