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훈민정음’은 지금으로부터 570여 년 전 세종대왕(1397~1450)이 반포한 우리나라 글자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의 ‘훈민정음’은 하늘, 땅, 사람 그리고 사람의 소리를 근본으로 창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 후 ‘훈민정음’은 오늘날 어떻게 활용돼 왔을까? 오는 10월 9일은 한글 창제 573돌이 되는 날이다. 이를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아 ‘훈민정음’ 창제와 우리말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4년 10월 9일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 소재)과 인접한 곳에 개관했다. 한글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한글이 걸어온 길을 발굴·연구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한편 한글이 가진 고유의 미(美)와 가치를 바탕으로 ‘한글 콘텐츠’ 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 소통과 배려의 문자

훈민정음은 세종의 애민정신(愛民精神)을 담은 소통과 배려의 문자다. 훈민정음 반포 이전까지 백성들은 ‘이두(吏讀)’를 사용했다. 이두는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와 우리말을 기록하던 방법이다. 한자는 표음문자(表音文字)로, 배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세종은 백성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의 필요성을 느꼈고, 1446년(세종 28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반포했다.

훈민정음은 크게 ‘예의’와 ‘해례’로 나뉜다. 그 중 해례본에 따르면, 자음은 발음기관 모양을 형상화했는데, 기본 자음 5개(ㄱ,ㄴ,ㅁ,ㅅ,ㅇ)에 획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모음은 하늘( · ), 땅(ㅡ),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ㅣ)을 의미하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담았다.

한자와 달리 소리문자인 훈민정음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실질적으로 1만 1,172개의 음절을 만들 수 있다. 훈민정음은 우리의 말, 자연의 소리, 외국어 발음 등을 본래 소리와 유사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 미국의 소설가 펄 벅(Pearl Buck, 1892~1973)은 “한글을 조합하면 어떤 언어라도 표현할 수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는 역관 교육을 위한 교재도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훈민정음해례본(訓民正音解例本)〉은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원리가 설명된 해설서다. 해례본의 발견으로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을 본떠 만들었다.’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 해례본과 여러 창제설

〈훈민정음해례본(訓民正音解例本)〉은 1940년 안동에서 처음 발견됐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1446년에 함께 편찬된 이 책은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원리를 설명해놓은 해설서에 해당한다. 해례본의 발견으로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을 본떴다.’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해례본 발견 이전까지는 훈민정음 창제에 관한 여러 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범어(梵語)를 본떠 만들었다는 ‘산스크리트어-티베트어 창제설’이다. 산스크리트어도 소리를 표현한 문자이며, 〈용재총화(慵齋叢話)〉나 〈지봉유설(芝峰類說)〉 등에 ‘산스크리트어를 참고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어 주목받았다. 특히 훈민정음 반포 직후 편찬된 〈석보상절(釋譜詳節)〉과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등의 불교서적은 이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이 외에 △고대 글자 모방설 △고전(古篆) 기원설 △몽골문자 기원설 △창살 모양 기원설 등이 있다. 특히 ‘창살 기원설’은 일제강점기 일본 어용학자들이 펼친 주장이다.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우리말과 글을 탄압했고, 한글의 가치를 폄훼했다. 1942년에는 한글을 연구한 학술단체 임원 33명을 투옥한 ‘조선어학회’ 사건을 벌이기도 한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이러한 탄압 속에서 간송 전형필(1906~1962)에 의해 보존돼, 광복 이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9월 30일 ‘한글의 큰 스승’ 기획전을 연다. 박두성(1888~1963)은 한글 점자(點字)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만든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다.

| ‘한글박물관’은 어떤 곳?

한글박물관은 한글과 한글문화 가치의 보존·확산·재창조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설전시관은 총 3부로 나눠 운영된다.

제1부는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란 주제로 훈민정음의 창제 및 반포 과정을 동영상·유물 등을 통해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비롯한 훈민정음으로 엮은 서적을 볼 수 있다. 제2부는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란 주제다. 한글은 종교·교육·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됐다. 한글박물관은 한글 문서·편지·소설·잡지 등 사료를 전시해 훈민정음이 어떻게 변화·발전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제3부는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란 주제로 정보화 시대에 한글이 어떻게 쓰이는지 체험영상 등을 통해 소개한다. 이밖에도 한글 조형물·영상 등을 활용해 전시관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국립한글박물관 전경. 국립한글박물관의 건물은 한글 모음의 제자원리인 ‘천지인(天地人)’을 형상화했다.

한글놀이터·한글배움터·한글도서관도 함께 운영 중이다. 한글놀이터는 아이들에게 한글의 의미와 구성 원리를 다양한 놀이를 통해 익힐 수 있도록 돕는 체험 전시장이다. 한글배움터는 외국인과 다문화 주민이 한글 원리를 쉽게 익히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글도서관은 국어와 한글의 역사·문화사 등 전문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 볼만한 전시

한글박물관은 과거의 한글 자료를 중심으로, 한글을 미래에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재창조하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세계화 시대에 국가대표 콘텐츠인 한글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기획전시를 잇달아 열고 있다.

9월 9일에 개막한 ‘한글디자인 : 형태의 전환’은 한글 콘텐츠를 중심으로 마련한 기획전이다. 한글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한글이 가진 철학과 예술성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산업콘텐츠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특히 한글의 성질 중 ‘조합’ 개념을 주제로, 글자와 사물 사이의 연관성에서 ‘한글’을 바라보고자 했다. 인테리어·공예·시각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한글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기획전에는 패션 분야도 참여해 한글의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상설전시관 제1부에서는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를 주제로 훈민정음의 창제 및 반포과정을 동영상과한글 사료를 바탕으로 소개한다.

9월 30일에는 ‘한글의 큰 스승’ 특별전도 열린다. 주시경·윤동주·박두성·장계향 등 총 12명의 ‘한글 스승’을 선별해 이들의 일대기와 업적을 재조명한다. 인물 선정은 설문조사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추천을 통해 이뤄졌다.

한글 창제나 한글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은 최근 영화(말모이, 나랏말싸미)로도 개봉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를 주도했든, 신미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든 간에, 한글은 백성을 사랑한 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문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한글, 그런데 우리는 현재 이 한글을 잘 사용하고 있고, 잘 보존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국립한글박물관은 9월 9일 ‘한글디자인:형태의 전환’ 기획전을 열었다. 박길종 디자이너는 훈민정음 28자의 형태를 가구 기본 구조에 응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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