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사랑 없이 새 봄이 오겠는가?

겨울이 오면 사랑도 함께 옵니다. 텅 빈 숲과 들판, 그 황량한 공간에 들어차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이라는 역설의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고통이 필요했습니다. 껍질을 벗겨내는 아픔을 견디며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탑을 쌓을 수 있었기에 겨울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습니다. 겨울과 함께 찾아 온 사랑을 이웃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겨울의 침묵을 봄의 우렁찬 외침으로 길러내는 시간, 그 무량한 사랑으로 나를 지탱합니다. 이 겨울, 사랑하지 않으면 새봄은 오지 않습니다.

최문정

불화작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로, 2003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북  ·  충남도 문화재위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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