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서파 코스 정상에서 합장을 하고 한반도 평화와 인류 행복을 기원하는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아틀 연속으로 괘청, 짙푸른 천지와 조우
항일 독립운동사·동포들 생활상 살펴봐

천태종 도용 종정예하, 총무원장 문덕 스님, 감사원장 진덕 스님 등 종단 비구·비구니 스님 40명으로 구성된 ‘중국 성지순례단’이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중국 길림성(吉林省) 백두산(서파, 북파) 일원, 연길(延吉), 도문(圖們) 두만강 국경지대, 훈춘(琿春), 중국·북한·러시아 국경지대인 방천풍경구(防川風景區) 등지를 둘러봤다. 순례단의 4박 5일을 동행취재했다.<편집자>

9월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스님들이 한두 분씩 모습을 드러냈다. 약속 시간인 7시가 채 되기도 전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용 종정예하, 총무원장 문덕 스님을 비롯한 종단 스님 40명은 중국 길림성 연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종정예하 비롯 스님해 40명 동참
순례단을 실은 비행기는 하늘길을 2시간 30여 분간 달려 오전 11시(현지시간) 연길국제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입국 수속을 마친 순례단은 버스 두 대로 이동, 공양을 한 뒤 첫 순례지인 용정(龍井)시 거룡우호공원(巨龍友好公園)으로 향했다. 이 공원에는 ‘용두레 우물’이 있는데,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인 ‘용정’의 이름이 유래된 우물이다. 우물의 내력을 설명해놓은 상세한 안내판은 없었지만, 현지 가이드의 설명으로 우물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버스에 오른 순례단은 백두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차창 밖으로 시원스레 펼쳐진 벌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고 차창 너머로 가곡 ‘선구자’에 등장하는 ‘해란강(海蘭江)과 일송정(一松停)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이다.

일송정은 ’소나무 한 그루가 정자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일제 강점기 당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 소나무 아래에서 항일 의지를 불태우곤 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일제가 나무에 약품을 주입해 고사시켰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중국정부가 옛 일송정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일송정‘이라는 현판을 내건 정자를 건립했다고 한다. 정자 옆에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순례단이 탄 버스는 구절양장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백두산 아랫마을인 이도백하(二道白河)를 향해 내달렸다. 도로 양옆으로 보이는 건 나무와 풀이 전부였지만, 주마간산(走馬看山)하는 스님, 명상에 잠긴 스님도 있었다.

용정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도중 유일한 휴게소를 지나자, 가이드가 인근에 항일운동 당시 우리나라 독립군이 크게 활약했던 ’청산리 전투' 유적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들은 그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진 선조들의 넋을 위로하는듯 했다. 그렇게 버스는 3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4시 40분경 숙소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저녁 공양을 한 뒤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백두산 산행을 위해 여장을 풀었다.

백두산 서파·북파 천지 모습 드러내
19일 오전 7시 순례단은 여행사 측에서 사전에 준비한 버스에 탑승, 백두산 서파(西坡, 서쪽 언덕) 코스로 향했다. 일반적으로는 셔틀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지만 순례단은 이같은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버스를 대절해 움직였다. 순례단은 서파 코스 입구에 내려 1,442개의 계단을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천지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간간히 보이는 야생화와 마른 풀잎, 그리고 하루 전에 내린 눈 덕분에 겨울의 맛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순례단은 종정예하를 필두로 한 계단 한 계단 서파 정상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지만,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미처 장갑을 챙기지 못한 스님들은 손을 비벼가며 산에 올랐다.

서파 정상에 도착하자 마치 한 폭의 명화를 옮긴 듯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순례단의 눈 앞에 백두산 천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고, 티끌 하나없는 순수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천지의 색이 짙어 실물을 보지 않은 이들이 ‘사진을 조작한 거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다. 종정예하께서도 드넓고 짙푸른 천지를 바라보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고, 순례단 스님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이 순간을 놓칠세라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 정부는 천지 정상에서 일체의 종교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특히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成立) 70주년을 앞두고 있어 더욱 민감한 시기다.”라는 가이드의 말처럼, 관리인들이 감시가 삼엄했다. 순례단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한자리에 모여 합창을 한 채 한반도의 평화와 전 인류의 행복을 기원했다. 종교의식이라기 보다는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수행자의 지극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천지를 보았다.’는 뿌듯함과 기쁨을 안고 하산한 순례단은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금강대협곡의 절경을 관람하고 숙소로 돌아와 둘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순례 셋째 날인 20일에도 오전 7시에 숙소를 나섰다. 북파(北坡) 코스는 볼거리가 많아 인기가 좋아서 조금만 지체하면 인산인해를 이뤄 천지를 감상하는데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북파 코스로 오르는 길은 볼거리는 많지만, 운전사가 자칫 한눈을 팔다간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는 험난한 코스다. 10인승 자동차에 몸을 실은 순례단은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절경을 뽐내는 풍경에 탄성을 자아냈다. 정상 주차장에 도착한 순례단은 천지를 보기 위해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찍 나선 덕분인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스님들은 여유롭게 천지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백 번 백두산에 올랐다는 현지 가이드는 “이틀 연속 백두산 천지가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365일 중 며칠 되지 않는데, 천태종 스님들을 모시고 올라와서 이같은 풍경을 보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선조 애국정신 되새겨
행복한 미소를 안고 산을 내려온 순례단은 온천지대를 지나 365일 마르지 않는다는 천지폭포(장백폭포)와 녹연담(綠淵潭)을 둘러본 뒤, 오후에는 한국 기업에서 설립한 생수 생산시설을 견학하고 연길시로 이동해 여독을 풀었다.

순례 넷째 날에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인 도문(圖們)시 두만강변을 방문했다. 두만강은 중국, 러시아, 북한의 국경을 가로 지르는 강으로, 총 길이는 547.8㎞, 유역면적은 32.920㎢에 달한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사공~’으로 시작하는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현재 두만강 물은 노랫말처럼 푸르지도 않고, 노 젓는 뱃사공은 없지만 ‘뗏목 타기’ 체험은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종정예하를 비롯한 순례단은 약 20분 간 모터 엔진이 달린 뗏목을 타고 두만강을 오르내렸다. 강 건너편은 북한 땅이다.

순례단은 두만강을 뒤로 하고 훈춘(琿春) 시내를 지나 남쪽으로 75㎞ 떨어진 방천풍경구(防川風景區)를 방문했다. 이 지역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 삼국의 국경이 만나는 곳으로, 이름난 관광지다. 동남쪽으로는 러시아, 서남쪽으로는 북한 땅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에는 희귀식물과 조류가 많다고 한다.

다시 연길로 돌아온 순례단은 휴식을 취한 뒤 순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연변조선족자치주 박물관을 둘러봤다. 전시된 사진과 안내문 등의 자료와 유물을 통해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한민족의 풍습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동포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순례단 스님들은 중국 동포들의 항일 독립운동사와 생활상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지역적 특색과 세월의 흐름 때문에 약간의 간극은 벌어졌어도 같은 문화임을 확인했다.

종정예하께서는 대중설법을 하실 때 늘 “부처님 법을 바로 알고, 바로 닦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스님들은 종정예하의 가르침을 따라 해외성지순례가 ‘나를 닦는 수행’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실천했다. ‘구름처럼 떠돌고 물처럼 흐른다.’는 뜻의 ‘운수행각’. 스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자유롭지만 진중하다. 4박 5일 간의 일정을 무탈하게 소화한 스님들은 천지의 신비로움과 웅장한 기상, 선조들의 ‘애국정신’, 그리고 중생 구제의 대원력을 가슴에 품고 귀국길에 올랐다.

도용 종정예하를 비롯한 종단 스님들이 계단으로 백두산 서파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백두산 서파 정상에서 본 천지.
백두산 북파에서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눈에 덮혀 있는 백두산.
백두산 서파 정상에서의 기념촬영.
동양의 그랜드캐넌으로 불리는 금강대협곡 숲길을 걷고 있는 천태종 스님들.
백두산 북파 정상 부근을 걷고 있는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백두산 북파 정상에서 본 천지.
백두산 북파에서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백두산 북파 정상으로 오르는 길. 9월 18일 내린 눈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천지폭포(장백폭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365일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천지폭포(장백폭포) 전경.
녹연담에서의 기념촬영.
한국 기업에서 설립한 생수 생산 공장 견학.
두만강에서 뗏목체험을 하고 있는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중국, 러시아, 북한 삼국 국경을 조망할 수 있는 방천풍경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
천태종 중국 성지순례단이 연변조선족자치주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용정시에 위치한 용두레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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