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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설법> 사소한 것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 천태종 문덕 총무원장
  • 승인 2019.09.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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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채 태어납니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떠나갈 때 어느 것도 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동안엔 가진 것에 집착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애씁니다. 고가의 집과 차, 멋진 보석과 유행하는 옷 등을 지니려고 끝없는 욕망을 부립니다.

소유욕이 클수록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큽니다. 가진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잃는게 두려운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일수록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큰데, 그래서 마음공부가 필요합니다. 애초 인간은 자신이 모두 소유한 것을 잃는다 해도 본래 태어난 자리로 돌아갈 뿐입니다. 아무 것도 갖지 않고 태어난 상태의 ‘본래무일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중한 것만 지키려고 애쓰다가 정작 중요한 자신의 삶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맛있는 음식, 보통사람이라면 생색도 내지 못할 고가의 술, 화려한 유흥의 세계와 도박 등을 날마다 탐하면서 특별한 존재인 양 뽐내지만, 안으로는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건강과 인간관계로 결국엔 볼품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인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본래무일물’의 가르침에선 귀함과 사소함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또한 눈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닙니다. 누구나 함께 공유하는 흙과 바람과 불과 물이 그냥 있는 게 아니며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이들은 어떠한 보석보다 값진 것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자원입니다. 내가 돈을 주고 사지 않는 것이라 해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해선 곤란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아선 안 됩니다.

완벽한 삶은 사소한 부분이 채워질 때 가능합니다. 중국의 고대 사상서 〈관윤자(關尹子)〉에 ‘물경소사(勿輕小事)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라. 작은 틈으로 물이 새어 배가 침몰한다.”는 뜻입니다. 작은 일이거나 하찮은 일이라 할지언정 최선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와 다른 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지방의 한 도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명품 아파트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은 한 아파트 단지가 입주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됨은 물론 방송까지 타게 되었습니다. 사연인즉 비가 내리면 집안 여기저기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창문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잘 닫히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준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벽에 큼지막한 균열까지 생겼습니다. 한 마디로 날림공사였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건축기준을 무시했고 헐값의 재료들을 끌어 모아 시설하는 등 시공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렸습니다. 사소한 것이라 가볍게 여겼던 자재도구의 사용이 결국 날림공사를 불러온 것입니다. 시공사는 결국 사기분양 소송에 연루돼 재정적 손실을 감당해야 할 상황입니다.

부처님께서도 프라세나짓왕과의 대화에서 작고 어리다고 하여 업신여기지 말라고 설하셨습니다. 수닷타 장자가 온갖 공을 들여 완공한 기원정사에 어느 날 프라세나짓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방문하였습니다. 왕은 부처님을 만나자 이렇게 물었습니다.

“늙도록 수행하여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데 아직 젊은 나이에, 더욱이 바라문도 아닌 당신이 어떻게 깨칠 수 있었습니까?”

이에 부처님이 대답하셨습니다.

“대왕이여, 많은 사람은 흔히 작고 젊은 것을 업신여기는 그릇된 소견을 가지고 있소. 그러나 결코 업신여길 수 없는 것이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왕자(王子)이며, 둘째는 작은 용이며, 셋째는 조그만 불씨이며, 넷째는 어린 수행자입니다. 왕자는 작지만 성장하여 나라의 왕이 됩니다. 작은 용은 커서 큰 용이 됩니다. 또 불씨가 작다고 무시해선 안 됩니다.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산과 마을을 태우고 잿더미로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행자는 비록 어릴지언정 마음을 청정하게 갖고 잘 수행하면 무상의 깨달음을 성취해 모든 중생의 스승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프라세나짓왕은 자세를 고쳐 앉고 다시 부처님께 왕으로서 어찌 행해야 바른 길인지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조용히 설하셨습니다.

“오직 외아들을 사랑하듯 백성을 사랑하시오. 억압을 하여서는 안 되며 아무리 작은 생명일지라도 귀하게 여기어야 합니다. 괴로운 자를 돕고 슬퍼하는 자를 위로하며, 병든 자를 구하십시오.”

부처님은 왕에게 작고 약한 생명에 대한 연민을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귀천에 대한 분별을 없애고 누구나 평등하게 대할 것과 권력을 앞세워 약한 자들을 억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사람과 일에 있어서 약자이거나 사소하다고 해서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나중에 죄업(罪業)이 되고 화(禍)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삶은 사소함을 채우는 데서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작고 약한 것일지라도 차별하지 않고 소중히 대한다면 화평한 삶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천태종 문덕 총무원장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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