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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한국인의 불행, 불교의 통찰
  •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19.06.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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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 처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
이 시대 종교가 할 일

한국인에게 ‘복지’는 익숙한 말이 아니다. 흔히 ‘포퓰리즘’을 떠올리지만, 복지는 사전 뜻 그대로 ‘행복한 삶’이다. 복지나 행복은 주관적인 심리라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다. 다음 물음에 독자 스스로 답해보길 권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줄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

당연히 있어야 정상이다. 실제로 북유럽 국가의 국민은 ‘없다’는 응답이 5% 안팎으로 극히 적다. 하지만 한국인은 아니다. 20%대로 4배가 넘는다. 유엔이 2012년부터 해마다 발표하고 있는 ‘세계 행복보고서’에 나오는 질문과 응답 비율이다. 올해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조사대상 156개국 가운데 54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1위인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국가들이다.

대다수 언론은 단순한 순위 보도에 그치고 있지만, 세계 행복보고서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통계를 꼼꼼히 살피면 더 많은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 앞서 던진 물음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연령별 차이가 크다. 부모와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하게 마련인 20대에는 7%만이 ‘없다’고 답한다. 그마저 북유럽의 5%와 견주면 높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높아가는 데 있다. 30·40대는 22%로 훌쩍 뛰고, 50대 이상은 39%에 이른다. 50대 이상의 한국인들이 세상을 얼마나 황량하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더구나 노인들의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인 까닭과 이어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짐작컨대 ‘도와줄 친구나 친척’이 있을 성싶다. 대한민국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그나마 대졸 이상의 전문직이나 사무직은 대부분 나름의 사회관계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사회관계망이 있는지 여부는 행복 수준의 차이와 직결된다. 대졸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이다. 반면에 기능노무직이나 농림어업직군에 속하고 사회관계망이 없을 때 행복감은 크게 줄어든다.

여러 통계를 종합하면 종교가 무엇을 할 것인지 간명하게 드러난다. 종교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줄 친구나 친척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열에 네 명은 없다고 답하는 50대 이상의 한국인들, 늙어가며 자살의 유혹을 받고 있는 참담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어야 한다. 저마다 자기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살벌한 논리가 대다수 한국인을 지배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붓다는 우리에게 연기의 지혜를 깨우쳐주었다. 너와 내가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는 불교의 통찰은 여전히 눈부시다. 불교가 2000년 넘게 한국인의 삶에 녹아들었음에도 저마다 ‘각자도생’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인의 풍경은 기독교 문화권의 북유럽과 견주어 불교인들의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지혜와 자비라는 불교의 고갱이는 보편적인 가르침이지만 붓다가 살아 설법하던 고대 사회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조건은 사뭇 다르다. 굳이 연기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달라진 조건에 맞게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해나가는 지혜와 자비의 용기는 오늘날에도 미덕이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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