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를 바꾼 단 한 편의 상소 <간폐석교소>
원행ㆍ자현 스님 공저/조계종 출판사/22,000원

조선조 500년간에 걸친 가혹한 배불 정책 하에 목숨을 내걸고 척불(斥佛)의 시정을 촉구한 백곡 처능(1619~1680)을 조명하는 책이 발간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첫 저술이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과 공동 저작한 이 책은 죽음을 각오하고 임금 현종을 정면으로 비판한 8,150자의 상소문 <간폐석교소>에 관한 이야기다.

1659년 현종이 즉위하자 양민이 출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비구나 비구니가 된 자는 모두 환속시켜 그것을 어길 시 벌을 받도록 취했다. 또 도성 안의 자수원(慈壽院)과 인수원(仁壽院) 등 비구니 사찰의 혁파를 명령하고 자수원에 봉안된 여러 성인의 위패를 땅에 묻었다. 봉은사와 봉선사까지도 철폐해 승려들을 환속시키고 불교를 무너뜨리려 했다.

“삼가 승정원에서 반포한 의결 사항을 보고 엎드려 성지를 받잡건대, 승려를 모두 말살하기 위해 비구니는 환속시키고 비구도 역시 없애기로 의논이 되었다 하옵니다. 신은 실로 우둔하여 전하께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엿보지 못하겠습니다.”

이 같은 척불시책에 대한 부당함은 백곡 스님으로 하여금 <간폐석교소>를 쓰게 했다. 왕조 국가에서 국왕을 상대로 비판의 칼날을 겨누며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며, 숭유억불의 조선이라는 점에서 한국 불교사에 일대 획을 긋는 사건이다.

책은 원행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 일부를 저본으로 삼고 그 위에 백곡 스님의 생애와 우리말로 번역한 <간폐석교소> 원문을 덧붙여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눴다. 책의 마지막에는 <간폐석교소> 원문과 백곡 스님의 연표도 실었다.

원행 스님은 출간에 부치는 글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 속에서 한국불교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책임의식과 선공후사(先公後私)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다. 이런 점에서 백곡 스님의 숭고한 실천은 시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현 스님은 8월 5일 종로 한정식집에서 열린 출판간담회에서 “백곡 스님은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와 한국불교에 의미하는 바가 큰 인물임에 틀림없다.”며 “책을 통해 한국불교사에서 희미해진 사실을 알리고 백곡 스님이 불교와 국가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 환기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이 8월 5일 출판간담회를 개최하고 <백곡 처능, 조선 불교 철폐에 맞서다> 출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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