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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식의 알면 도움되는 노후준비4_행복의 조건인위적인 노력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삽화=박구원>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이탈리아의 장수마을은 오랫동안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질문했더니 ‘아니 무엇을 하다니?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지.’가 대답이었다. 그들은 현재 자기의 삶을 온전히 즐기고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 위한 인위적 고민 말아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고기만 잡고 종일 한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 경제학자가 어부에게 조언했다. ‘몇 시간만 더 고기를 잡는다면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요.’라고 말하자 어부는 ‘그래서요?’라고 반문했다. 경제학자가 ‘그 돈으로 좀 더 큰 배를 살 수 있을 것 아니요.’라고 말하자 다시 어부가 ‘그래서요?’라고 반문했다. 경제학자가 ‘그러면 더 많은 고기를 잡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아니요.’라고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부는 또다시 ‘그래서요?’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가 ‘그러면 나처럼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 아니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그때서야 어부는 ‘그건 내가 이미 즐기고 있는 삶인걸요.’라고 대답했다는 우화가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과거에는 노동·교육·놀이가 하나였는데 지금은 분리되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농사를 짓거나 수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일을 하면서 일을 개선하기 위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공부를 따로 하는 교육이 시작되면서 노동과 교육은 분리되었다. 수렵 사회나 농경사회에서는 일을 통해 즐거움을 얻었다. 현대인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따로 시간을 내서 놀이를 해야만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결국 돈을 쓰고 소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처럼 자기가 하던 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시간을 내고 돈을 가지고 무언가 행복해지기 위한 일을 해야 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돈을 열심히 벌고 행복해지기 위해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면서 어디에 돈을 써야할까를 고민한다. 과거에는 일 · 교육 · 오락이 하나였으나, 지금은 분리되면서 삶은 복잡해졌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은퇴하고 편안하게 사는 생활이 결코 인간에게 행복과 건강을 주지는 않는다. 어떤 부자가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거액을 가지고 하와이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서핑을 하며 몇 년을 아주 행복하게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삶이 지루해지고 서핑도 더 이상 재미있지 않게 되었다. 결국 다시 돌아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되찾았다고 한다. 80대가 되어서도 사업이 너무 즐거워 놓을 수 없는 사업가에게 주변에서 ‘이제 그만 자식에게 물려주고 은퇴하시지요?’라고 말했지만 자신은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없어서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했단다. 
사업 이외에 즐거운 일이 없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그만두는 것이 현명한가하는 질문에는 의문이 있다. 사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더라도 하다못해 회사에 다시 나와서 청소라도 하고, 구내식당에서 봉사하는 삶이 그저 편안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사는 것보다는 낫다. 경전을 보면 최고로 축복할 만한 일에 대해 ‘많이 배우고 기술을 몸에 익히며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설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까 고민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오던 일을 계속하는 게 최고다.

공부 · 수행하면 자연스레 행복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은퇴한 뒤에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 은퇴자들이 남는 시간이 많아서 무엇을 할 것인지 몸부림친다는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은퇴자들이 심심해서 매일 등산을 가는데 월막·화막·수막·목막·금막이라고 한단다. 무슨 말인가 하니, 월요일에 등산한 뒤에 친구들과 막걸리 마시고, 화요일에도 마시고, 그렇게 매일 등산하지만 산에서 내려와서는 막걸리를 마신다는 거다. 어떤 은퇴자는 구청 문화센터에서 게이트볼도 배우고, 노래 부르기도 해보고, 온갖 것을 다해보지만 여전히 시간이 남는다고 한다.
젊은 시절 고급문화를 습득한 결과 노후에 문화생활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혹은 전문성이 있어서 노후에도 계속 활동하여 나이 들어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탈리아 장수마을의 농부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던 농사를 계속하며 행복하다. 고기 잡는 어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즐겁게 낚시를 하면서 삶을 보낸다. 그렇다고 이들을 흉내 내기 위해서 귀농·귀어를 해보지만 해보지 않던 일이라 힘들고,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이 되며, 동네 사람과의 갈등으로 생활을 아예 망치기도 한다.
우리가 행복을 얻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다보면 행복에 공학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마치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듯, 삶도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면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인위적인 노력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부처님은 깨달음조차 추구하지 말라고 하셨다. 불교는 분명 깨달음을 추구해야 하는 종교이며, 불자에게 깨달음이란 가장 중요한 목표지만 깨달음도 추구하면 망치고 만다. 마치 깨달음조차 추구하면 안 되듯이 행복 또한 추구하면 역설적으로 얻을 수 없다.
이태리 장수마을의 농부처럼 또한 고기 잡는 어부처럼 그저 죽는 날까지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된다. 만약 은퇴하여 할 일이 없다면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까를 너무 고민하지 말자. 참된 행복, 진정한 행복은 지혜 · 자유 · 평온의 또 다른 측면이다.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행복의 뒷면에는 지혜 · 자유 · 평온이 있고, 지혜 · 자유 · 평온의 앞면에는 행복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혜 · 자유 · 평온이 행복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추구하여 행복을 달성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행복은 멀어진다. 불자라면 부처님 말씀대로 열심히 책을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수행하면서 지혜 · 자유 · 평온을 얻으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던 행복할 것이다.

윤성식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고려대와 미국 오하이오대 졸업 후 일리노이대에서 석사, UC버
클리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또 동국대에서 불교학 석 · 박사를 받았다. 2004년 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장과 국회공직자윤리위원장, 미국 텍사스대학(오스틴) 경영대학원 교수를 
맡은 바 있다. 저서로 〈부처님의 부자 수업〉·〈예측불가능한 시대에 행복하게 사는 법〉 등 다
수가 있다.

글·윤성식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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