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건물지(육각형) 조사 후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계성사 추정, 北 금강산 정양사와 유사

북한 금강산 정양사의 약사전과 유사한 육각형 형태의 사찰 건물지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강원도 화천군과 (재)강원고고문화연구원(이하 연구원)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화천군 하남면 계성리 595번지 일원 소재 계성리사지(계성사로 추정) 유적 발굴조사에서 국내 최초로 육각형 모양의 건물지를 확인했다고 9월 30일 밝혔다. 두 기관은 10월 1일 오후 2시 발굴현장에서 현장설명회를 연다.

화천군과 연구원은 보물 제496호 화천 계성리 석등 정비를 위해 발굴조사를 시행했다. 중심사역에서는 정밀발굴조사를, 외곽지역에서는 시굴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중심사역은 남북축선을 기준으로 중문지, 석탑지, 동·서 석등지, 금당 추정 육각형 건물지가 위치하는 1탑 1금당식의 가람배치임을 밝혀냈다.

특히, 국내 절터에서는 처음으로 평면 육각형의 건물지를 확인했다. 고려 전기에 조성된 건물지는 가람배치상으로 볼 때 본존불을 모신 금당으로 추정하며, 육각형의 기단에 고맥이 초석(하방 밑에 생기는 화방벽과 만나는 초석 측면의 마감을 깨끗이 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초석)을 사용했다.

기단 한 변의 길이는 약 5.4~5.7m, 적심의 지름은 약 1.8~2.2m이며, 면적은 기단을 기준으로 약 88.2㎡이다. 조선 시대에 평면 방형으로 재건됐는데, 정면 3칸, 옆면 3칸으로 면적은 약 132.7㎡이다. 건물지 중앙에는 평면 육각형의 쪼갠 돌(할석)이 깔려 있어 불대좌(佛臺座)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육각형 모양의 법당지는 현재 북한 금강산 정양사(正陽寺)에도 있는데, 정양사의 육각형 법당지(현 약사전) 중앙에도 석조본존불이 배치돼 있다.

제3호 건물지 내에서는 궐수문(고사리 모양 무늬)이 조각된 타원형의 석조화덕시설이 확인됐는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고려시대 화덕시설 중 가장 화려하고 격조 높은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계성리사지는 고려 전기에서 조선 후기까지 운영된 산지가람으로, 신라 말 고려 초의 일반적인 평지가람 배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찰 창건과 관련해서는, 고려 전기 관리인 최사위(崔士威)의 묘지명(墓誌銘)에 계성사와 정양사의 창건에 각각 관여한 행적이 기록돼 있다. 이를 토대로 최사위가 최사위가 두 사찰의 건축물 대부분을 조성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천군과 연구원은 현재 추정 계성리사지 주변 시굴조사를 통해 부속건물터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사세와 위상이 매우 컸던 사찰이었음을 짐작하고 있다.

중심사역 유구 현황도. <사진제공=문화재청>
중심사역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3호건물지 화덕. <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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