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단상

지난 호에 ‘불교와 귀신’이란 주제로 특집기획을 다루었다. ‘죽음’과 ‘사후(死後)’는 세상 모든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특히 동양종교를 대표하는 불교는 중생의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핵심교리로 가르치는 종교인만큼 ‘죽음’, ‘사후’와 가장 밀접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귀신(鬼神)’에 대한 연구 또한 많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특집을 준비하며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위논문’ 항목에서 ‘귀신’ 단어를 검색했다. 검색된 논문은 모두 165편. 주로 기독교계열 대학과 대학원에서 성경이나 정신분열증과 관련해 발표한 논문이 나왔고, 그 외에는 민속이나 문학에서 다룬 관련 논문이었다. 불교와 연관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었다.

각국의 불교 전래과정을 살펴보면 불교는 그 나라의 토속종교를 받아들여 자연스레 녹여낸다. 바다가 여러 강물을 받아들이면서도 고요하듯이, 큰 종교만이 갖는 포용성이다. 그런데 학문적으로는 아쉽게도 불교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2012년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대학원에 한국불교융합학과가 생겼지만, 교과과정을 보면 필자가 생각하는 융합과는 거리가 멀다. ‘응용불교’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학계에는 ‘소귀에 경 읽기’다. 필요성을 알면서도 왜 변화가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걸 전공·연구해서는 ‘밥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했지만, 고작 95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폄훼했다.’, ‘한글창제의 역사를 왜곡했다.’ 말도 많았다. 해례본에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했다.’고 적혀 있음에도 불교계 안팎에서는 ‘신미대사 창제설’, ‘신미대사의 결정적 역할론’에 상당한 무게를 둬 왔다. 하지만 연구를 한 불교학자는 없었다. 만약 불교학계에서 신미대사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왔고,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번 ‘신미 창제(역할)=역사 왜곡’이란 등식이 이처럼 쉽게 성립되고, 확산되었을까?

불교계는 ‘한국의 문화·문화재를 언급할 때 불교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고 자부하지만, 오늘날 ‘문화강국, 한국’의 그 어디에도 불교는 없다. 불교에서 출발한 연구가 과학·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져 수많은 데이터와 콘텐츠를 쏟아낼 때 불교의 가치는 무거워지고, 각 분야에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잊혀가는 종교’가 아니라, 꿈틀대는 ‘살아있는 종교’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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