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교에 녹아든 노장사상 탐구
이은윤/민족사/각 22,500원

중국 고유의 종교철학인 도가(道家)를 대표하는 인물은 노자(老子, B.C. 580~480)와 장자(莊子, B.C. 370~280)다. 이들의 사상을 줄여 노장(老莊)사상 또는 도가사상으로 부르며,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 수많은 논변들도 노장사상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도가사상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갔으며, 특히 520년 중국에 들어온 남인도 출신 승려 보리달마가 일으킨 선종(禪宗), 즉 선불교(禪佛敎)에 영향을 끼쳤다.

달마대사 이후 중국 선종은 2조 혜가·3조 승찬·4조 도신·5조 홍인을 거쳐 6조 혜능 스님에 이르러 크게 융성한다. 선불교는 사상적으로는 유심(唯心)·공(空)·반야(般若)·불성(佛性)·여래장 사상 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스타일이나 방식, 대화의 기법 등 문화적으로는 노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장사상이 농축된 〈노자(老子)〉, 〈장자(莊子)〉, 〈맹자(孟子)〉, 〈관자(管子)〉, 〈주역(周易)〉과 중국 선사들의 어록인 〈전등록(傳燈錄)〉, 〈임제록(臨濟錄)〉, 〈벽암록(碧巖錄)〉 〈완릉록(宛陵錄)〉 등에서 선불교의 유사점과 상이점을 살핀 책이 나왔다.

저자는 “선림(禪林)의 중요한 화두 몇 개를 노장사상과 연결해 읽어보는 시도를 해봤다.”며 “이 책은 중국선이 노장의 사상과 어느 정도 연관을 맺고 있는가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같은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에 따르면 △선과 노장의 도는 결코 세속을 버리지 않는다 △분별심을 금기시한다 △존재론의 인식 사유체계가 동일하다 △낙관주의 △무심이 곧 도다 등이 선사상과 노장사상의 유사점이다.

반면 선사상은 부처세계와 중생세계를 이원화하지 않고 범성(凡聖)의 분별을 떠난 만민 평등을 강조하는데 비해 노장사상은 도를 정치철학에 과감히 접목시켜 주로 정치 지도자(성인)를 대상으로 설법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뚜렷한 상이점이다. 선가의 도는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제시해 자기 해탈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노장의 도는 만물과 하나되는 길을 제시해주는 ‘우주 해방’을 강조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저자는 선가에서 잘 알려져 있는 ‘기래끽반 인래즉면(饑來喫飯 因來卽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잔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평상심이 곧 도다)’, ‘산지시산 수지시산(山只是山 水只是山),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무(無)’자 화두, 불립문자 등의 화두를 노장의 사상과 비교해 유사점과 상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나이 70이 훨씬 넘어 한가로움을 얻어 젊은 날 읽고 싶었던 〈노자〉, 〈장자〉를 숙독했다. 덕분에 오랜 종교기자 경력에서 소경 벽 더듬은 식으로 익혔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선구들을 새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저자는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선공부를 하는 데 선어록이나 불교 경전 밖의 〈노자〉, 〈장자〉 같은 외전(外典)도 숙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중앙일보 문화부장·편집국장·논설위원·종교전문위원, 한국불교선학연구장, 금강신문 사장 겸 주필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혜능평전〉, 〈중국 선불교 답사기〉(전4권), 〈왜 선문답은 동문서답인가〉, 〈화두 이야기〉, 〈선시〉, 〈한국불교의 현주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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