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단상

최근 필자가 사는 동네에 들어선 한 신축아파트 놀이터에 ‘입주민 외 어린이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려 유아를 둔 인근 부모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아파트 측에서 내건 안내문을 보다 정확히 인용하면 ‘우리 아파트 외 어린이는 출입을 금합니다. 사고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경고성 내용이었다. 아내와 함께 어떤 아파트인지 추측을 해 봤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도 딱 한군데 아파트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 가족도 가끔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이용하던 아파트였다. 

한 언론매체에서 아파트 측에 이런 안내문을 부착한 이유에 대해 묻자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변에 재개발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이 많아 놀이시설이 부족한데, 우리 아파트가 신축아파트여서 외부 어린이들이 많이 놀러와 다치거나 시끄럽게 굴어 주민 항의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보험에 가입돼 있어 (놀다가 다쳐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칠 경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막으려는 조치”라고도 했다.

기사를 본 후 아내와 과연 아파트의 조치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 동안 ‘내가 그 아파트 주민이었다면 당연한 조치였을 것이다.’는 의견과 ‘아무리 그래도 저런 조치는 너무 심하다. 그 아파트 입주자가 아니면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라는 말만 오갔을 뿐 명쾌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다수의 인근 주민들도 우리 부부와 같이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댓글에 ‘집단 이기주의’라며 해당 아파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문가들도 외부인 출입이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이자, 공동체 문화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아파트 측은 안내문을 없앴다.

사실 도심 아파트의 님비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대형평수에 사는 주민들이 임대아파트 주민의 통행을 막고자 경계에 철조망을 친 사례도 있고, 두 아파트 주민 간의 불화로 10여 년 째 아파트 샛길을 철조망으로 막아 놓은 경우도 있다.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 배려와 양보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이웃 간 벽은 얼마나 높아지고, 얼마나 단단해져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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