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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물리학4_사건 중심의 세계관과 무아윤회
  • 글  ·  김성구
  • 승인 2019.07.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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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물질도 정신도 다 실체가 없는 사건의 흐름일 뿐이다. ‘나’라는 것도 사건들의 흐름일 뿐이다. 10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는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동일한 것은 하나도 없다. 동일성은 없지만 인과로 이어진 연속성은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과 윤회는 석가모니 부처님 자신이 선정을 통하여 검증한 삶의 두 가지 측면이다. 그러나 초감각적 인식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윤회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윤회를 정상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윤회에 대해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크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의 두뇌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두뇌가 만들어진 이후의 일일 것이다. 사람의 두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리 빨리 잡아도 수태 후 3개월 후의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두뇌가 만들어지기 이전인 전생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무아윤회(無我輪廻)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불교는 무아를 주장하기 때문에 윤회는 불교교리가 될 수 없다. 무아라면 다음 생에 삶을 이어가는 존재는 누구란 말인가?

실체론과 존재 중심의 세계관

위에 언급한 윤회에 대한 의심 두 가지는 사실 서로 연관성이 있는 것이지만, 그 중 첫 번째 생각은 주류 뇌 · 신경과학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그러나 이 생각은 물질[두뇌]이 궁극적 실재로서 모든 사물의 제일 원인이고, 마음[정신]은 두뇌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 확실할 때만 타당한 견해이다. 이 말은 유물론이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라야만, 뇌 · 신경과학이 옳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질이든 정신이든 어떤 것이 궁극적 실재로서 그것이 모든 사물의 제일 원인이고, 그것으로부터 세상 모든 사물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견해를 ‘실체론(實體論, substantialism)’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실체론은 바로 이 유신론(有神論, theism)이다. 그러나 과학적 입장에서 볼 때 신을 제일 원인으로 삼는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설명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때문에 여기서 유신론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겠다. 
유신론이 아니라면 실체론으로 세상을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신이나 물질을 실체로 보는 견해이다. 실체론이 옳다면 우리는 정신-물질의 이원론이나 유물론 또는 유심론 중 어느 하나로 세상을 보게 된다. 하지만 어느 관점으로 보든지 실체론은 사물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체론은 자연스레 이 세상을 존재 중심으로 보게 된다. 존재 중심의 세계관이란 세상에는 돌멩이나 깡통 같은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이 존재들이 만나서 여러 가지 사건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돌멩이나 깡통 같은 ‘어떤 것’이 몸이고, 사건은 이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몸짓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존재 중심의 세계관은 보통 사람들이 갖는 세계관과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 과학적으로 볼 때 존재 중심의 세계관은 일종의 착각이다. 존재 중심의 세계관이 옳지 않다면 뇌 · 신경과학으로 윤회를 설명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고, 두 번째 질문처럼 ‘무아인데 누가 윤회하는가?’ 하고 묻는 것도 옳지 않다. 여기서 실체론의 문제점을 자세히 논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체론이 갖는 존재 중심의 세계관과 현대 물리학적 세계관을 비교하는 것으로써 실체론의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사건 중심의 세계관

물리학자 스몰린은 “우주에는 두 범주의 것들, 사물과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빠른 과정과 느린 과정이 있을 뿐이다. …… 상대론과 양자론은 우리 우주가 과정들의 역사라고 말하고 있다. 매우 근사적이고, 임시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세상은 어떤 존재가 있어 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현대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세상은 사건들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물리학자 스몰린(Lee Smolin, 1955~)은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에서 이 사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 

“세계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물(Two kinds of thing)이 있는 것 같다. 돌멩이나 깡통처럼 그 성질만 나열해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들(objects)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과정으로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이나 문화 같은 존재(entities)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전개되는 과정들(processes)이다. 그러나 사물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는 것은 착각이다. ‘어떤 것(things)’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서서히 변하는 것과 빨리 변하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주에는 두 범주의 것들, 사물과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빠른 과정과 느린 과정이 있을 뿐이다. 우주가 사물들(objects)로 구성되어 있다는 환상은 고전역학을 구성하는 바탕이 되었다. …… 상대론과 양자론은 우리 우주가 과정들의 역사라고 말하고 있다. 매우 근사(近似)적이고, 임시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인가가 어떤 상태에 있다면 이것은 환상이다. …… 우주는 많은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 사건들의 우주는 관계론적인 우주다. 모든 성질들은 사건들 사이의 관련성을 통해서 기술된다. 두 사건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계는 인과관계다.”

스몰린이 위에서 설명한 것은 불교의 연기법을 그대로 현대 물리학적으로 풀이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물리학도 연기법도 세상은 사건들로 이루어졌고, 사건들의 관계를 통해서 사물의 개념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돌멩이나 깡통,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하고 묻고 답해야 할 것이다. 설명해보자. 
이 세상은 사건들로 이루어졌다. 사건은 원인 없이 일어나는 법이 없고, 일어난 사건이 영원히 지속되는 법도 없다. 사건은 한 번 일어나면 곧 소멸되지만, 일어났던 사건이 원인이 되어 다음에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이 인과관계를 맺고 일정한 시간동안 진행될 때 이 사건들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이 ‘사건의 흐름’이 바로 스몰린이 말한 ‘과정(process)’이다. 이 ‘사건의 흐름’이 어떤 특성을 갖고 일정한 시간동안 지속하면 사람들은 이 ‘사건의 흐름’을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게 된다. 이 사건의 흐름에는 어떤 동일성이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사건의 흐름에는 연속성이 있다. 바다에서 이는 파도가 끝나는 법이 없듯이, 하나의 사건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는 일은 그치는 법이 없다.
물질도 정신도 다 실체가 없는 사건의 흐름일 뿐이다. 오직 사건의 흐름만 있을 뿐인데, 이 흐름을 밖에서 볼 때 이것은 물질로 나타나고, 같은 흐름인데도 안에서 볼 때 이것은 마음으로 나타난다. ‘나’라는 것도 사건들의 흐름일 뿐이다. 10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는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동일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나’라는 것에는 동일성은 없지만, 인과로 이어진 연속성은 있다. 이러한 사건의 흐름을 한 토막만 놓고 잘라서 보면 ‘나의 한 생’으로 보이지만, 장구한 세월을 놓고 보면 전체가 바로 무아윤회이다. 불교인으로서 공(空)과 무아를 믿으면서 무아윤회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무아인데 누가 다음 생을 이어가는가?” 하고 묻기 전에 먼저 “무아인데 누가 여기서 이렇게 살아서 숨 쉬고 희로애락을 느끼는가?”하고 물어야 할 것이다.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1946년생으로 서울대 물리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소립자 물리학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 퇴직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 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경상남도 함양에 약천사를창건했다. 이곳에 불교과학아카데미를 개설, 2014부터 매월 불교와 현대물리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현대물리학으로 풀어본 반야심경>· <천태사상으로 풀이한 현대과학> 등이 있다.

글  ·  김성구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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