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둘레길을 가다

양구 두타연 전경.

한국전쟁 후 50년 만에 개방
민통선 내 천연의 아름다움 뽐내

양구 두타연은 휴전선 인근에서 발원한 수입천 지류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에 위치하고 있다. 금강산까지의 거리가 32km밖에 안 되는, 금강산을 갈 수 있는 최단의 길목이다. 천혜의 비경을 가진 국내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1000년 전 ‘두타사’ 절 이름서 유래

‘두타연’은 ‘두타사(頭陀寺)’라는 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000여 년 전 금강산 장안사에 있던 한 스님이 꿈에 ‘남쪽으로 가라.’는 계시를 받고, 폭포 옆 동굴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창건했다는 절이다. 두타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재돼 있는데, 고려시대에 창건됐으며 조선 중기의 학자 이만부(1664~1732)가 방문했던 1723년 이전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50여 년 간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다가 2003년 개방했다.

양구지역 9개 전투를 소개하는 안내판과 과거 한국군이 사용했던 각종 무기.

두타연 생태탐방로를 가려면 이목정안내소 또는 비득안내소에서 출입신청서와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비득안내소 코스는 양구군 식수전용 저수지 신설사업으로 2020년 2월 28일까지 운영하지 않고 있어 이목정안내소에서만 출발할 수 있다. 신청서 제출 후 태그(위치추적목걸이)를 건네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양구문화관광과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하면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양구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양구전투유령비.

이목정안내소에서 출입절차를 마치면 21사단 위병소를 통과해야 한다. 즉, 민간인통제선을 넘어가야 두타연을 만날 수 있다. 총을 멘 군인과 이중 삼중으로 놓인 철책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는 새 긴장을 하게 되고, 우리나라가 아직 휴전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차로 비포장도로를 약 3.7km를 올라가면 두타연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도보 또는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두타연을 중심으로 양구전투위령비 - 양구 지역 9개 전투 소개 표지판  ·  조각공원 - 두타정  ·  두타연 - 징검다리 - 출렁다리 - 지뢰체험장을 거쳐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최근에는 주차장에서 약 4km 상류의 하야교삼거리까지 걷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포장이 되지 않은 평탄한 도로인데, 계곡의 물소리와 시원한 바람소리가 가득한 매력적인 코스다. 하야교삼거리에는 ‘금강산 32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훗날 길이 열린다면 이곳에서 승용차로 30분이면 내금강에 도착할 수 있다.

금강산에서 흘러 내려온 맑은 물. <사진제공=양구군청>

금강산에서 내려온 ‘비취색’ 맑은 물

두타연 생태탐방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두타연이다. 계곡을 흐르는 비취색 맑은 물이 여러 단으로 이어지면서 소(沼)를 이루고, 돌개구멍을 만들어 바위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시원한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두타폭포.
<사진제공=양구군청>

두타연 전 지역은 지뢰지대이기 때문에 안전상 생태탐방로로 지정된 코스를 절대로 벗어나선 안 된다. 생태탐방로 양쪽 철조망에는 붉은 색깔로 ‘지뢰’라고 표기된 안내 팻말이 곳곳에 걸려있다. 탐방로를 따라 걷고 있지만 풀과 낙엽이 쌓여 있다 보니 일순간 ‘내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등골이 서늘해지곤 한다.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를 건널 때는 바람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두타연 입장시간은 하절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4시이다. 입장 마감은 출입 허가 종료 한 시간 전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설날  ·  추석은 오전 시간만 휴무). 13세 이상의 대인 입장료는 3,000원, 만 7세~12세 소인은 1,500원이다. 자전거 대여료는 4,000원.

생태탐방로에 마련된 지뢰체험장.

주변 관광지로는 양구군 해안면에 위치한 ‘펀치볼마을(펀치볼)’이 잘 알려져 있다. 또 강원도 최북단 대암산 자락 430m 고지에 위치하고 있어 DMZ에 자생하는 여러 종의 희귀식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양구자연생태공원’, 파로호 인공습지에 만들어진 ‘한반도섬’, 한국 철학의 거장 김형석  ·  안병욱 박사의 철학사상이 담긴 ‘양구인문학박물관’, 양구의 백자생산역사 600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양구백자박물관’ 등이 있다.

시원한 바람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출렁다리(두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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