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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 가을, 다시 읽는 에세이280호

세상을 살다보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우연히 읽은 한 구절의 좋은 글귀는 삶에 큰 위안이 된다.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열기도 한 풀 꺾인 가을의 초입,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에세이 중에서 
가슴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고,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감돌게 하는 명문장을 ‘금강 편집부’에서 선정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은 남다른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훌륭하고 이로운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다. 더러 독불장군처럼 살기도 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괴팍스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인간관계에서는 열 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한 명의 적을 두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한 명의 적이 100명의 적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을 만들어 싸우게 되면 이기든 지든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상대방 모두 손상을 입게 된다.

자칫 싸움을 오래 끌면 시간을 낭비하고 할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만일 적이 생겼다면 언제든지 당신의 가슴에 비수를 던져 파멸로 이끌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적을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적을 만들지 않으려면 내 말이나 행동에 실수가 없어야 한다. 쓸데없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근거 없거나 터무니없는 비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비판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먼저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 상대방이 처해 있는 상황을 공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 김선재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꾸어라〉 중에서

 

나는 인생을 무언가 계속해서 채워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좋은 옷을 사서 옷장을 넉넉히 메우고, 누가 봐도 멋진 차를 타고 다니고, 번듯한 인맥을 만들고, 시험에 합격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그런 것들로 인생을 채워야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상상 속의 나와 현실의 나는 너무 달랐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존재 자체로 빼어난 하나의 풍경이 아닐까. 수도원 돌벽의 빈 공간에 그림을 넣을 필요가 없었던 것처럼, 속세의 것들을 채워 넣지 않아도 그저 지금 우리의 본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게 아닐까. 

- 김준 〈우리를 아끼기로 합니다〉 중에서

 

애초에 꿈을 꾸지 못하게 한 것도, 꿈을 꾸며 조금만 다른 길로 가려 하면 온갖 태클을 거는 것도 어른들이었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이런 분위기에서 꿈을 꾸라니요? 꿈꾸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왜 꿈이 없냐니요?
그런 이유로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대한민국에서 꿈을 꾼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꿈을 가지라는 것이 ‘도전 정신’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스펙’을 강요하는 건 아닐지 염려스럽다. 그래서 함부로 그 말을 못 하겠다.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중에서

 

젊었을 때는 일마다 안 풀렸다. 측근들마저도 차츰 멀어져 갔다. 그래서 내 인생은 평생 삼재려니 하고 살았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어쩌구 하는 노래는 아예 해당없음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나이 드니까 풀리는구나. 버티기를 잘했다. 

예전에 나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모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니 웃기지 마라. 뱁새도 명색이 새다. 날개가 있다. 왜 걸어서 황새를 따라 가냐. 푸헐, 뱁새 너무 깔보기 없기. 

인생은 창조다. 그래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 이외수 〈사랑외전〉 중에서 

 

전에 알던 한 여성은 음식을 먹기 전에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하고 주문을 외었다. 맛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마살라(양념)를 뿌리듯 자못 진지해서 보는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그 주문을 왼다고 했다. “그렇게 한다고 맛없는 음식이 정말로 맛있어지겠어?” 하고 묻자, “그럼요, 이건 강력한 만트라예요!” 하고 말했다.
……
내 만트라는 ‘숨!’이다. 불안할 때, 혹은 감정적이 되거나 화가날 때, 생각이 무의미한 방향으로 달려갈 때, 나 자신에게 ‘숨!’하고 말하며 심호흡을 한다. 그러면 감정이 다스려지고, 마음이 안정되며,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게 된다.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 당신의 인생 만트라는 무엇인가? 그 단어와 문장 안에서 긍정이 발효되고 있는가? 

-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에서 

 

큰오빠 Y가 사업이 힘에 부쳐 애를 먹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오빠가 시골집에 전화를 넣었다. 물론 사업 얘기는 털끝만큼도 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들은 귀신이다. 짐짓 예사로운 목소리로 전화해도 자식이 무슨 일인가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안다. 무엇보다 세상 끝에 홀로 선 것처럼 외로워하고 있음을. 
엄마가 말했다.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 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그래도 서산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이 되더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그 밤에 엄마가 속으로만 삭인 뒷말이 있었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게 몸서리쳐지게 무서웠단다.’
그 말까지 더해야 진실이 완성되지만 엄마는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새벽이 되면 절로 느낄 것이므로 당장 그 순간 자식에게 필요한 것은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말이란 걸 알기에.

- 정희재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간혹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진다. 내가 다른 사람의 뜻에 맞추어 살아가지 않듯이 다른 사람들도 나의 뜻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뿐이다. 우린 모두 각자의 이익과 뜻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간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 김상현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중에서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고 했다. 절을 알아봐줄 테니 출가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라고도 덧붙였다. 당시 나는 그길로 신경질을 내며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 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중에서

금강신문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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